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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불쾌한 골짜기’를 교묘히 피해간 미학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27 18:58:2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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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란 말이 있다.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92)가 제기한 이론으로 인형이나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형상을 닮아갈수록 호감도가 올라가지만, 인간 유사성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도리어 거부감을 준다는 심리적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2015년에 공개된 로봇 에리카의 경우를 보자. 젊은 여성의 외모와 목소리를 가졌고 인간이 무심결에 취하는 작고 미세한 표정과 동작까지 재현해냈다. 심지어 상대의 목소리와 행동을 파악해 감정을 표현하고 자율적으로 대화하는 수준으로 인공지능을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이 로봇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로봇 공학 분야에서 제창된 개념이지만 ‘불쾌한 골짜기’는 영화에서도 종종 이야기되곤 한다. 3D 캐릭터로 일정 부분 배우의 몫을 대체하게 된 디지털 영화에서 ‘불쾌한 골짜기’는 아직 넘어서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최종적으로 인간의 형상을 완벽히 재현하는 걸 목표로 한다. 그러나 3D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분명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음에도 묘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폴라 익스프레스’(2004)와 ‘베오울프’(2007)의 경우, 등장인물의 디자인에 있어 극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했음에도 관객들은 그로부터 미묘한 이질감을 포착하고 공포를 호소했다. 표현의 세밀함은 증가했지만 동작 캡처 기술이 눈의 깜빡임이나 동작의 미세한 흔들림, 근육의 작은 변화 등 인간적인 디테일을 포착하지 못해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한 것이다.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실사와 구별이 안 가는 수준으로 형상과 동작을 재현할 수 있을 때까지 센서와 그래픽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인 표현을 포기하는 대신 적절하게 데포르메(형상의 일부를 변형, 왜곡하는 기법)하여 특징을 부각함으로써 친근감을 자아내는 미술적인 접근법이 그것이다. ‘인크레더블’(2004)이나 ‘인사이드 아웃’(2015)과 같은 픽사와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후자를 취한다.

‘알리타-배틀 엔젤’(2019)에서 제작을 맡은 제임스 카메론은 이 둘을 교묘히 절충한다. 머리카락의 결이나 피부의 질감은 실사를 방불케 하는 세밀함을 보여주지만 주인공 알리타(사진)의 눈과 동공 크기를 키웠다. 이는 원작 만화 ‘총몽’의 디자인을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불쾌한 골짜기’를 교묘히 우회하기 위한 미학적 전략에 더 가까울 것이다. 안구에 빛의 반사를 적용해 살아 있는 눈을 만들고 큰 눈에 감정의 표현을 집중시킴으로써 ‘인간’과 똑같지 않지만 ‘인간성’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형태를 길게 늘여 데포르메하고 고양이의 눈을 접목해 나비족을 디자인했던 ‘아바타’(2009)의 연장선에 있다. 극 중 휴고는 알리타에게 ‘인간보다 더 인간답다’고 말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캐릭터를 구현하려는 디지털 기술의 욕망이야말로 이 영화의 주제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애니메이션의 어원인 라틴어 아니마(anima)가 실은 인간의 영혼을 뜻하는 말 아니던가? 우리는 지금 실사와 애니메이션, 아날로그 인간과 디지털 캐릭터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존재론적 과도기에 서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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