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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게 뻗은 숲의 행렬…사시사철 매력 가득

경남 밀양 위양지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6-26 19:16:34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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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 위한다는 이름의 저수지
- 농사에 필요한 물 공급 위해
- 신라 말~고려 초 축조 추정

- 30분 정도 걸리는 1.2㎞ 둑길
- 이팝나무 꽃 피는 5월 최고지만
- 버드나무·소나무 등 군락 이뤄
- 언제 찾아도 충분히 아름다워
- ‘산림청 아름다운 숲’에도 선정

- 드라마 ‘달의 연인’ 배경 완재정
- 아담하고 소박… 관광객에 인기

이곳은 저수지인가 관광지인가. 저수지와 관광지 둘 다 맞는 답이다. 주변 논에 농사 짓는 물을 대는 저수지이면서 빼어난 풍광까지 갖춰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부산에서 가까운 경남 밀양시 부북면의 위양지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둑길에 쳐진 안전 펜스 너머 저수지 풍광을 즐기고 있다. 못가의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 사이로 건너편의 이팝나무 군락과 완재정이 보인다.
옛 문헌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름이있으나 위양지 혹은 위양못이라고 부른다. 위양은 양민(백성)을 위한다는 의마라고 한다. 백성들이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니 어쩌면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위양지가 있는 마을 이름도 위양이다. 위양지가 만들어진 것은 신라 말~고려 초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축조 연대는 알 수 없다. 임진왜란 때 무너진 것을 1634년(인조 12년)에 부사 이유달이 새로 지었다고 한다. 현재의 위양지는 애초보다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확인할 길이 없다. 밀양시 문화관광해설사 장창진 씨는 “위양지의 물은 밀양의 진산인 화악산 등줄기에서 흘러들었는데 수질도 뛰어나다”고 했다.

■언제 찾아도 멋진 풍광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나무가 자연스레 의자가 된 포토존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위양지를 찾아갈 때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위양지는 저수지가의 이팝나무가 활짝 피는 5월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이팝나무는 나무 전체를 뒤덮은 하얀꽃이 마치 흰 쌀밥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위양지 이팝나무는 밀양 8경 중 하나다. 이팝나무가 활짝 필 무렵에는 이 모습을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 작가가 모여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각’ 취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6월의 위양지도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사실 위양지는 이팝나무가 꽃이 없더라도, 언제 찾아도 나름의 매력을 갖춘 장소다. 위양지 둑길 주변 숲은 2017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위양지 둑길은 싱그러운 나무 그늘이 내내 이어져 여름에도 걷기 좋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빠져나오니 바로 저수지 둑길과 연결됐다. 저수지 둑이 낮은 것도 위양지의 특징이다. 수면과 눈높이 차이가 적어서 저수지 전체 모습이 시야에 더 잘 들어온다. 부드러운 흙길의 저수지 둑길을 시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마치 울창한 숲에 들어온 듯했다. 유월의 따가운 햇별을 막아 그늘을 만들어주니 우선 시원해서 좋았다.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팝나무와 버드나무, 소나무 등 하나같이 운치 있게 뻗은 숲의 행렬은 둑길 내내 이어진다. 울창한 숲 사이로 저수지를 향한 시야도 함께 트여 있어 내내 눈이 즐겁다. 역시 생각은 모두가 비슷한가 보다. 옆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도 저수지 풍경을 담던 중년의 일행들은 “이팝나무 필 때가 아름답다고 하던데 지금도 예쁜데…”라며 즐거워 했다.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저수지 둑길 너머로 막 모내기를 끝낸 더넓은 들판도 보였다. 멀리서 봐도 논바닥에 물이 충분해 보였다. 위양지에서 흘러든 물이 틀림없어 보였다. ‘수질이 좋은 물을 먹고 자란 벼에서 나온 쌀은 밥맛도 좋겠지’. 혼자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번엔 못가에 비스듬히 누운 아름드리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서 저수지 반대편을 바라보니 우거진 이팝나무 군락 사이로 조그만 정자가 있다. 이팝나무와 이 정자 형상이 수면 위에 비칠 때 모습은 위양지 풍경의 백미다.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포토존이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나무는 자연스레 벤치가 되어 관광객들에게 기꺼이 내어주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기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을까. 나무 표면이 반들반들 거렸다. 저수지 둑길 전체 길이는 1.2㎞에 불과하다. 쉬엄쉬엄 걸어도 20~30분이면 걷는다. 하지만 편안하면서도 예쁜 풍광 때문인지 실제로 느끼는 힐링의 정도로 치자면 꽤 먼 길을 지나온 듯하다.

■100년 넘은 전통가옥 잘 보존

안동 권씨 집안에서 위양지에 지은 완재정 입구.
출발했던 장소 근처로 돌아오니 저수지 안쪽 섬과 연결되는 돌다리가 보였다. 위양지 안에는 원래 다섯 개의 작은 섬이 있었다. 이 섬들은 임진왜란 이후 이곳에 정착한 안동 권씨 집안의 학산 권삼변이라는 사람이 조성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권삼변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모친을 직접 모시고 의병으로 나섰는데, 모친과 함께 일본군의 포로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지극한 효성에 감복한 일본군의 지휘관이 모친을 특별히 석방해주었다고 한다. 자신은 비록 일본으로까지 끌려갔으나 결국 무사히 돌아왔다. 권삼변이 조성한 다섯 개의 섬 가운데 두 개는 뭍으로 변해, 세 개의 섬만 남았다. 이곳에 자리잡은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의 건물은 완재정으로, 조금 전 건너편에서 봤던 정자다. 완재정은 권삼변의 후손이 1900년에 지었다. 완재정은 드라마 ‘달의 여인’이 촬영됐던 장소이기도 하다. 완재정을 비롯한 이 일대는 지금도 안동 권씨 가문에서 관리하고 있고, 입구에서는 권삼변을 기리는 비석도 있다. 완재정 마루에 걸터앉아 담 너머 저수지 풍광을 보고 있으면 더위도 저만치 물러간다.

퇴로마을 여주 이씨 집안의 100년 넘은 고택.
위양지 바로 이웃에는 퇴로마을이 있다. 화악산 아래 자리 잡았는데 마을 앞으로는 규모가 꽤 큰 가산저수지가 있다. 경관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여주 이씨 종택인 이씨고가(경남도 지정 문화재)가 있다. 조선조 후기인 1890년에 항재 이익구가 건립해 100여 년 동안 5대에 걸쳐 보존된 전통 가옥이다. 이 집은 기와를 얹은 흙담장으로 구획된 부지에 남향으로 지은 목조 기와집으로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정침과 중사랑 그리고 별채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옆에는 항재 이익구의 조카가 살던 전통 가옥도 있다. 죽음을 앞둔 노모의 씻김굿을 통해 고달픈 이승의 한과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낸 영화 ‘오구’(2003년작)의 대부분이 이 집에서 촬영됐다. 여주 이씨의 재실인 삼은정도 이 마을에 있다. 이 마을은 여주 이씨 집성촌이었으나 지금은 함평 이씨 등 여러 성씨가 어울려 살고 있고, 주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퇴로마을에서는 또 예부터 큰 부자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 근처 가볼 만한 곳

- 화려한 밀양연꽃단지
- 연근수확체험도 가능

밀양연극촌 입구에 조성된 연꽃단지.
밀양 연꽃단지는 부북면 가산리 밀양연극촌 주변 40필지 7만4675㎡ 규모다. 밀양시가 2009년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아름다운 가산숲과 밀양연극촌의 상생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성했다. 시민과 관광객에게 편안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꽃 수변식물 수서곤충을 관찰할 수 있고 연잎·연실·연근수확체험도 가능하다. 연꽃 종류도 워낙 다양해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 빠져든다고 한다. 연꽃단지 사이로 덱도 조성돼 있어 좀 가까이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연꽃이 본격적으로 피는 7~8월이면 뜨거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애초에 없던 박터널도 생겼는데 박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능소화가 피는 여름이면 시원스런 터널이 돼 관광객에 인기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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