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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달걀·유제품 뺀 ‘비건 빵’, 채식주의자만 먹을 순 없지

망미단길 베이커리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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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 굽는 최태석 셰프도 비건
- 전국의 신뢰하는 농부에게
- 우리 농산물 공급 받아
- 건강한 재료가 인기 비결

- 인위적 색소·향료 일절 안 써
- 바질·참깨·흑임자 마요네즈
- 잼도 설탕 안 쓰고 직접 만들어

- 아토피·유제품 알레르기부터
- 밀가루 소화 잘 못하는 사람 등
- 마음놓고 먹을 수 있어 인기

‘비건’은 채식주의자 가운데서도 가장 엄격한 단계라 할 수 있다. 고기와 생선은 물론 동물의 알과 유제품도 먹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와 달걀, 우유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비건은 이런 빵을 먹을 수 없다. 아니, 먹지 않는다. 비건들도 먹을 수 있도록 달걀과 유제품을 빼고 만든 빵을 ‘비건 빵’이라고 한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우리나라 비건 빵의 선구자가 아담한 비건 베이커리를 열었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 비건 베이커리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의 진열장. 50여 종의 빵을 판매한다.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은 최태석(52) 셰프가 지난 2월 초 개업한 비건 빵집이다. 개성 있는 작은 식당과 카페가 밀집해 ‘망미단길’이라는 애칭을 얻은 수영고가교 하단부와 가까운 골목 안쪽에 있는 매장이다. 모르면 지나치기에 십상인 위치인데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찾는 빵이 벌써 다 팔렸다고 아쉬워하는 탄식도 자주 들린다. 최 셰프는 동래구 ‘밀한줌’ 셰프로 약 2년간 일하다 이곳에 자신의 빵집을 냈다.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 매장.
이 빵집의 조용한 인기 비결은 ‘건강한 재료’다. 공장식으로 대량 생산한 달걀과 우유, 버터를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뢰하는 농부에게 우리 농산물을 공급받아 빵을 굽는다. 홍순영 농부에게 앉은뱅이밀·금강밀·호밀을 공급받는다. 공주 정안밤영농조합의 유기농 통밤, 지리산영농조합의 조경밀, 괴산잡곡생산자회의 유기농 현미·콩가루·울타리콩·호랑이콩, 진도농산 김진형 농부의 인진쑥, 해남고구마생산자협회의 고구마를 사들인다. 빵을 부드럽고 잘 부풀게 만드는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선명한 색과 향을 내기 위한 색소, 향료도 쓰지 않는다. 유전자변형식품(GMO)도 알고는 쓰지 않는다. 마요네즈는 바질 참깨 흑임자 등으로 직접 만들고 잼도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다.

이렇게 재료를 까다롭게 골라 빵을 만들다 보니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 손님이 더 많이 찾는다. 체중을 조절하는 사람, 유제품이나 콩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빵을 좋아하는데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는 사람, 아토피가 있는 어린이 등이 마음 놓고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에서 빵을 산다. 최 셰프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어 케이크를 먹지 못하던 어린이가 유제품 없이 만든 크림으로 장식한 케이크를 먹고 뛸 듯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뻤다”고 했다.

   
최태석 셰프가 직접 만든 마요네즈.
최 셰프는 채식주의자인 자신과 주변 도반이 먹기 위해 30여 년 전 처음으로 빵을 굽기 시작했다. 명상에 관심있던 그는 “히말라야에서 온 유명 명상가가 강연에서 명상을 하려면 채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채식을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엔 유제품을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으로, 몇 년 전부턴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비건으로 살고 있다. “그때는 채식하면 정말 먹을 게 없었어요. 매끼 밥과 김만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새로운 걸 먹어야겠다 싶어서 유제품을 안 쓰고 도넛을 만들었습니다. 채식하는 분들이 그 도넛을 먹고 맛있다고 해서 비건 빵 만들기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엔 비건 빵 만들기를 배울 길이 없었다. 서적을 찾아보고, 미국과 대만에 가서 비건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도전 정신’으로 세상에 없는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최 셰프가 일궈낸 길 덕분에 현재 비건 빵을 만들고자 하는 제빵사들은 훨씬 수월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국내산 쌀가루와 코코아 파우더, 죽염, 유기농 원당, 현미유로 만든 ‘초코식빵’.(왼쪽), 쌀가루로 만들고 쑥향이 강한 ‘쑥치아바타’
달걀과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니 빵의 종류가 몇 가지 없고, 맛도 풍부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에서 상시 판매하는 빵은 50여 종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재료 본연의 맛과 냄새가 강하게 난다는 것이다. 대표 메뉴인 ‘쑥 치아바타(3500원)’는 쌀가루로 만들어 촉촉하고 쫀득하면서 쑥의 향이 강하게 난다. ‘메론통통빵’(3500원)의 촉촉한 속은 두유로 직접 만든 크림에 멜론을 짜 넣어 만들었다. ‘고구마 우주선’(2800원)은 우리 흑미로 반죽했고 유기농 콩과 해남 고구마가 듬뿍 들었다. ‘얼그레이 식빵’(4000원)은 얼그레이 홍차를 끓여 넣어 홍차 향이 향긋하다.

   
최 셰프 레시피의 정수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예약제 ‘빵정식’.
예약을 받아 판매하는 ‘빵정식(1만3000원)’은 최 셰프 레시피의 정수를 한꺼번에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다. 과일샌드위치, 미니버거, 부르게스타, 샐러드, 야채스틱, 비건 마요네즈, 스프로 구성됐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판매하는 브런치(과일샌드위치+수제과일 비거트, 9000원)도 이색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010-2355-2772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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