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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2> 프랑스 라로셸해양박물관

옛 수산시장에 세운 박물관 … 병원선·어선이 하나의 전시실 되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03 18:47:2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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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 낭트공항서 기차로 2시간 반
- 작지만 단단한 대서양 항구도시
- 시내 복판 등대가 상징처럼 우뚝

- 본관에선 수산 역사 소개에 집중
- 고지도 복제본 셔츠 선박모형 등
- 숍엔 세상 모든 해양기념품 구비

- 길가엔 퇴역한 요트 수집품 전시
- 아쿠아리움·대학 등도 인근 위치
- 해양문화 인프라 전략 배치 눈길

라로셸은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지명은 아니다. 프랑스 대서양변의 유명도시 낭트가 곁에 있다면, 그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라로셸을 한국에서 가자면 낭트공항에 내려 시내 중앙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두 시간 반 정도 가야만 도착한다. 비행장이 없다. 그러나 라로셸은 오지가 아니다. 선박이 오가면서 중세 이래로 번성을 거듭해온 도시이기 때문이다.
라로셸 해양박물관 본관 전경. 흡사 컨테이너 조합군처럼 여러 개의 단층 가건물이 길게 연이어져 있다. 원색 지붕이 눈길을 끄는 본관은 주로 수산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 색깔의 등부표가 널브러져 있다.
라로셸은 작지만 단단한 과거와 미래의 희망을 지닌 대서양 해안 유수의 해양도시다.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 브레스트가 해군의 본산으로 자리 잡은 데 반해, 그 남쪽 해안에는 무역과 조선소, 어업의 도시인 라로셸이 자리매김한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사진가와 작가, 예술가들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바다도시로 변신했다. 해안의 야외카페에서는 바다를 즐기는 많은 이가 도시와 바다와 역사와 문화를 만끽하는 중이다.

라로셸의 상징은 옛 항구로 들어오는 어귀에 버티고 서 있는 14세기 고딕 양식의 성 니콜라스(St. Nicolas)와 체인(De La Chaine) 탑이다. 두 탑과 연결되어 긴 성벽이 해안으로 돌출되면서 거대한 해안 장벽을 구축한다. 항구 안쪽에는 더 오랜 시기인 12세기에 축성된 랑트렌(La Lantrene) 탑이 서 있어 지금도 성문 밑으로 차가 통과할 정도로 견고하다. 이들 고딕양식의 중세 유산은 오랜 해양 성곽도시의 역사가 대외 진출과 방어라는 두 숙명을 안고서 부단히 흘러왔음을 웅변한다. 무역을 통해 많은 부를 축적시킬 수 있었지만, 끊임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던 해안 성곽도시의 운명이다.

성 니콜라스 타워 바로 옆에는 라로셸 해양청 건물이 아담하게 자리 잡았다. 작지만 단아하고 품격 있는 석조건물이다. 바로 옆에는 흰 등탑 위에 붉은색 조롱을 얹은 라로셸 등대가 있다. 격조 있는 오랜 소나무도 곁에 함께한다. 먼 곳이 아니라 시내 복판에 유서 깊은 등대가 상징처럼 서 있기에 혹자는 라로셸을 ‘등대의 도시’라고 부른다. 라로셸의 해양친수적 분위기는 도로 복판에 퇴역한 등표를 세워 공공조각으로 활용할 정도다.

등대에서 불과 100여 m만 걸어 나오면 해양박물관에 도착한다. 입구에서 라로셸의 아쿠아리움을 만나게 된다. 말하자면 전통적 해양유산 지구, 아쿠아리움과 해양박물관이 복합적으로 배치된 지구로 해양도시의 축이 설정되어 있다. 작지만 단단한 해양도시라고 했을 때, 이와 같이 가성비 있는 지향점 덕분에 바쳐진 헌사일 것이다. 그런데 라로셸의 해양박물관은 일반적인 범주와 조금 다르다.

■수산시장이 박물관으로 변신

라로셸 등대. 바로 옆에 보이는 건물은 해양청이다.
이 박물관은 역사가 짧다. 지금도 이 박물관은 나날이 성장 중이다. 비교적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버스 단체 관람객도 몰려올 수 있게 배려했다. 해양박물관 본관은 흡사 컨테이너 조합군처럼 여러 개 가건물을 연이어서 길게 단층으로 지어졌다.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조 지붕이 멋을 부리는데 다양한 색깔의 등부표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본관은 주로 수산의 역사를 다룬다. 라로셸 사람들은 이베리아반도의 서쪽이나 프랑스 북쪽까지 진출해 고기를 잡아왔다. 오랜 전통의 수산시장이 본디 오늘날의 박물관 부지이며, 가공공장 등이 밖으로 이동하고 난 다음에 도시재생이 이루어져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역사적 수산업 전통을 현대적 해양문화 인프라로 바꾼 좋은 사례다.

본관 건너편에 사무동 건물이 있는데 여기가 수산공장 터다. 이 건물에서 놀라운 것은 1층에 마련된 박물관 숍이다. 세상에서 만들어진 모든 해양 기념품을 긁어모은 듯 다양한 물건이 매장을 가득 채운다. 선박에서 쓰는 체인에서부터 등롱, 등대 모형과 선박 모형, 다양한 바다그림과 고지도 복제본, 셔츠와 모자와 신발 등 바다 패션, 이 밖에도 다양한 해양 기념품과 실생활용품이 전시되고 판매된다. 단순한 가게로 보면 안 된다. 해양도시의 품격에 걸맞은 물건을 만들어내고 판매하고 사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그런 상호 관계가 그 도시의 해양력 징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작 라로셸 해양박물관의 핵심은 지상에 자리 잡은 건물이 아닐 수도 있다. 아쿠아리움에서부터 박물관으로 오는 길목에 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는데, 이 역시 수집품이다. 퇴역한 명성 있는 요트를 모아 놓고 길가에 요트의 역사를 입간판으로 설명해두었다.

■라로셸대학도 박물관지구에 포함

해상에 전시된 병원선. 본관에서 걸어갈 수 있고, 일부만 관람객에 공개된다.
해상박물관은 병원선과 어선이 주력이다. 박물관 본관에서 그대로 병원선으로 걸어 들어간다. 항해 관제실, 환자 진료실, 의사와 간호사 방, 침실과 회의장, 주방시설, 엔진 룸까지 전시된다. 큐레이터의 안내로 들어가 보니 병원선의 대부분은 그대로 방치된 채로 보존만 되어 있는 상태고, 일부만 리노베이션해 전시 공간으로 관람객에서 공개 중이다.

병원선 앞에는 큰 트롤선 두 척이 정박해 있다. 1954년에 건조되어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서쪽, 프랑스 북쪽에서 트롤 조업을 하던 배이다. 한 번 나가면 보름여 작업할 정도로 비교적 규모가 큰 어선이다. 그물을 끌어올리던 크레인, 생선을 담던 창고, 어부들의 안식 공간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정박하고 출어하여 고기를 잡아 돌아오면 생선을 부려서 가공공장으로 보내던 수미일관된 수산업 전통이 그대로 박물관 전통으로 변신했다. 항구와 선박과 건물이 변신한 가운데 문화적 해양콘텐츠가 미학적으로 결합해 전시되는 중이다.

해상전시실 곁에는 라로셸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다에 관한 학술연구가 이루어지고 해양인을 배출하는 공간이 박물관지구에 포함된다. 아쿠아리움, 박물관, 대학 등이 융·복합으로 배치되어 있는 해양전략적 사고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대학에서 걸어 나오면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영도다리처럼 오르내린다. 그 모습을 보고자 관광객이 운집한다. 다리를 건넌 사람들은 등대를 거쳐서 그대로 성곽 안쪽의 시내나 해안가 성곽을 따라서 관광을 즐긴다.

라로셸의 선진적 사례는 어떻게 유서 깊은 해양성곽도시가 전통을 지키면서도 법고창신하여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전범이다. 그 전범의 문화적 징표로서 해양박물관이 기능 중이다. 이 젊은 박물관은 나날이 성장할 것이고, 혹여 10여 년 뒤에 다시 방문한다면 몰라보게 변해 있을 정도로 예측되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말해주는 중이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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