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는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사랑을 받은 음식점, 도·소매점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청의 소상공인 육성 정책이다. 지난해 시작한 ‘백년가게’ 제도에 부산지역에서는 식당 6곳, 도·소매점 2곳이 선정됐다. 그중 인터뷰에 응한 식당 5곳을 찾아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 속에서 살아남아 3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은 비법을 물어본다.
- 부산의 싱싱한 해물과 쪽파에
- 찹쌀 멥쌀 쌀가루 반죽 부어
- 촉촉하고 부드럽게 구워낸 음식
- “바싹한 식감 선호 세태 알지만
- 4대째 지켜온 레시피 따라야”
- 대대로 내려오는 대표의 손맛
- 젊은 층·외국인까지 사로잡아
부산 동래구청 바로 옆에 있는 ‘동래할매파전’(051-552-0792)은 ‘노포(老鋪)’의 대명사다. 현 김정희(56) 대표의 시증조할머니(강매희)가 1940년대 동래시장에서 좌판을 펴고 동래파전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 시할머니(이윤선, 1986년 별세), 시어머니(김옥자, 1994년 별세), 현 대표까지 며느리로 4대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 자리로 옮긴 시기는 1960년대, 현 상호로 행정기관에 등록한 시점이 1975년이다. 워낙 오래된 식당이다 보니 초기 역사에 관한 명확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를 김 대표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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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래구 복천동 동래할매파전 김정희 대표가 30년이 다 된 무쇠 팬에서 전통 방식대로 동래파전을 굽고 있다. 김종진 기자 |
동래할매파전은 부산식 파전의 성지다. 은근히 우려낸 진한 맛국물에 찹쌀, 멥쌀, 쌀가루 등을 넣어 만든 반죽을 쪽파 사이사이에 넣어가며 부쳐낸다. 부산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물이 풍성하게 들어가고, 부산에서 잘 자라는 쪽파가 만나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바싹바싹하지 않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파전을 굽는 무쇠로 만든 둥근 팬도 사용한 지 벌써 30년이 다 됐다.
김 대표는 “빨간 머릿수건을 두르고 바쁘게 다니던 시어머니가 내 나이 서른한 살에 돌아가시고 식당을 물려받았다. 내가 개업한 식당이었으면 힘들 때 문을 닫아버렸겠지만, 손님과 우리 가족의 많은 이야기가 있는 장소라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파전이 저잣거리 간편식, 가벼운 술안주로 취급받을 때 가장 속상하다. 김 대표는 “동래할매파전의 전성기가 지금이라 생각하는 이가 많겠지만 사실은 시할머니 대이다. 당시 동래파전은 손님께 대접하고, 중요한 날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1980년대 파전 가격이 1만 원이 넘었다. 지금 파전 가격(中 3만 3000원)이 비싸다고 하시는 손님이 있지만 오히려 다른 음식에 비해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개업한 지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식당이 줄을 잇는 가운데 4대째 식당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동래구청 옆에 있긴 하지만 대로에서 눈에 띄는 위치도 아니고 전용 주차장이 없어 불편하지만 꾸준히 손님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기교보다는 전통’ ‘직원과의 관계’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조리법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재룟값이 오르면 다른 재료를 쓰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파전만큼은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조리법을 그대로 지킨다. 시어머니가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반찬이나 사이드 메뉴를 바꾸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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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파전은 부산 특산물인 쪽파와 해물의 조화,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김종진 기자 |
요즘 사람들은 바싹한 식감을 좋아한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동래할매파전을 먹고 “좀 바싹하게 구워보는 것이 어떻나”고 제안한 손님도 꽤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반죽에 밀가루를 많이 넣으면 바싹하게 구울 수 있다. 그러나 윗대부터 내려오는 레시피를 따르면 찹쌀이 많이 들어가 그렇게 구울 수가 없다. 바싹 구우려면 떡처럼 된다. 식감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전통을 지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동래할매파전이 70년을 이어온 비결 중 하나다. 김 대표는 “20년 넘게 일한 직원이 여러 명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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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 할머니는 동래할매파전의 2대 사장이자 김 대표의 시할머니 고 이윤선 씨. |
요즘 동래할매파전 고객에는 변화가 생겼다. 동래할매파전에 추억이 있는 장·노년층도 많이 오지만 SNS를 보고 찾아오는 젊은 손님도 많다. 외국 손님만 해도 예전에는 일본 단체 관광객이 많았지만 요즘은 자유여행을 오는 중국인이 많다. 김 대표는 “1남 2녀가 모두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식당을 이어받으려고 공부하고 있다. 후대에는 전통을 지키되 젊은 감각에 맞게 변화하고 사업적으로 좀 더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