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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소녀 연기 누군가에 상처 될까 걱정됐죠”

‘증인’으로 돌아온 김향기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2-06 18:59:44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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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함께’ 열연으로 흥행배우
- 살인사건 유일 목격자 지우 역
- 변호사 순호에게 마음 열면서
- 용기 내 법정에 서는 스토리

- “아기 때 CF 함께한 정우성 삼촌
- 17년 만에 영화서 만나니 신기”

올해 스무 살이 됐지만, 아역부터 시작해 벌써 15년 차 베테랑 배우로, ‘연기 천재’라는 애칭을 듣는 김향기가 오는 13일 개봉하는 ‘증인’에서 자폐 소녀 역에 도전한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연출한 이한 감독의 신작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향기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지우 역을 맡아, 쉽지 않은 자폐 소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 ‘눈길’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김향기의 연기는 충무로에서 정평이 나 있다. 촬영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이 김향기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칭찬하기도 한다. 지난해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저승 삼차사 중 막내 덕춘 역을 맡아 흥행 배우로서 자리매김했으며, 독립영화 ‘영주’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동생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영주 역으로 내면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증인’에서는 변호사 순호에게 자기 마음을 조심스럽게 열어가는 지우로 출연해 “역시 김향기!”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살인사건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자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 법정에 서는 자페 소녀 지우의 모습은 큰 울림을 전할 것이다. 평상시에는 수줍은 많은 스무 살 소녀인 김향기를 만나 영화 ‘증인’에 관해 이야기했다.


-자폐 소녀 역을 맡아 힘들게 촬영해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특별한 느낌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보다 웃음 코드가 많아 웃으면서 봤다. 제가 나온 부분보다 순호와 아버지 이야기나 재판에 관여한 다른 인물들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대본을 보긴 했지만 그분들이 어떻게 촬영했는지 알 수 없어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상적인 대화가 툭툭 나오는 것이, 영화가 재미있더라.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마치 새로운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순호 역을 맡은 정우성 씨와 17년 전 CF 촬영을 한 인연이 있다. 기억나는가.

   
‘증인’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생후 29개월 때로 제과 CF가 저의 첫 광고였다. 저는 기억 못 하지만 엄마가 알려주셔서 우성 삼촌과 함께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성 삼촌도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 신기해했다. 그러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기억이 난다고 하시더라. 17년 전 인연을 가졌던 우성 삼촌과 작품으로 만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살인사건을 목격한 자폐 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거쳤는가.
▶대본을 받고 출연을 결정하는 데서 큰 두려움을 느끼진 않았다. 그런데 이한 감독님과 지우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면서 고민이 생겼다. 어떤 역할이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그 인물을 연기하려면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한 가지 더 필요했다. 지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인물인데, 지우와 같은 증세를 지닌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제 연기를 보며 불편하거나 상처를 받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만일 그렇게 느끼신다면 저 역시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지우는 청각이 발달돼 일상에서 더욱 날카롭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일지 맞춰나가면서 연기했다.

-실제 자폐아를 만나기도 했나.

▶이 감독님이 보내주신 다큐멘터리 중 ‘엄마와 클라리넷’이 있었다. 발달장애인들의 클라리넷 연주단 ‘드림위드 앙상블’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감독님께서 그분들을 만나게 해줬는데 한 분 한 분 개성이 다 달랐다. 그런 분들이 악기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과정이 좋았다. 실제 만나 그분들에게서 느끼고 나니 지우를 표현하는 데 자신감과 함께 한번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다면 지우만의 개성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지우는 솔직히 이야기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데 그것이 자칫 이기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지우로서는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이기적이지 않게 보이고자 했다.

-지우는 애니메이션 ‘안녕! 보노보노’를 좋아하고, 파란색 젤리를 좋아한다. 이유가 있는 설정이었나.

▶‘안녕! 보노보노’의 모든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한 편을 좋아해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지우는 소리에 예민해 말소리를 따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한 편을 보면서 말소리를 따라한다. 파란색은 가장 신뢰가 가는 색깔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우가 파란색 젤리만 좋아한다.

-지우는 힐링과 감동을 주는 캐릭터다. 지우를 연기하면서 감동을 느낀 점이 있다면.

▶머리로 계산하면서 연기하는 것은 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 욕심이 생기면 나올 연기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소통하면서 현장에서 맞춰나가는 방식이 맞구나 싶었다. 새로운 감정이었다. 지우를 연기하면서 목소리 톤이나 손동작을 한 번도 계산한 적이 없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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