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 연화리 54년 된 붕장어 집
- 오랫동안 찾아오는 단골 수두룩
- 아들부부가 어머니 솜씨 이어
- 회는 물론 독특한 ‘국찜’도 인기
- 유압기로 기름 꽉 짜낸 붕장어
- 멀리서 택배로 시키는 사람 많아
횟집이 ‘맛집’으로 인정받으려면 싱싱한 횟감이 가장 중요할까.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죽도횟집(051-721-2411)’에 가보고 횟집 운영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알게 됐다. 반세기 동안 한자리에서 대를 이어 장사하는 죽도횟집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비결은 싱싱한 횟감만이 아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육성 사업 ‘백년가게’에 선정된 죽도횟집의 54년 영업 노하우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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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도횟집 2대 대표 윤재홍 씨(왼쪽), 장을 확인하는 아내 이민정 씨. |
기장 연화리는 요즘 해물모둠과 전복죽을 먹으려는 관광객이 몰려 성황을 이룬다. 바닷가 포장마차 해녀촌과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횟집은 주말에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죽도횟집은 연화리의 숨겨진 맛집이다. 식당에서 바다가 보이지도, SNS에 후기도 별로 없지만 단골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아는 사람만 아는, 나만 알고 싶은 횟집으로 알려져 있다.
죽도횟집은 1965년 현재 자리에서 식당을 시작했다. 현 죽도횟집 윤재홍(54) 대표의 어머니 이송자(79) 씨가 집 한쪽 벽을 헐어 구멍가게 겸 식당을 열었다. 당시 연화리 앞 죽도에 놀러 온 관광객에게 막걸리를 팔다 안줏거리로 생선회를 내놓은 것이 점차 모양을 갖춘 식당으로 발전했다.
부산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윤 대표는 다른 직장을 찾지 않고 가업을 물려받았다. 결혼한 뒤에는 아내 이민정(50) 씨도 합류해 지금은 부부가 운영한다. 어머니는 한 발 물러나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공급하고, 장을 담글 때 손을 보탠다.
죽도횟집의 메인 메뉴는 ‘붕장어’다. 사시사철 잡히는 붕장어를 기본으로 철마다 잡히는 생선을 제공한다.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는 멸치찌개·멸치회,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광어, 봄에는 도다리쑥국 등 계절마다 밥상이 바뀐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역시 붕장어다. 붕장어 회(1인분 2만3000원), 붕장어 국찜(1만5000원), 붕장어 양념구이(2인분 3만5000원)가 있다. 회는 붕장어 껍질을 벗겨 기름을 쫙 뺀 다음 잘게 다져서 나온다. 양배추 겨울초 깻잎 상추 등 채소와 견과류 가루가 뿌려진 그릇에 붕장어 회를 넣고 초고추장을 뿌려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쌈을 싸지 않아도 돼 간편하고, 다양한 채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도 좋다. 같은 산지의 붕장어라도 손질하는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죽도횟집은 붕장어 몸체에 있는 기름을 짤 때 탈수기가 아닌 주문 제작한 유압기를 사용해 기름이 고루고루 잘 빠지기에 무척 담백하다. 이 때문에 “죽도횟집의 붕장어가 아니면 못 먹겠다”고 다른 지역에서 택배로 주문하는 단골도 여럿 있다.
붕장어 국찜도 별미다. 국과 찜 중간 형태라 ‘국찜’이란 이름이 붙었다. 붕장어 무 대파를 푹 고아 체에 거른 뒤 그 맑은 육수에 시래기 도라지 고사리 버섯 조개 방아 대파 콩나물 등 갖은 재료를 넣고 다시 끓인다. 윤 대표가 어린 시절 동네잔치를 하면 집마다 각기 다른 재료로 국찜을 끓였다고 한다. 아내 이민정 씨가 시어머니의 레시피를 토대로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도록 발전시켰다. 완성하는 데 세 시간 반이 걸릴 정도로 손이 많이 가지만 어느 식당에서도 보기 어려운 메뉴라 찾는 손님이 많다. 실제로 붕장어 국찜은 붕장어의 고소함과 채소 육수의 깊고 단 맛이 어우러진 보양 음식이었다.
죽도횟집의 모든 메뉴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바탕에는 ‘장’이 있다. 죽도횟집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근다. 옥상에는 서른 개에 달하는 장독이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장을 숙성시키고 있다. 죽도횟집의 쌈장과 초고추장은 색깔이 다소 짙다. 묵은 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처음 본 손님들은 낯설어하지만 이유를 알고 나면 죽도횟집 마니아가 되고 만다.
죽도횟집은 위생관념도 철저하다.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아서 세월의 흔적은 있지만 무척 정갈하다. 부엌도 손님을 치를 때마다 마감할 때처럼 깨끗이 정리한다. 음식도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야 장만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한 명, 두 명이라도 전화 예약 주문을 하고 가면 기다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상호는 횟집이지만 해산물을 재료로 쓰는 한식집이다. 수십 년째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넘어 젊은 층과 외국인으로 고객층을 넓히고 싶다. 세트 메뉴를 마련하고 홍보를 강화해 제2의 도약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