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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의 남방불교 사찰 순례 <6> 미얀마 쉐지곤 파고다

붓다의 깨달음 가득한 불국토 … 늘 깨어 있는 삶으로 순례자 인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10 18:51:1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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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첫 통일왕국 바간왕조
- 따똥왕조 정복 기념으로 건립
- 마하보디 대탑 복제한 파고다

- 입구 들어서자 사자상이 맞아
- 중앙 대탑 네 면마다 부처 새겨
- 탑돌이하는 이에게 행복 선사

부처의 10대 제자 아난다(Anada)의 ‘이렇게 나는 들었다’(如是我聞)로 시작되는 모든 불교 경전의 첫 구절을 흉내 내면 나의 여행 수첩(2012.1.20)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밤새 몸이 근지러워 긁는다고 한잠도 자지 못했다. 내 피를 빨아 먹은 빈대, 벼룩, 이에 대한 공양과 시주를 끊으려 병원에 갔다. 한 달에 한 번 마을을 방문하는 의사를 만나서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고 긁는 시늉만으로도 내 몸은 다 나은 것 같고 마음은 흡족해진다.” 그 흡족함은 ‘비구, 비구니, 청신사, 청신녀의 무리가 아난다를 보기 위해서 다가가면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은 흡족해진다’(장아함경)는 것과 비교될 수 없다. 중생은 ‘흡족함’을, 수행자는 ‘깨어 있기’를 구하기 때문이다.
   
바간 왕조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쉐지곤 파고다.
■ 바간, 3388기의 사원에서

마음이 흡족하기를, 깨어 있기를 구하지 않더라도 사원(paya), 수도원(kyaung), 동굴수도원(umin), 불당형식의 불탑(pato), 불탑(zedi) 등이 숲을 이루어 도시를 뒤덮고 있는 바간(Bagan)의 장엄함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선다.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Angkor Wat), 인도네시아 보로부드르(Borobudur) 사원과 더불어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일컫는 바간에서, 미얀마 최초의 통일 왕국 바간 왕조의 3대 걸작, 쉐지곤 파고다(Shwezigon Zedi·1044~1077년 건립), 아난다 파고다(Ananda Pato·1105년께 건립), 탓빈뉴 파고다 (Thatbyinnyu Phaya·1144년께 건립)를 둘러본다는 것은 마음이 ‘언제나 깨어 있기’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함께 깨어 있지 않으면, 옛이야기로 전승되는 444만6733기, 유네스코에서 조사한 2834기(1992~2001년)와 재집계한 3388기(2008년)의 사원(paya)을 어떻게 둘러 볼 수 있을까?

그 시작으로 바간 왕조의 불국토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쉐지곤 파고다를 향하여 ‘깨어 있는 이의 길 따라 걷는 사람’(법구경)의 결기를 신발 끈과 함께 동여매고 미얀마 불교연대기 싸사나왕사(Sasanavamsa)를 펼친다.

팔리어로 ‘승리의 땅’을 뜻하는 쉐지곤 파고다는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부다가야(Buddha Gaya)의 보리수나무 아래에 세워진 마하보디 대탑(The Mahabodhi Vihar·대보리사)을 복제한 파고다이며 미얀마 불탑의 원형으로서 붓다의 사리(정골과 치아)를 모신 곳이다.
   
바간 낭우마을의 불탑들.
싸사나왕사는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라타 왕((Anawrahta·1044~1077년)이 따똥 왕조(Thaton·4~11C)를 정복한 기념으로 최초의 기념탑 쉐지곤 파고다를 건립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따똥 왕조를 정복하고 나서 왕은 숲속에서 사냥감을 찾다가 ‘머리를 밀고 노란색의 옷을 걸친 기괴한 형상의 한 떠돌이’를 만난다. 그 떠돌이가 따똥 왕조의 멸망으로 인하여 바간에 불교를 전파하러 온 승려 담마다싸(Dhammadassa 혹은 신아라한 Shin Arahan)이다. 담마다싸가 ‘붓다의 정법과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라고 소개하면서 설법을 하자 왕은 재래 신앙 아지 불교(Ari Buddhism·7세기께 인도, 티베트 상인들이 전파한 대승불교의 한 종류)를 버리고 소승불교를 새롭게 받아들인다. 담마다싸와 아노라타 왕의 만남은 바간 왕조와 미얀마를 불교국으로 만든 계기가 되면서도 문화예술 창작의 모티브도 되어 다양한 장르로 널리 퍼진다.

■쉐지곤 파고다, 번뇌·해탈 사이에서

   
쉐지곤 파고다에 있는 부처의 족상.
바간의 구시가지에서 이라와디(Irrawaddy)강변 낭우(Nyaung-U) 마을에 있는 쉐지곤 파고다로 가는 방법은 영업용 자가용, 우마차, 걷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28일간의 관광 비자를 가진 배낭여행객에게는, 밤의 문화를 전혀 체험할 수 없는 도시에서 자연스럽게 걷기로 이어진다.

구시가지에서 쉐지곤 파고다로 가는 가운데 바간 고고학 박물관(1998년 개관), 아난다 파고다(Anada Pagoda·1105년), 쉐산도 파고다(Shwesandaw Pagoda·1057년), 술라마니 파고다(Sulamani Pagoda·1183년), 띨로민로 파고다(Htilominlo Pagoda·1211년) 등을 거쳐서 걷고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역시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쉐지곤 파고다의 입구에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미얀마 전통 민간 신앙 37 낫(Nat)과 힌두교 신 인드라 (Indra)이다. 그 주도자 따자민(Thagyamin)을 비롯하여 인간에 대한 분노로 복수를 노리며 폭력적인 죽음에 직면해 있는 낫의 형상은 방문객에게 너에 대한 타인의 분노나 타인에 대한 너의 분노를 자비의 기도로 풀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일까? 힌두교에서 유일하게 낫을 다스리면서 인간의 번영과 행복을 가로막는 악을 제거하는 베다의 신 인드라는 방문객에게 자비의 기도만 드리지 말고 실천하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일까?

입구에 들어서서 사자 형상의 거대한 조각상으로 된 성전의 수호자 글리프(glyph)를 만나자마자 그 묵언의 가르침은 방문객 아니 중생은 ‘부처님의 손바닥 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자의 울부짖음(사자후)으로 따가운 햇살과 같이 온몸에 퍼진다.

말로 설해지지 않은 사자후의 설법은 중앙에 있는 대탑을 중심으로 동남서북의 방향으로 탑돌이를 하면서 그 네 면의 벽마다 계신 부처님에게 기도를 하게 한다. 그 부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생겼다가 없어질 때까지 나오실 천 불 가운데 첫 번째 구류손불(Kakusandha·북쪽), 두 번째 구나함모니불(Kanakamuni·동쪽), 세 번째 가섭불(Kassapa·남쪽), 네 번째 석가모니불(Gautama Buddha·서쪽)이다. 그 부처님들은 똑바로 든 오른손의 손바닥을 바깥쪽으로 향하는 압하야무드라(Abhayamudra)의 손짓으로 탑돌이에게 두려움을 없애주고 신성한 보호와 행복을 주리라고 묵언의 말씀을 내린다.

동남서북의 계단 가운데 유일하게 열려 있는 서쪽으로 올라가면 탑돌이를 마친 방문객은 ‘일체의 악을 짓지 말고 선을 행하라. 스스로 그 의지와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 이것이 곧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라는 가섭불의 게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계단을 내려와서 다시 동남서북으로 한 차례 탑돌이를 하고 타나카 민속 박물관(Thanakha Museum)으로 방향을 정하여 입구를 나서자 인드라 신과 37 낫이 다시 만나길 기다리고 있다. 쉐지곤 파고다는 인간의 번뇌와 해탈을 속토에서는 37낫과 인드라 신을, 정토에서는 부처님을 통해서 깨닫도록 건립된 것 같다. 속토와 정토 사이에 인간의 삶, 곧 생명과 죽음이 놓여 있다면, 삶의 길은 무엇인가? ‘깨어 있음이 삶인 줄을 아는 사람, 깨어 있는 이의 길을 따라 걷는 사람’(법구경)을 찾아가서 물어보자. 삶이란 무엇입니까?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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