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로 20~30분 거리인
- 울주군 진하 앞바다서
- 갓 잡은 아귀 공수해 사용
- 미나리·버섯 듬뿍 넣은 수육
- 하얀 살 흡사 대게처럼 쫄깃
- ‘바다 푸아그라’ 애·대창 푸짐
- 찜에도 냉동 대신 생아귀로
- 주문할때 산초·방아 넣을지
- 맵기 조절도 5단계로 선택
아귀찜은 회사 회식이나 친구들 모임에서 즐겨 찾는 메뉴다. 그런데 아귀찜을 먹다 보면 아귀를 먹으러 온 건지, 콩나물 찜을 먹으러 온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살코기는 몇 점 없고 매운 양념에 콩나물만 푸짐한 집이 꽤 많다. 메뉴가 아귀찜으로 결정되면 이제는 흰밥에 콩나물을 얹어 먹고 오겠구나 싶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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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귀찜은 첨가제를 쓰지 않고 천연 재료로 매운 맛을 내기에 먹고난 뒤에도 속이 편하다. |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장안아구촌’(051-723-5599)은 아귀찜에 대한 편견을 깨준 식당이다. 동부산관광호텔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은 개업한 지 채 5년이 안 됐지만 벌써 기장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장안아구촌의 가장 큰 특징은 ‘활아귀’를 쓴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아귀를 푸짐하게 넣어 요리하니 그 맛이 지금까지 먹었던 아귀 요리는 잊어도 될 정도다. 장안아구촌 김성곤 대표는 “울산 울주군 진하 앞바다에서 갓 잡은 아귀를 재료로 쓴다”고 했다. 배 세 척을 계약해 신선한 활아귀를 사시사철 공급받고 있다. 진하해수욕장과 장안읍의 거리가 차로 20~30분밖에 걸리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김 대표는 “활아귀를 취급할 수 있는 지역은 한정돼 있다. 살아 있는 아귀는 수족관에 넣어도 스트레스를 받아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멀리 이동할 수 없다. 바다와 가까운 부산에서도 활아귀를 쓰는 식당은 많지 않다”고 했다. 장안아구촌 수족관에 들어온 활아귀는 3, 4일 이내로 손님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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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장안아구촌’의 수족관에 있던 살아있는 아귀. 울산 진하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활아귀를 사시사철 공급받는다. |
아귀는 1년 내내 잡히지만 겨울철인 11~3월이 가장 맛있다. 지금이 ‘제철’이다. 활아귀를 고집하기에 기상이 나빠 조업을 할 수 없는 날엔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다. 여름에 큰 태풍이 오면 2, 3일 휴업한다. 요리를 책임지는 서주연(53) 씨는 “냉동아귀는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활아귀와 맛의 차이가 크기에 휴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안아구촌의 메뉴는 아귀수육 아귀찜 아귀묵은지전골 아귀탕 등 네 가지다. 활아귀의 매력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메뉴가 아귀수육(小 5만5000원, 中 6만5000원, 大 7만 5000원)이다. 조금 비싸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아귀수육을 먹어보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리라. 아귀수육은 채소 육수에 활아귀 살과 애(간) 대창(위)을 푸짐하게 넣고, 아귀와 궁합이 잘 맞는 미나리 콩나물 버섯을 듬뿍 넣어 보글보글 끓인 냄비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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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아귀를 재료로 쓰는 아귀수육. 활아귀의 탱글탱글 쫄깃한 식감이 마치 대게 살 같다. 위쪽의 불그스름한 재료가 아귀애(간). |
먹기 좋게 익으니 아귀살이 새하얗게 변했다. 김 대표는 “냉동아귀 살은 이렇게 하얗지 않다. 거무튀튀하다”고 귀띔했다. 젓가락으로 큼직하게 하얀 살을 떼어내 입으로 가져갔다. 쫄깃쫄깃한 맛이 마치 대게 살을 씹는 듯했다. 지금까지 아귀의 ‘참맛’을 모르고 살았단 생각이 들었다. 아귀애도 별미다. 비타민A가 풍부해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아귀애. 활아귀가 아니면 구하기 힘든 부위다. 죽고 난 뒤 시간이 좀 흘렀거나 냉동아귀 애는 비려서 호불호가 엇갈린다. 활아귀의 애는 전혀 비리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보다 고소하고 신선한 풍미가 더욱더 강했다. 과연 ‘바다의 푸아그라’라 부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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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귀수육 육수로 만든 죽. |
아귀찜은 활아귀가 아닌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인 생아귀를 쓴다. 아귀를 살려서 식당까지 가져오고, 식당에서 손님상에 내기 전까지 살려두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생아귀라도 냉동아귀보단 훨씬 신선하다. 아귀찜 속 아귀 살도 튼실하긴 마찬가지였다. 주황빛 양념 사이로 하얀 살코기가 비쳤다. 역시나 쫄깃하고 고소한 ‘대게’ 맛이 났다. 양념도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했다. 매운맛을 내기 위해 ‘캡사이신’ 같은 첨가제는 절대 쓰지 않는다.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로 맵기를 조절한다. 아귀찜을 주문할 때는 산초와 방아를 넣을 것인지와 맵기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함께 나온 동치미 국물은 아귀찜의 매운맛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메인 요리를 먹고 난 뒤 선택할 수 있는 밥 종류도 별미다. 아귀수육을 먹고 나면 육수에 밥과 미나리 콩나물 달걀 김을 넣고 끓인 죽을 먹을 수 있다. 전복죽 못지않은 담백한 영양식이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얼큰한 아귀찜을 먹은 뒤에는 매콤한 볶음밥을 선택할 수 있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