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흙돌담길 따라 봄이 온다…정겨움 꽃피는 마을

경남 산청 남사마을 예담촌

  • 국제신문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3-06 19:31:4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조선 태조 사위 후손 사는 이씨 고가
- 정몽주 손자 정보가 지은 정씨 고가 등
- 옛 한옥 그대로 보존한 전통 농촌마을
- 집주인들 실제 살고 있어 일부만 개방

- 산청 곶감 원조 630년 된 감나무
- 부부나무·배롱나무 등 고목들 이색
- 한방족욕·약초향기주머니 만들기 등
-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경험 가능

조선 시대 양반이 살던 전통한옥, 부부로 명명된 두 그루의 회화나무, 담쟁이넝쿨이 감싼 흙담과 정겨운 골목길, 흙담 사이로 마주한 매화나무, 600년 넘은 감나무….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 예담촌. 이름이 말해주듯 흙으로 만든 담이 잘 보존된 전통적인 농촌 마을이다. 남사마을 예담촌은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옛날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대표적 전통마을이다. 예담촌은 그냥 한 번 둘러봐도 좋고, 마을에 얽힌 얘기 등을 챙기며 꼼꼼히 들여다보면 ‘매력’이 두 배가 된다. 겨울 끝자락에 예담촌에서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예담촌에서 받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기운의 잔영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당분간은 예담촌의 전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유 없이 즐거울 듯하다. 언제 찾아도 좋지만 곧 다가올 꽃 피는 계절의 예담촌은 더 탐스러운 모습이 기대된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 예담촌은 이름 그대로 옛날 흙담과 전통 한옥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흙담 사이로 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또는 조선 시대 사대부가 살던 한옥의 사랑채 마루에 걸터앉으면 흡사 수백 년 전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예담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흙과 돌로 쌓은 담이다. 흙담은 담쟁이넝쿨이 감싸고 있어서 더 운치 있다. 담쟁이 넝쿨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 말해주듯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담은 어른 키 높이보다 높게 쌓아졌다. 양반댁 부녀자들을 밖에서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마을 입구 일부 벽은 담쟁이가 없다.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때 무너져 새로 쌓은 부분이다.

■양반집에 얽힌 다양한 얘깃거리

   
정몽주 후손이 1920년대 자손을 교육하고 문객을 맞아 가르치기 위해 지은 사양정사.
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최씨 고가를 찾았다. 안채와 사랑채가 완전히 분리된 전형적인 사대부 집안의 가옥 구조다. 사랑채까지만 개방된다. 예담촌의 전통 가옥은 모두 지금의 주인이 살고 있는 가정집이다. 주인에게 양해를 얻어 일부 개방(월요일 제외)하는 식이다. 문화재로 지정돼 있긴 하지만 큰 파손 등이 아닌 기본적인 관리는 모두 주인이 한다. 사랑채와 안채에 각각 남자 주인과 노비, 여주인과 여노비가 사용하는 화장실 4개가 있는데, 남자 주인 화장실을 보니 문이 없다. 문 앞에서 노크하지 않고 멀찍이서 헛기침하는 식으로 의사소통함으로써 ‘냄새’를 맡지 않도록 한 지혜가 담겨 있다. 대문 빗장은 암수로 두 개의 거북 모양으로 장식됐는데, 남녀 관광객이 이성의 거북 문양을 만지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씨 고가로 향하는 골목 입구에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두 그루의 회화나무가 있다.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상대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굽어 있는 모습이다. 흡사 금실 좋은 부부를 연상케 한다. 부부가 이 나무 밑으로 지나가면 백년해로한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부부 나무라고 부른다. “헤어질 생각이 있는 부부나 연인이라면 나무 옆으로 난 좁은 길을 이용해야 한다(웃음)”는 것이 마을 주민의 전언이다. 모 TV드라마 주인공이 이곳을 배경으로 키스신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씨 고가는 성주 이씨로 조선 태조 이성계의 사위였던 이제의 후손이 사는 집이다. 이제는 태조 재위 당시 이방원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 때 정도전 일파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 이제의 증손자가 이곳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이제는 이후 성종 때 신원을 회복했으며, 현재의 집은 조선 숙종 임금이 궁궐의 목수를 보내 지어줬다고 한다. 집 크기가 의외로 아담한 모습인데, 이는 또다시 모함당해 정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지은 것이라고 한다. 바깥마당에는 벽돌로 된 굴뚝이 서 있는데, 여기엔 이런 사연이 있다. 예담촌은 니구산에서 뻗어 나온 야트막한 야산 두 개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데, 각각 암용과 수용의 형상이다. 굴뚝은 용의 불기운을 이곳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하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 마당에는 또 450년 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여기에도 얘깃거리가 있다. 나무 가운데 배꼽 모양의 구멍이 있는데, 여기에 손을 넣으면 자손이 생긴다는 것이다. 결혼 안 한 사람이나 환갑을 넘긴 사람은 여기에 손을 넣으면 안 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한방족욕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서로를 보고 굽어 있어 일명 부부 나무로 불리는 회화나무 두 그루.
정씨 고가는 포은 정몽주의 손자인 정보가 이곳에 내려와 지은 집이다. 현재의 집은 일제 때 다시 지어졌는데 안채와 선명당이라는 이름의 별당채만 남아 있다. 정씨 고가 바로 옆에 사양정사라는 별도 건물이 있다. 정몽주의 후손이 1920년대 지었는데 주로 자손을 교육하고 문객을 맞아 교육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정씨 고가 입구에는 배롱나무가 심겨 있는데, 이 나무는 100일 동안 거듭해서 꽃이 핀다고 해서 나무 백일홍으로도 불린다. 학문도 조상의 음덕도 거듭해서 커지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심었다. 별당채인 선명당은 별당 아씨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집주인이 글공부를 하는 공간이다.

진양 하 씨 집 뒤뜰에는 630년 된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이 어머니에게 홍시를 드리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산청이 곶감으로 유명하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예담촌을 거닐다 보면 꽤 연륜이 있어 보이거나 자태가 뛰어난 나무는 어김없이 나무의 이력이 적힌 안내판이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어떤 집 마당의 창고 건물은 나무를 가운데 대로 둔 채 지어져 눈길을 끈다. 최씨 고가, 정씨 고가 등 다섯 가구의 전통한옥 뜰에는 매화나무가 한 그루씩 있는데, 주민들은 이를 두고 다섯 그루의 매화나무를 잊지 못한다는 의미의 오매불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예담촌에서는 한방족욕체험, 약초향기주머니 만들기 자연 염색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족욕체험시설은 이번 겨울 일부 시설을 수리 중인데 이달부터 이용이 가능(자세한 내용 산청군청 문의)하다고 한다. 사양정사, 선명당, 이씨 고가 등에서는 민박도 가능하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내려다보는 지형의 예담촌에서 민박을 하며 용꿈을 꾸면 큰 부자가 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 또 다른 볼거리 ‘유림독립운동기념관’

# 100년 전 파리장서운동 펼친 선비들의 활약상 오롯이

   
산청을 비롯한 전국 유림의 독립운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림독립운동기념관.
100년 전인 1919년 3·1 독립운동 물결에는 전국의 유림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37명의 유림 대표는 전문 2674자에 달하는 장문의 한국독립청원서를 작성, 파리강화회의에 보냈다. 이른바 파리장서운동으로 유교계 대표적인 독립의거다. 파리장서에는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문명의 나라로 스스로 정치할 능력이 있으므로 일본의 간섭은 배제돼야 한다. 일본은 교활한 술책으로 보호를 명목으로 한국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일본의 포악무도한 통치를 참을 수 없어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처지를 만국에 알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식인이 평화적 방법으로 국제법에 호소한 특별한 독립운동으로 평가받는 파리장서운동의 정점에는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 출신의 면우 곽종석(1841~1919) 선생이 있었다. 면우는 파리장서운동 직후 투옥됐다,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같은 해 8월 눈을 감았다.예담촌 한쪽 자락에는 면우 선생을 비롯한 유림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림독립운동기념관이 있다. 근처에는 이동서당 등 면우 선생 유적과 파리장서 기념탑도 있다. 지난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고, 산청군은 지난 1일 유림독립운동기념관에서 파리장서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엔 쇼핑목록에 담나
  2. 2부산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3. 3부산·경상대 교수들도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4. 4 반려동물과 식용동물 이분법?…생명에 어찌 다름이 있을까
  5. 5부산 국회의원 해부 <하> 선거 공약 검증
  6. 6문재인 대통령 “건설·SOC 투자 확대”
  7. 7송도 해안도로 달리는 시내버스 결국 무산
  8. 8부산 극단적 선택 1위 오명 벗었지만…
  9. 9“북항 재개발 수익으로 미군 55보급창 공원화하자”
  10. 10시계바늘 밑 터치스크린…아날로그 융합 스마트워치
  1. 1‘DJ 아들’ 김홍걸 총선 출마 시사… 목포서 ‘DJ 비서실장’ 박지원과 맞붙나
  2. 2정점식 “정동병원서는 정경심 뇌종양 진단서 발급 안 했다고…”
  3. 3법사위 국감, ‘검사 블랙리스트’ 논란 한동훈 반부패부장도 출석
  4. 4장제원, 국정감사서 “좌파 광란의 선동 정점은 대통령” 文 저격
  5. 5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 45.5%… 조국 사퇴 이후 회복세
  6. 6금태섭, 윤석열에 ‘국회 출석’ 묻고, 한겨레 고소 지적
  7. 7군, 드론탐지레이더 부울경에 시범배치
  8. 8"언론재단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 인하 혹은 폐지해야"
  9. 9최인호·김세연·윤준호, 도시재생 정부사업 선정돼
  10. 10힘 받은 황교안, “이낙연 노영민 이해찬 나가라”
  1. 1 산업의 힘, 기계부품
  2. 2평균층수 제한해 스카이라인 보장…경관·공공성 높였다
  3. 31965년 옷 다시 입은 ‘대선소주’
  4. 4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5. 5부산 고액·상습체납자 404명…1인당 평균 7억
  6. 6주가지수- 2019년 10월 17일
  7. 7드론 택배 2025년 상용화…정부 “선제적 규제 혁파”
  8. 8“연구개발 집중 투자는 창업 때부터 가장 중시, 국내외 망라 협업 강화”
  9. 9“부산항 부두 직통관 물동량 검사 비율 1.7% 수준 그쳐”
  10. 10부산 제조업 하반기 고용 절벽…업체 73%가 “안 뽑겠다”
  1. 1“설리 동향보고서 유출, 한 직원이 SNS로 퍼트려…” 처벌은?
  2. 2제28회 경남도 의용소방대 소방기술경연대회 개최
  3. 3통근 버스 졸음운전에 7명 다쳐…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중”
  4. 4로스쿨 10년 부산 변호사 2.4배 증가…급여 줄고 경쟁 심화
  5. 5'대도' 조세형 "아들에게 얼굴 들 수 없는 아비"…선처 호소
  6. 6'국정농단·경영비리' 롯데 신동빈 징역 2년6개월 집유 확정
  7. 7“뇌종양·뇌경색 진단서 발급한 적 없어” 정동병원, 정경심 추석 입원 병원
  8. 8조국 복직에 서울대 안팎서 '분노의 표창장' 등 패러디
  9. 9장용진 기자 “기자라면 누구나 상대 호감 사려…그런 취지로 한 말”
  10. 10개정 전 지방공무원 여비 지급 규정 두고 해석 분분
  1. 1손흥민 북한선수와 ‘유니폼 교환’ 질문에 “굳이…”
  2. 2‘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 쇼핑목록엔 담나
  3. 3류현진, 현역 투표 최고투수 후보 3인에 올라
  4. 4전쟁 같았던 평양 원정…손흥민 “안 다친 게 다행”
  5. 5베이브 루스 500홈런 방망이, 경매 최고가 경신할까
  6. 6
  7. 7
  8. 8
  9. 9
  10. 10
  • 동남권 관문공항 유치기원 시민음악회
  • 골든블루배 골프대회
  • 기장캠핑페스티벌
  • 제21회부산마라톤대회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