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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에 일주도로 개통…울릉도 유람이 쉬워졌다

울릉도를 차 타고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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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도로 개설 시작
- 지난달 29일 개통식 열어
- 거북바위·태하항·관음도 등
- 비경 느긋하게 만끽 가능

- 주민이 꼽는 최고 경관
- 2.6㎞ 행남해안산책로엔
- 화산활동 증거 곳곳에

동해안의 항구에서 뱃길로 최소 두 시간. 끝없어 보이는 수평선 위, 파도에 얼룩진 선창 너머 문득 나타나는 울릉도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2500만 년 전 신생대의 화산 분화로 탄생한 울릉도는 그래서 젊은 섬이다. 나리분지 분화구를 둘러싼 성인봉을 비롯해 불끈불끈 솟은 봉우리들을 중심에 두고 가파른 단애가 바다와 만난다. 워낙 가파르게 바다로 뛰어드는 섬인지라 울릉도의 도로 사정은 육지와는 아주 다르다. 하지만 최근 일주도로가 연결되며 한결 편하게 울릉도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울릉도 여행의 아쉬웠던 1%를 채워준 일주도로 개통에 맞춰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 일주도로의 삼선암 근처에서 바라본 관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보행연도교를 건너가야 한다. 연도교 위에서 발아래 해안과 주변을 둘러보면 육지와는 다른 울릉도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바다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일주도로 타고 보는 울릉도 절경

울릉도는 면적으로는 전남 완도와 돌산도의 중간이다. 작지 않은 섬인데 둘레를 도는 일주도로는 지난 연말에야 온전히 연결됐고 지난달 29일 개통식을 열었다. 1963년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의 하나로 도로 개설을 시작한 뒤 지난해 말 55년 만에 전체 44.55㎞ 구간이 완공됐다. 이전에는 도동항을 기점으로 해서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돌아 북동쪽 끝 관음도 입구인 섬목까지 구경한 뒤 반대로 되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북면 와달리 구간이 개통돼 이제는 양방향으로 섬을 일주하며 해안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와달리 구간에는 북쪽에서부터 섬목터널, 와달리터널, 내수전터널이 해안 절벽을 뚫고 지난다.

오롯이 연결된 일주도로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울릉도를 느긋하게 일주했다. 사동항을 지나면 가장 먼저 거북바위를 만난다. 통구미마을 앞 바닷가에 높이 35m의 거북바위가 한낮의 햇빛을 역광으로 받으며 거무스름한 형체를 드러낸다. 두 가지 다른 성질의 바위로 이뤄진 거북바위는 전체가 한 마리의 거북이 아니라 보는 방향에 따라 위와 아래를 향한 여러 마리 거북이 모여 있는 형상이란다. 울릉도를 특징짓는 풍광인 화산 지형은 육지와 비교해 크게 차이 나고 같은 화산섬인 제주도와도 다르다. 울릉도는 특유의 화산 지형이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독도와 함께 2012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남양항 방파제 앞의 사자바위.
신호등이 있는 1차로 통구미터널을 통과해서 벼랑 아래 해안도로를 달리며 동해의 수평선과 기암의 비경을 보느라 시선을 돌릴 틈이 없다. 남양항 마을 뒤로는 비파산 동쪽 사면의 주상절리인 국수바위가 인상적이다. 방파제 앞 사자바위를 본 뒤 연달아 터널이 나오는 울릉순환로를 달린다. 빙빙 돌아 올라가는 수층교를 지나 산중턱에서 기막힌 조망을 즐긴 뒤 태하항으로 내려간다. 이곳의 명소인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은 보수를 끝내고 다음 달 3일 운행을 재개한다. 모노레일 대신 태하해안산책로에서 아쉬움을 달랜다. 태하등대까지 해안을 돌아가는 산책로에서는 부서지는 파도와 갈매기를 발아래 두고 바라볼 수 있다.

   
1940년대에 건축해 울릉도 개척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너와 투막집.
현포령을 넘으면 현포항을 지나 코끼리바위가 반긴다. 해안에서 500m가량 떨어진 이 바위는 서쪽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코를 물에 담근 코끼리다. 천부항에서는 일주도로를 벗어나 나리분지를 다녀올 수 있다. 전망대에서 산중 평원의 장관을 보고 분지로 내려가면 투막집과 너와집, 명이나물 등 나물 밭을 구경할 수 있다. 천부로 돌아와 일주도로를 계속 가면 곧바로 울릉도 북쪽 최고의 경관인 삼선암과 관음도를 만난다. 울릉도에 반해 이곳에서 놀다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가 된 세 선녀를 뒤로하고 모퉁이를 돌면 보행연도교로 연결된 관음도가 나타난다. 여러 차례에 걸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관음도는 바닷물의 침식으로 깎여 울릉도에서 떨어져 나갔다. 연도교에서 본섬을 바라보면 주상절리 사면에 갈매기들이 가득 둥지를 틀고 자리 잡은 모습이 이채롭다.

   
화산섬 울릉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행남해안산책로의 도동항 인근 구간.
■최고 경관 행남해안산책로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성벽처럼 솟은 화산섬 울릉도의 모습을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울릉도가 화산섬이라는 걸 가장 여실하게 보여주는 장소는 따로 있다. 울릉도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경관이 도동항과 저동항을 잇는 2.6㎞ 길이의 행남해안산책로다. 도동해안산책로와 저동해안산책로, 중간의 도동등대(행남등대)로 가는 길을 엮은 이 길은 해안에 부딪쳐 깨지는 파도와 동해 맑은 물, 하늘과 바다를 반듯하게 가른 수평선을 보면서 걷는 야외 지질 박물관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갈매기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해안산책로에서는 울릉도가 생성될 때의 초기 화산활동의 증거가 놓여 있다.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하자마자 파도에 벼랑이 침식돼 만들어진 해식 동굴과 화산 생성물인 베개용암, 타포니, 재퇴적쇄설암 같은 흥미로운 지질 구조를 살필 수 있다. 울릉등대로 올라가는 산길 구간을 넘어가면 저동해안산책로가 저동항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데 역시 벼랑을 깎아 낸 산책로에서 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전체 구간이 어렵다면 도동항에서 출발해 도동해안산책로만 왕복으로 걸어도 된다.
   
뾰족한 분화구 봉우리를 배경으로 태하항으로 내려가는 길에 유채꽃이 만개했다.

◆ 여행 팁

- 교통편·숙소 한정돼 … 여행사 이용하는 게 편리

울릉도에 가려면 포항 후포 묵호 강릉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을 이용해야 한다. 부산에서 가기에는 경북 포항이 편리하다. 포항과 울릉도 도동항을 오가는 배가 가장 대형이다. 하지만 거리는 217㎞로 네 곳의 항구 가운데 가장 멀다. 소요 시간은 3시간. 경북 울진 후포항은 159㎞ 거리로 가장 짧고 소요시간도 2시간20분이다. 후포항에서 출발한 쾌속선은 울릉도 사동항으로 간다.

요즘은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가운데 자유여행객이 20~30%로 늘었지만 교통편이 한정돼 있고 숙소와 식당이 적은 만큼 여행사를 통하면 편리하게 울릉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여행 상품은 물론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울릉두레관광(054-791-9696, duretour@naver.com)을 이용하면 일반적인 울릉도 내륙 여행 코스는 물론 섬 일주 유람선이나 죽도·독도 유람선 여행 상품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성인봉 등산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일정에 맞춰 코스를 구성해 준다.

울릉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고립된 섬인 만큼 여느 여행지와는 다른 점이 많다. 흔히 울릉도를 여행할 때는 세 가지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바로 도로와 숙소, 식당이다. 일주도로가 최근 개통하기는 했지만 파도의 영향을 받는 해안을 낀 도로가 많아 보수공사와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이 상당수다. 포장 상태도 좋지 않아 ‘울릉도는 뱃길도 울렁, 도로도 울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숙소도 육지의 기준에 눈높이를 맞추면 안 된다. 나물이나 일부 해산물을 제외하면 쌀을 비롯해 대부분 식자재를 육지에서 반입해야 하기에 음식값도 비싸다. 하지만 더없이 맑은 공기와 깨끗하고 풍부한 물은 울릉도의 자랑이다. 또 쓰레기를 보기 어렵고 부두 악취가 없는 깨끗한 섬이 울릉도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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