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종교 비리 쫓는 목사 역할
- 공포물보단 추리물 가까워
- 캐릭터 특성 제대로 이해하려
- 감독에 대본 읽기도 시켰죠

- 박정민 등 후배에게 많이 배워
- 늘 새로운 인물 도전하고파

최근 출연했던 영화 ‘도둑들’ ‘암살’ ‘신과함께’ 1, 2편 등이 1000만 관객을 모으며 ‘콰트로 1000만 배우’로 등극한 이정재가 새로운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바하’(개봉 20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바하’는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는 두 사제를 그린 ‘검은 사제들’로 종교 상업영화의 장을 연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와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자매, 그리고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박목사’의 이야기가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의 색채로 그려진다.

이정재는 ‘사바하’에서 신흥 종교집단인 사슴동산의 비리를 쫓는 박목사 역을 맡아 여중생 살인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친다. 뛰어난 언변과 직감을 지닌 박목사는 신흥 종교집단과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인물을 연결하면서 단서를 하나로 모은다. 이정재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혼란에 빠지는 동시에 가짜 속에 숨겨진 진짜를 추리해야 하는 박목사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감독에게 대본을 직접 읽게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열정을 쏟은 이정재를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0년대에 들어 ‘하녀’를 시작으로 ‘도둑들’ ‘신세계’ ‘관상’‘암살’ ‘신과함께’ 등에 출연하며 연기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2010년 이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신인 시절부터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요즘에는 경험도 더 생기고, 감독이나 스태프, 동료 연기자와 호흡을 맞춰 일해나가는 과정이 많아져 예전보다 완성도 있는 영화가 나오는 것 같다. 저의 특별한 노력과 변화보다 함께 일하는 분들의 도움을 더 많이 받고 있다. 감사하다.

-박목사는 신흥 종교 단체의 비리나 나쁜 점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캐릭터인데, 촬영 전에 어떤 준비를 했는가.

▶박목사라는 캐릭터는 실제 있는 인물로, 그분의 이야기를 장 감독에게 들었을 때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또 박목사 캐릭터에 장 감독 본인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고 해서 촬영 전에 연기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물어봤다. 그런데도 장 감독이 뭔가 미심쩍어 하는 것 같아서 “차리리 네가 해라”며 제 대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장 감독에게 읽게 했다. 어떤 대사는 서너 번 반복하기도 했는데, 5일간 그 작업을 했다. 그것을 핸드폰으로 다 찍어서 봤는데, 장 감독만의 독특한 말투와 호흡법, 띄어 읽기 습관이 있어서 박목사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사바하’는 종교 집단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부담이 있었겠다. 특히 박목사는 기독교 목사로서 불교 신흥 집단을 파헤친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바하’ 스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무래도 종교적인 문제를 잘못 묘사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생기면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간혹 뉴스에서 종교인이 저지르는 나쁜 일을 접하게 되는데, ‘사바하’는 잘못된 종교관을 신도에게 강요해서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을 잡는 이야기다. 기독교와 불교가 합심해서 나쁜 사람을 잡는다는 것이어서 장 감독이 지능적으로 잘 피해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소재상 종교와 관련된 대사가 많아서 대사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첫 대본 리딩을 하던 날 장 감독이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됐고, 조사한 자료 중에 이런 종단이 나왔다는 등의 내용을 2시간 동안 화이트보드에 써가며 설명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경전의 단어는 무슨 뜻이고, 왜 이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사전 설명을 듣고 대사를 하니 좀 더 수월했다.

-‘사바하’는 종교 배경의 오컬트 영화(초자연현상이나 악령, 악마가 등장하는 심령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적 요소가 강해서 더 재미있었다.

▶저 또한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 탐정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것을 못 보는 분이 있고, 저도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인데, 일반적인 오컬트 영화와는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컬트 영화적 요소보다 사건을 풀어가는 것 자체가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박정민, 이다윗, 이재인 등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박정민과 이다윗은 연기 잘하는 20대 배우고, 이재인은 10대 신인 아역 배우다. 같이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이었나.

▶호흡을 맞추면서 ‘왜 이들의 연기는 신선하지? 과하지 않은데도 정확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정민과 이다윗의 영화를 찾아봤다. 이다윗은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이 있어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 박정민은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다. 특히 ‘사바하’의 후반 20분을 이끌며 전체 극의 상황을 잘 표현해줬다. 심지어 영화가 너무 슬퍼지더라. 이재인은 신인이기 때문에 연기력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연출자의 말을 듣고 표현하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이정재 씨도 드라마 ‘모래시계’를 비롯해 신인 시절 신선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그때는 잘해야 한다는 열정이 가득했다면 현재는 캐릭터에 녹아드는 연륜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예전에는 잘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처음에 이야기했듯 지금은 잘 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감독, 동료들과의 호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어느 순간 든 것이 아니라 한 작품씩 해나가면서 ‘이 일이 이런 것이구나, 호흡을 더 잘 맞춰야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됐다.

-‘사바하’를 작업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무엇인가.

▶연기가 더 나아질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감독은 ‘다년간 연기한 배우가 연기는 지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왜 만나자고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하지만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 뭔가가 더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체면을 내려놓고 장 감독에게 직접 대사를 읽어달라고 했던 것이다. 또 저를 내려놓으면 동료 배우와도 일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더 할 수 있다.

-요즘 새로운 이야기의 TV 드라마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 드라마 ‘보좌관’ 캐스팅 소식도 있었다.

▶그간 드라마 출연 제의가 1년에 한두 편 들어왔다. 영화 스케줄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드라마 출연을 못 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기획안을 읽었다. 하지만 적어도 4~6부 대본은 봐야 출연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을 보면 한 번도 캐릭터가 겹친 적이 없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는가.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더 보게 된다. 새로운 이야기 안에서 못 보던 캐릭터가 등장하면 좋겠다. 그런 시나리오의 도움을 받아서 제가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면 흥미가 생긴다. 그런 시나리오를 만나야 하는데,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운명적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