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정동선 ‘향미당’으로 더 유명
- 1974년 ‘오륙도양과’로 개점
- 사하구 빵집 1호 동네 명가
- 통팥빵·옛날크림빵·애플파이
- 40년 넘게 팔린 대표선수 3종
- ‘기본에 충실함’이 강력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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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가게’에 선정된 부산 사하구 괴정동 ‘쉐라미과자점’ 최정훈 대표가 갓 구운 빵을 들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빵집 투어’가 유행이다. 빵을 좋아하는 ‘빵덕후’들은 각 지역 유명 제과점의 빵을 먹으러 일부러 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대전은 성심당, 대구는 삼송빵집과 근대골목단팥빵, 광주는 궁전제과가 잘 알려져 있다. 부산에도 ‘빵집 투어’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개성 있는 빵집이 여러 곳 있는데 여기에 한 곳을 추천하고 싶다. 2대째 40년 넘는 전통을 이어가는 ‘쉐라미과자점(051-208-0033)’이다. 맛과 역사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지만 관광지가 아닌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있다 보니 아직 입소문이 ‘덜 난’ 빵집이다.
쉐라미과자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이다. 백년가게 제도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사랑을 받은 음식점, 도·소매점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청의 소상공인 육성 정책이다.
쉐라미과자점은 1974년 ‘오륙도양과’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1976년 가게를 도시철도 1호선 괴정역 6번 출구 인근으로 옮기면서 현 최정훈(47) 대표의 할머니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하고 상호를 ‘향미당’으로 바꾸었다. 사하구 주민에겐 지금도 ‘향미당’이란 이름이 익숙하다. 1986년 최 대표 아버지 이름으로 명의를 바꾸면서 이름을 ‘쉐라미과자점’으로 변경했다. 쉐라미과자점은 5년 전 지금의 괴정역 1번 출구 인근으로 이사했다. 현재 최 대표가 아버지 뒤를 이어 쉐라미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아버지 뜻에 따라 일본 동경제과학교에서 유학한 뒤 가업을 이었다.
“향미당이 사하구 휴게음식점 1호였어요. 사하구 빵집 1호이죠. 오륙도양과 시절엔 중구 남포동에서 빵을 사와 되팔았고, 이후 아버지가 제빵 기술자를 고용해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요. 한때 우리집 출신 제빵 기술자 모임이 있었을 정도로 많은 기술자를 배출해 지금 부산 전역에 퍼져 있죠. 처음부터 영업이 무척 잘돼서 빵만 갖다 놓으면 팔릴 정도였다고 들었어요. 우리 집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을 안 낼 만큼 사하구에선 독보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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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있는 쉐라미과자점 내부. |
쉐라미과자점이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초반에야 워낙 빵집이 귀한 시절이라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해도 1990년대부터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도전이 거셌을 것이다. 최 대표는 ‘빵 만드는 기본’을 강조했다.
쉐라미과자점의 대표 빵은 통팥빵(2800원) 옛날크림빵(2800원) 애플파이(3600원) 세 가지다. 모두 40년이 넘은 메뉴다. 통팥빵과 옛날크림빵은 빵의 한쪽 배를 갈라 통팥과 크림을 채운 뒤 닫지 않고 열어둔다. 최대한 내용물이 많이 들어가도록 고안한 방식이다. 통팥빵에 들어가는 팥은 직접 삶는다. 옛날크림빵에 들어가는 크림도 직접 끓인다. 제철 사과를 저장할 수 있는 동계·하계엔 직접 껍질을 벗겨 절인 사과를 애플파이에 쓴다.
“요즘 팥을 삶고 크림을 끓이고 사과를 절이는 빵집은 많이 없어요. 팥은 하청을 주고, 크림은 분말을 사서 물과 섞어 쓰는 집이 많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팥과 크림의 풍미가 살지 않아요. 비록 손이 많이 가지만 쉐라미는 옛 방식을 고수합니다.” 실제로 먹어본 통팥빵의 팥은 많이 달지 않고 팥의 알갱이가 살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흔히 떠올리는 달고 눅진한 팥빵 내용물과는 달랐다. 옛날크림빵도 커스터드 크림 향이 짙지만 느끼하지 않아 질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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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쉐라미과자점의 대표 빵 3종. 왼쪽부터 통팥빵, 옛날크림빵, 애플파이. |
최 대표가 개발한 밀크식빵과 크림식빵도 눈속임 없이 정직하게 만든다. “밀크식빵은 말 그대로 물 대신 우유를 넣고 반죽한 식빵입니다. 그렇지만 물과 우유를 섞어 반죽하는 경우가 많죠. 저는 밀크식빵은 우유, 크림식빵엔 생크림을 넣고 반죽합니다. 또 설탕보다 꿀을 써서 깊은 단맛을 내죠. 원가는 높아지지만 맛은 확실히 좋아집니다. 이런 차이를 손님들이 몰라주고 다른 가게와 가격만 비교할 때 좀 서운한 기분이 듭니다.” 생크림식빵은 무척 촉촉하고 고소해서 잼이나 버터를 바르지 않아도 맛있었다.
최 대표 앞에는 사업가와 제빵기술자,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쉐라미과자점을 사업적으로 크게 키우려면 제빵기술자의 길은 포기해야 한다. 최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면 통팥빵이나 크림빵을 지금 만드는 방식대로 만들 수 없다. 현재로선 내가 만들고 싶은 빵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