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의 백년가게를 찾아서 <2> 쉐라미과자점

사하구 사람 45년 추억 넣어 구운 ‘옛날빵’들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3-20 20:24:0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괴정동선 ‘향미당’으로 더 유명
- 1974년 ‘오륙도양과’로 개점
- 사하구 빵집 1호 동네 명가
- 통팥빵·옛날크림빵·애플파이
- 40년 넘게 팔린 대표선수 3종
- ‘기본에 충실함’이 강력한 비결

‘백년가게’에 선정된 부산 사하구 괴정동 ‘쉐라미과자점’ 최정훈 대표가 갓 구운 빵을 들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빵집 투어’가 유행이다. 빵을 좋아하는 ‘빵덕후’들은 각 지역 유명 제과점의 빵을 먹으러 일부러 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대전은 성심당, 대구는 삼송빵집과 근대골목단팥빵, 광주는 궁전제과가 잘 알려져 있다. 부산에도 ‘빵집 투어’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개성 있는 빵집이 여러 곳 있는데 여기에 한 곳을 추천하고 싶다. 2대째 40년 넘는 전통을 이어가는 ‘쉐라미과자점(051-208-0033)’이다. 맛과 역사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지만 관광지가 아닌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있다 보니 아직 입소문이 ‘덜 난’ 빵집이다.

쉐라미과자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이다. 백년가게 제도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사랑을 받은 음식점, 도·소매점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청의 소상공인 육성 정책이다.

쉐라미과자점은 1974년 ‘오륙도양과’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1976년 가게를 도시철도 1호선 괴정역 6번 출구 인근으로 옮기면서 현 최정훈(47) 대표의 할머니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하고 상호를 ‘향미당’으로 바꾸었다. 사하구 주민에겐 지금도 ‘향미당’이란 이름이 익숙하다. 1986년 최 대표 아버지 이름으로 명의를 바꾸면서 이름을 ‘쉐라미과자점’으로 변경했다. 쉐라미과자점은 5년 전 지금의 괴정역 1번 출구 인근으로 이사했다. 현재 최 대표가 아버지 뒤를 이어 쉐라미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아버지 뜻에 따라 일본 동경제과학교에서 유학한 뒤 가업을 이었다.

“향미당이 사하구 휴게음식점 1호였어요. 사하구 빵집 1호이죠. 오륙도양과 시절엔 중구 남포동에서 빵을 사와 되팔았고, 이후 아버지가 제빵 기술자를 고용해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요. 한때 우리집 출신 제빵 기술자 모임이 있었을 정도로 많은 기술자를 배출해 지금 부산 전역에 퍼져 있죠. 처음부터 영업이 무척 잘돼서 빵만 갖다 놓으면 팔릴 정도였다고 들었어요. 우리 집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을 안 낼 만큼 사하구에선 독보적이었죠.”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있는 쉐라미과자점 내부.
쉐라미과자점이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초반에야 워낙 빵집이 귀한 시절이라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해도 1990년대부터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도전이 거셌을 것이다. 최 대표는 ‘빵 만드는 기본’을 강조했다.

쉐라미과자점의 대표 빵은 통팥빵(2800원) 옛날크림빵(2800원) 애플파이(3600원) 세 가지다. 모두 40년이 넘은 메뉴다. 통팥빵과 옛날크림빵은 빵의 한쪽 배를 갈라 통팥과 크림을 채운 뒤 닫지 않고 열어둔다. 최대한 내용물이 많이 들어가도록 고안한 방식이다. 통팥빵에 들어가는 팥은 직접 삶는다. 옛날크림빵에 들어가는 크림도 직접 끓인다. 제철 사과를 저장할 수 있는 동계·하계엔 직접 껍질을 벗겨 절인 사과를 애플파이에 쓴다.

“요즘 팥을 삶고 크림을 끓이고 사과를 절이는 빵집은 많이 없어요. 팥은 하청을 주고, 크림은 분말을 사서 물과 섞어 쓰는 집이 많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팥과 크림의 풍미가 살지 않아요. 비록 손이 많이 가지만 쉐라미는 옛 방식을 고수합니다.” 실제로 먹어본 통팥빵의 팥은 많이 달지 않고 팥의 알갱이가 살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흔히 떠올리는 달고 눅진한 팥빵 내용물과는 달랐다. 옛날크림빵도 커스터드 크림 향이 짙지만 느끼하지 않아 질리지 않았다.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쉐라미과자점의 대표 빵 3종. 왼쪽부터 통팥빵, 옛날크림빵, 애플파이.
최 대표가 개발한 밀크식빵과 크림식빵도 눈속임 없이 정직하게 만든다. “밀크식빵은 말 그대로 물 대신 우유를 넣고 반죽한 식빵입니다. 그렇지만 물과 우유를 섞어 반죽하는 경우가 많죠. 저는 밀크식빵은 우유, 크림식빵엔 생크림을 넣고 반죽합니다. 또 설탕보다 꿀을 써서 깊은 단맛을 내죠. 원가는 높아지지만 맛은 확실히 좋아집니다. 이런 차이를 손님들이 몰라주고 다른 가게와 가격만 비교할 때 좀 서운한 기분이 듭니다.” 생크림식빵은 무척 촉촉하고 고소해서 잼이나 버터를 바르지 않아도 맛있었다.

최 대표 앞에는 사업가와 제빵기술자,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쉐라미과자점을 사업적으로 크게 키우려면 제빵기술자의 길은 포기해야 한다. 최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면 통팥빵이나 크림빵을 지금 만드는 방식대로 만들 수 없다. 현재로선 내가 만들고 싶은 빵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4. 4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8. 8“‘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9. 9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10. 10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6. 6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7. 7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