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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1> 고베항의 고베해양박물관

에도시대 제1의 개항장 … 탄탄한 네트워크로 日 해양문화 중심 ‘우뚝’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9 18:50:5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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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유럽·中 교역창구로 번화
- ‘일본 내 외국’ 이국적 풍경 간직

- 최초 수입 베네치아산 곤돌라
- 남미 갈대로 만든 안데스 배 등
- 항구 역사 담은 볼거리 다양
- 대기업 통큰 문화투자 부러워

- 1995년 대지진 닥쳐 큰 피해
- 2004년 재개장 모던한 변신

- 나고야·요코하마 역사관 등
- 전국의 해양박물관 결집시켜

일본 고베항은 헤이안 시대에서 무로마치 시대(9~16세기)까지는 한반도나 중국과의 교역 창구였다. 에도 시대(17세기 초~19세기 중반)에는 군내 해운의 요충지로 번창했으며,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한 개항 이후 최고의 개항장으로 명성을 구가했다. 오늘날도 고베항 언덕배기에 위치한 이인촌(異人村)에는 선교사, 무역상 등 고베에 거주하던 외국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국인촌은 일본에서도 나가사키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곳으로 유럽뿐 아니라 대중국 무역과 항해에서도 단연 고베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 이국적인 ‘일본 내 외국’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다.

고베해양박물관은 고베 개항 12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고베항진흥협회가 추진해 1987년 개관했으며, 2005년 ‘바다에서, 항구에서 고베가 시작되어 미래로 출항한다’는 새 콘셉트로 재개관했다. 초기에는 전시장 성격이 강했는데, 2005년 이후 박물관 성격을 강화해 일상적으로 관람객이 찾아올 수 있게 유도했다.
   
일본 고베해양박물관 1층은 선박과 항해관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고베항의 역사를 담은 전시물로 채워져 있다. 사진은 1866년 고베 개항을 축하하기 위해 찾았던 영국 함선 로드니호 모형으로 박물관 1층에 전시돼 있다.
■ 선박은 물론 항구의 역사도

고베해양박물관 1층에는 선박과 항해관이 있다. 고베항의 항구 시설, 배의 구조와 크루즈선의 매력 등을 소개한다. 선박 모형, 디오라마, 영상 그래픽 등으로 어린이도 쉽게 알 수 있게 눈높이를 낮추어 설명한다. 일본 최초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수입한 6인승 대형 곤돌라, 1866년 고베 개항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외국 함선 18척 가운데 하나인 영국 함선 로드니호 모형 등이 눈에 띈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을 리노베이션하여 항만역사관을 갖추도록 추진하고 있는데, 고베시는 일찍이 이런 생각을 구현한 셈이다.

2층 전시는 역사로 본 고베항이 주제다. 오랜 옛날부터 천혜의 항구로 알려졌고, 세토나이카이의 요충지로 번창한 고베항을 소개한다.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고베항과 거리의 모습을 선박 도구와 항해 일지 등의 실물, 디오라마, 선박 모형, 그래픽 등으로 전시한다. 더 먼 과거부터 에도 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베 항구와 선박이 어떤 발달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메이지 시대에 개항과 더불어 항구의 문명개화가 이루어지던 근대 항구의 족적은 어떠했는지를 알려준다. 범선 시대에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면서 뱃머리에 달았던 신성 수호신인 피겨헤드, 남미 티티카카 호수의 갈대로 만든 안데스의 배 등 독특한 볼거리도 전시 중이다.

   
고베해양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배를 타고 항구를 둘러보고 있다.
고베해양박물관에는 ‘가와사키 월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일반 해양박물관과 다르게 조금 독특한 면모를 가지는데, 리플릿에는 ‘육·해·공의 테크놀로지’를 전시한다고 쓰여 있다. 고베항과 역사를 함께해온 가와사키중공업의 역사와 생산 제품까지 소개하는 기업박물관이 붙어 있는 것이다. 신칸센, 헬리콥터, 모터사이클 등의 실물 전시를 통해 가와사키그룹의 육·해·공 사업을 소개한다.

웰컴 게이트를 지나면 창업자 소개 코너, 역사 코너, 가와사키 월드 극장, 지구 환경 코너, 모터사이클 갤러리, 땅과 바다와 하늘 공간, 퍼포먼스 로봇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기업 선전이 지나치다는 느낌도 있지만, 한편 우리나라의 해양 관련 기업은 왜 문화사업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지 비교하게 되기도 한다. 문화가 경제이고 힘이고 미래다. 우리 기업도 문화에 대한 수준과 안목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 무인 잠수정 등 다양한 볼거리

   
메리켄파크의 전망대.
고베해양박물관은 메리켄파크에 있다. 고베항 전체가 조망 가능한 타워, 초전도 기술을 이용한 자석의 힘으로 해수를 밀어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초전도 전자 추진선 ‘야마토’, 양력식 복합 지지 선형의 모형선인 테크노 슈퍼 라이나 ‘하야테’, 자율형 무인 잠수정 ‘마린버드’ 등도 메리켄파크의 볼거리다. 그 옛날 많은 사람이 이민을 떠났던 이민을 기리는 탑, 메리켄 극장, 호텔 등 워터프런트 연관 시설이 즐비하다. 북항 재개발을 서두르는 부산은 고베항의 앞선 경험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은 선진적이고, 어떤 것은 진부한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베항 메리켄파크에서 안타까운 것은 지진으로 인한 ‘재해 메모리얼파크’다. 강력한 지진을 맞은 고베항은 결국 동아시아 최대의 무역항이라는 이점을 끝내 부산에 물려주는 결정타를 맞았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46분 아카시해협 부근을 진원지로 하는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사상자 수만 5만229명, 가옥 피해 63만9686채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엄청난 자연재해로 결정타를 맞았으나 고베는 새롭게 도시를 재건해냈고, 그 과정에서 모던하게 바뀌었다. 메모리얼파크는 보존 구역과 재건 구역으로 나뉜다. 보존 구역은 고베 지진으로 발생한 피해 상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피해 당시 모습을 그대로 남겼다. 재건 구역은 지진으로 인한 영향과 재건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고베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모던하게 변하는 계기를 맞았다. 1987년 개관한 후 2005년 재개장하게 된 바탕에도 이러한 변신의 힘이 작동한다. 고베는 개항장으로서 원래부터 모던한 항구였으나, 이제 좀 더 모던한 도시로 변신했다. 고베의 음식이나 패션, 선물 가게 등은 멋지고 세련된 것으로 유명한데, 일본 내에서도 으뜸이다. 고베해양박물관은 이러한 고베항의 해양 문화적 중심으로서 우뚝 서 있는 셈이다.

특기할 것은 고베해양박물관이 중심이 되어 ‘워터프런트박물관협회’가 꾸려졌고, 정기적 모임과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나고야해양박물관, 나고야남극관측선, 도쿄선박과학관, 아모모리연락선기념관, 요코하마의 일본우편선역사박물관, 나가사키역사박물관 등 많은 박물관, 전시관, 역사관 등이 고베해양박물관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해양 수도 부산’을 주창하는 부산도 고베시의 경우를 참고하여 국립해양박물관이 현재 운영 중인 ‘해양박물관 네트워크’를 좀 더 활성화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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