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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송강호 4번째 호흡…칸에 초대된 ‘두 가족 희비극’

‘기생충’ 제작보고회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4-24 18:55:1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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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 감독 10년 만에 국내 연출작
- 양극화 사회 극단적 삶 교차
- 이선균·조여정 등 캐스팅 화제
- 내달 칸영화제 경쟁부문 올라

- 봉 “송 선배는 배우계의 메시”
- 송 “한국 영화의 놀라운 진화”

K-팝이 한류의 최전선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알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영화의 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이라는 희소식과 함께 제작보고회를 갖고 베일 속의 모습을 조금 드러냈다.
   
식구가 모두 백수인 기택 가족의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IT기업 사장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두 가족 간의 사건을 다룬 영화 ‘기생충’. 왼쪽부터 최우식 송강호 장혜진 박소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생충’은 봉 감독과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로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가 네 번째 의기투합한 영화다. 전작으로 글로벌 프로젝트였던 ‘설국열차’ ‘옥자’를 연출했던 봉 감독이 ‘마더’ 이후 10년 만에 온전히 국내에서 연출한 작품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한 2017년 ‘옥자’에 이어 연속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이번에는 수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외 영화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다음 달 1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되기 때문에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지난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봉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가족 희비극 ‘기생충’에 대해 알아봤다.

■‘기생충’의 시작

   
봉준호 감독
“제목이 ‘기생충’이지만 기생충이 영화에 나오진 않는다. 물론 배우들에게 기생충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농담으로 ‘기생충’에 대한 언급을 시작한 봉 감독은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시 ‘님의 침묵’에서 ‘님’이 뜻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했는데, 영화를 보고 ‘기생충’은 무엇일까 추측하게 되는 영화”라고 ‘기생충’에 대해 알 듯 말 듯하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생충’의 내용은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두 가족 간의 사건을 다룬다는 것이다. 명문대생 친구의 제안으로 가짜 재학증명서를 가지고 박 사장 집에 면접을 가게 된 기우는 네 식구 모두 백수인 기택 가족의 희망이 되고, 빼어난 포토샵 실력으로 가짜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기택의 백수 딸 기정 또한 박 사장과 미술 과외 면접을 본다. 그러면서 완전히 상반된 사회적 지위와 환경을 지닌 두 가족이 부딪히게 된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출발점에 대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면 영화의 출발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생충’은 2013년 겨울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다른 환경을 지녀서 일상에서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어떤 계기로 마주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야기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봉 감독은 글로벌 프로젝트인 ‘설국열차’ 후반작업을 하고 있을 때로, 이후 영화계에서 봉 감독의 차기작 제목이 ‘데칼코마니’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의외의 조합, 캐스팅

‘기생충’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의아했던 점은 바로 캐스팅이었다. 봉 감독과 네 번째 작업인 송강호나 ‘옥자’에서 만난 최우식은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그리고 이름도 낯선 장혜진의 캐스팅은 의외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분량이 가장 많다”며 자랑한 기우 역의 최우식은 “‘옥자’ 시사회를 마치고 뒤풀이에서 저녁을 먹는데 봉 감독님이‘마른 체형을 유지하라’고 힌트같이 말씀을 했다. 당시에는 무슨 말씀인가 했는데, 다음에 같이 하자고 하더라”라고 캐스팅 순간을 전했다. 봉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IT기업 박 사장 역의 이선균은 “봉 감독님이 제안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 제안을 받았다는 것 자체로 마치 대학교 입학할 때처럼 흥분됐다”, 박 사장의 아내로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 연교 역의 조여정은 “‘아주 작은 역이라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역할이 커서 더없이 행복하게 작업을 했다”, 미대에 떨어진 백수 기정 역의 박소담 역시 “믿기지 않았고, 송강호 선배님의 딸로 나온다고 해서 끌렸다”며 캐스팅 과정을 소회했다. 마지막으로 ‘기생충’의 히든카드는 대중에게 낯설지만 연극과 영화에서 연기파 배우로 통하는 기택의 아내 충숙 역의 장혜진이다. 봉 감독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에 출연한 장혜진의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으며, 장혜진은 몸무게를 무려 15kg을 불려 ‘기생충’에서 완벽한 생활연기를 펼쳤다.

■봉준호와 송강호

그리고 칸영화제

봉 감독은 “‘기생충’의 훌륭한 면이 있다면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언제 이런 배우들을 한데 모셔서 찍을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는데, 그가 생각한 ‘기생충’ 캐스팅의 첫 단추는 바로 송강호였다. 기택 역으로 처음부터 송강호를 떠올렸는데, “‘살인의 추억’ 이후 지난 17년간 송 선배님과 함께해서 기쁘고 영광이었다. 송 선배님은 정신적으로 의지가 될 수 있어서 더 과감하고 어려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셨다. 축구로 치면 메시나 호날두처럼 작은 동작 하나로 경기의 수준을 다르게 만드는 존재다. ‘기생충’에서도 영화의 흐름을 규정하는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극찬을 했다.

송강호 역시 “영광스럽다. 봉 감독과 ‘설국열차’ 이후 6년 만에 호흡을 맞췄는데, 매번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꾸준히 도전하는 분이다”며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살인의 추억’과 가장 비슷했다. ‘기생충’은 ‘살인의 추억’ 이후 봉 감독과 한국영화의 놀라운 진화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 ‘마약왕’ 등에 출연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했던 송강호가 이번에는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을 어떤 모습으로 연기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사람답게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칸영화제와의 인연도 깊다. 봉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로, 송강호는 ‘괴물’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에 이어 ‘기생충’으로 모두 다섯 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은 ‘기생충’을 비롯해 세계적인 거장 켄 로치, 테렌스 멜릭, 다르덴 형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짐 자무쉬 감독 등의 연출작 19편이 초청됐다. 봉 감독은 “영광스럽고, 떨린다.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처음 선보이니까 그 자체로 기쁘다”며 “워낙 어마어마한 감독님들이 포진해서 그 틈바구니에 낀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수상 가능성은 높다”며 수상 가능성을 점쳤다. 송강호 역시 “경쟁무문에 초청된 ‘밀양’이 여우주연상,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기생충’도 그 전통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맞장구쳤다. 이번에는 봉 감독이 감독상을,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그림을 그려본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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