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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가버나움’ 난민 소년에 대한 연민과 은폐된 유럽의 위선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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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13 18:46: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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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퀘어’(2017)에서 우리는 난민의 현실을 외면하는 유럽 지식인들의 허위와 위선을 보았다. 예술이란 미명 아래 구걸하는 빈민가 소녀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중산층 지식인 계층은 정작 현실의 난민이 자신들 삶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견디지 못해 한다. 그들에게 있어 빈민과 난민의 현실, 세계의 비참함은 어디까지나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며 오로지 광장과 전시장에 비치된 구경거리로서만 존재해야 한다. 광장 가운데 그어진 사각 프레임은 일종의 은유이다. 국민국가의 통제와 관리는 피난처를 찾아온 난민과 빈민의 실상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며, 예술은 유럽 중산층 계급의 알량한 도덕적 만족감을 충족시키지만 정작 세상을 개선하기 위한 정치의식의 계몽과 각성까지는 끌어내지 못한다.
   
영화 ‘가버나움’의 한 장면.
공교롭게도 ‘가버나움’(2018)은 ‘더 스퀘어’의 광장 한가운데 그어진 사각의 무대 안에서 봄 직한 영화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뛰어나다. 소년 자인이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 장면은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12세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야 확장된 가부장으로서의 국가에 포착되었다는 점에서 지독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며, 법정 공방에서 참석자의 증언이 번갈아 가며 과거 회상으로 넘어가는 ‘라쇼몽’(1950)식의 입체적 플래시백 구성은 레바논 빈민가와 불법체류자의 현실을 다각도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매우 영리한 화술로 보였다. 이 지점까지는 감독 나딘 라비키가 걸작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영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부터 ‘가버나움’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영화는 자인의 처절한 일상을 비추며 관객에게 동정과 연민을 자아내려 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출생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가난한 난민 소년이 가족의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집을 뛰쳐나가, 불법체류자 여성의 아기를 돌보는 등 어린아이의 몸으로 감당키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는 고생담을 두고 냉정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는 ‘가버나움’이 지니는 감성적 호소력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영화가 처하게 되는 필연적 한계이기도 하다. 범죄의 굴레에 떨어진 빈민가 소년의 현실을 세미다큐멘터리 톤의 극영화로 다룬다는 기본적인 얼개는 (‘거미 여인의 키스’(1985)로 잘 알려진) 남미 시네마 노보의 거장 헥터 바벤코의 ‘피쇼테’(1981),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부박한 현실을 대조시키는 구도는 마지드 마지디의 ‘천국의 아이들’(1997)과 같은 이란 차일드 시네마의 관습에 크게 기대고 있다. 다시 말해 참신함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영화가 한 소년이 겪는 삶의 비참함을 전시하는 데 주력한 나머지 정작 레바논 베이루트로 난민들이 흘러들어오게 된 사회 정치적 맥락을 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관객은 피해 본 자, 세상의 저주받은 자들을 두고 눈물짓지만, 이미지의 즉물적(卽物的)인 강렬함 때문에 난민을 거부하고 떠넘기는 유럽 국가의 위선에는 눈감아버리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결말은 완벽히 상업적이다. 등장한 배우들이 실제 난민 출신이며 이들이 구원받았음을 증언함으로써 관객은 안도하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명 ‘가버나움’은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임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종국에 남는 건 유럽 국가의 선의를 기대하는 수동적 타자로서의 제스처일 뿐이다. 그렇게 영화는 안전하게 흘러가고 세계의 위선은 계속된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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