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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의 남방불교 사찰 순례 <4> 스리랑카 캔디 불치사

붓다의 덕이 뿜어내는 향기 … 바람을 거슬러 불치 사리를 감싸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06 19:43:3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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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링가 왕국 브라흐마닷따 왕
- 붓다 왼쪽 송곳니인 불치
- 불치사 지어 고귀하게 모셨다가
- 이교도 침입에 스리랑카로 옮겨

- 사원 둘러싼 삼림·캔디호수엔
-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 곳곳에
- 붓다 머리칼 유물 모신 수도원도

스리랑카 캔디(Kandy)로 가는 버스 속에서 짐짝이 되어 짜증스러울 때 삼륜 화물차 툭툭이 택시의 뒷면에 쓰인 익숙한 글귀들은 낯설게 다가온다.

‘사랑은 기적과 같다’ ‘인생은 멋진 무지개이다’ ‘당신은 나의 천사’ ‘몸의 스타일과 함께하는 사랑의 평화’ 등이 쓰인 툭툭이 택시가 버스를 지나칠 때마다 마음은 짐짝과 같은 몸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숙소를 찾는 것마저 잊게 하는 캔디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한 자전거 대여점에서 만난 안내 문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당신은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사원에도 공원에도 박물관에도 공연장에도 선술집에도 가야지 하면서 숙소를 찾아 배낭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불치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스리랑카 우다와타클레 삼림 보호구역에서 본 캔디 호수 풍경. 호수 옆에 불치사가 있다
■붓다의 왼쪽 송곳니를 모시고

불치사(Sri Dalada Maligawa) 매표소에서 저녁 공양 시간이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라는 말을 듣자마자 안내 책자를 펴보지도 않고 발걸음은 사원 안으로 달려간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로 이어지는 공양 의례(Thevava)를 보려는 참배객들은 서로를 짐짝으로 밀어낸다. 참배객들은 악대가 북 대나무 심벌즈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 부처님과 불치를 찬탄하는 시와 노래 그리고 게송 등 카비카라 마두와(Kavikara Maduwa)의 화음을 사이좋게 나눈다.

공양의례를 뒤로 하고 출입구 매표소에서 받은 책자를 펼치면 사원의 역사가 먼저 자기소개를 한다. 사원은 그 의례의 대상인 불치, 석가모니 붓다의 왼쪽 송곳니를 모신 곳이다.

인도 깔링가 왕국(Kalingga) 브라흐마닷따(Brahmadatta) 왕은 불치 사리를 불치사라는 사원을 지어서 안치한다. 그 후 이교도의 침입으로 왕국이 위험에 처하자 구하시바 왕(Guhasiva)은 부마 단타(Dantha)와 공주 헤마말라(Hemamala)를 통하여 불치를 스리랑카 아누라다푸라 왕국 메가완나 왕(Kirthi Sri Meghavarna·통치 304~332년 혹은 352~379년)에게 전한다. 왕은 수도원 아바야기리 비하라(Abhayagiri Vihara·무외산사)의 법당에 불치를 모신다. 왕은 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백성들의 불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도성을 순례하는 불치예경의례(Perahera)를 행한다. 그 의례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매년 7월 15일에 열리는 국가적 행사인 페라헤라 축제가 된다.
   
불치사 앞 광장 모습.
■예경의례와 친견행사를…

14세기께 바라크라마바후 4세(Parakramabahu Ⅳ)는 불치사를 건립하고 불치 공양의례 테바바(Dalada Thevava)를 새롭게 행한다.

그 공경 의례는 불치사에 이르고 그 흔적은 사원 건물로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페뜨리푸와(Paththirippuwa)에 남아 있다. 그 건물은 팔각형의 지붕 모양으로 옥타곤(Octagon)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타밀어로는 ‘앉아서 둘러보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건물은 라자싱하 왕(Sri Vikrama Rajasinha·1780~1832)의 통치 시기인 1802년에 건립된 것으로 불치 사리를 모셔두고 친견행사를 한 곳이지만 현재는 불전과 경서류를 보관하고 있다. 붓다가 열반한 후 배분된 불치 사리를 친견했던 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대승불교의 열반경이 아니라 소승불교의 열반경일 것이라는 비종교적인 추측을 억제하지 못하고 발걸음은 박물관, 왕궁으로 향한다.

불치에 관한 역사적 기록과 역사적 유물, 캔디 왕국을 통치한 왕들의 초상화와 흉상을 전시한 불치박물관. 캔디 왕국의 역사적 연대기에 관련된 유물이 보관·전시돼 있는 국립박물관. 한국불교, 불상, 불화 등을 비롯해 17개 국가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는 세계 불교 박물관. 그리고 캔디 왕들의 궁전 등을 둘러보고 사원 밖으로 나온다.

사원을 나오면 캔디 호수와 우다와타클레 삼림보호구역(Udawattakele Forest Reserve)이 손짓을 한다. 삼림보호구역으로 올라가면, 은둔하여 수행에 정진하고 있는 스님들의 수도원과 동굴 암자 등을 만난다. 붓다의 머리칼 유물을 모시고 있다는 수도원 세나나야크 아라마야(Senanayake Aramaya)에서는 새로운 예경의례, 붓다의 생일을 기념하는 베삭(Vesak)이 그 기념으로 세운 지혜의 탑(Sambuddha Jayanthi Stupa) 앞에서 날짜를 기다린다.

   
불치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림보호구역처럼 붓다의 열반과 탄생이 죽음과 삶을 시작도 끝도 없이 서로 감싸고 있다. 대승열반경이든 소승열반경이든 붓다의 ‘덕이 뿜어내는 향기는 온갖 바람을 거슬러 세상 끝까지 퍼져 나간다’.(법구경에서)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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