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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작가적 상상력이 흔든 ‘역사의 뿌리’

‘나랏말싸미’ 역사 왜곡 논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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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 한글 창제 주체 지적하고
- 靑국민청원에 상영 금지 요청도

올여름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 ‘나랏말싸미’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나랏말싸미’는 송강호, 박해일이라는 충무로 대표 배우가 출연하고, 영화계에서 영화 제작과 수입으로 꽤 오랫동안 신망을 쌓아온 조철현 대표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인 ‘세종대왕’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 문화 ‘한글’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됐다.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영화 ‘나랏말싸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데 ‘나랏말싸미’를 보고 좀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 ‘한글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창제했다’는 전제가 모두 흔들렸기 때문이다.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 의지가 있었을 뿐 한글을 만든 주인공은 신미인 것처럼 그린다. 뭔가 굳건했던 뿌리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지난 24일 개봉 이후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을 했다고 보는 관객 대부분은 한글 창제의 주체에 대해 지적하고, 많은 역사학자 또한 이 점은 영화가 틀렸다고 말한다. 급기야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나랏말싸미 상영 및 해외보급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격화되자 조 감독은 지난 29일 ‘조철현 감독이 드리는 글’이라는 편지에서 ‘나랏말싸미’가 세종대왕이 애민정신을 가지고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을 내적, 외적 갈등과 번민을 다룬 영화라는 것, 역사 속에 감춰져 있는 신미는 세종대왕의 고민과 갈등을 드라마화하는데 필요했던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한글을 창제하려고 했던 세종대왕의 마음과 그 고난의 과정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세종대왕과 인연은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실존 인물 신미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조 감독이 ‘나랏말싸미’를 연출하면서 세종대왕을 폄훼하거나 한글 창제 과정을 왜곡하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작가적 상상력을 가지고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볼 때는 열린 마음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역사를 다루면서 곁가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덧댄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를 보면서 연출 취지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나랏말싸미’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한글 창제 과정의 곁가지가 아닌 뿌리를 흔드는 실수가 있었다.

역사를 다루는 영화에 있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당연히 창작의 고통을 업으로 하는 작가에게 상상력을 저해하는 어떠한 것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된 ‘나랏말싸미’는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상업영화다.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상력은 결국 불통으로 이어진다. 330만 명이 손익분기점인 ‘나랏말싸미’는 지난 30일까지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88만 명이 관람했다.

앞서 조 감독은 편지에서 “훈민정음 서문에 있는 ‘맹가노니’라는 구절로 압축되듯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취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상상력으로 예술을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모두가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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