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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걸린 구름에 운치 더하는 고찰…동양화 보는 듯 평안

경북 청도군 운문사

  • 국제신문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1-23 19:20:5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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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진흥왕 21년 ‘대작갑사’로 창건
- 고려 왕건 ‘운문선사’ 이름 내려 개칭

- 방문객 맞이하는 붉은 홍송 군락지
- 대웅보전 등 30여 개 건물 위엄 넘쳐
- 삼층석탑·석등 등 문화재도 곳곳에

- 하루 두 차례 100여 명 여승의 독경
- 은은하고 아름다워 색다른 경험될 듯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사는 불교 신자이거나 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 한 사찰이다. 그만큼 널리 알려진 사찰이지만, 여태 한 번도 직접 가보지는 못했다. 운문사는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지만 겨울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생각났다. 한겨울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산사를 찾아 나선 이유다. 운문사를 찾은 이날은 새벽부터 약간의 겨울비가 흩뿌렸다. 낮부터 차차 맑아진다는 일기예보대로 운문사 근처에 이르자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줄기가 멎었다. 운문사 입구에서 관람료(2000원)와 주차장 사용료(2000원)를 내고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다. 시원스레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는 안목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 소나무는 붉은 빛깔을 띤 홍송이라는 설명을 나중에 운문사 경내에서 만난 스님에게서 들었다. 돌아올 때 보니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소나무와 달리 붉은빛이 확연했다. 소나무는 주차장까지 1㎞ 남짓한 아스팔트 거리 내내 양옆으로 도열해 방문객을 맞는다. 아스팔트 도로와 별도로 최근엔 오솔길도 만들어놨다. 주차장에서 벚나무가 심긴 50여 m 거리의 절 담 옆 길을 걸어가면 정문이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 호거산 자락에 안기듯 자리 잡은 운문사의 모습이 산에 걸린 구름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운문사 소속 암자인 북대암에서 촬영). 일연 선사가 이곳에 머물며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운문사는 여자 스님이 수학하는 승가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등 대표적 비구니 사찰이다.
■전통 고찰의 위엄에… 마음 평안

조금 전까지 내린 비를 머금은 운문사는 그야말로 청아한 분위기다. 구름 대문이라는 이름 그대로 먼 산에는 구름이 걸려 운치를 더한다. 전통 고찰의 ‘포스’ 때문인지 벌써 마음이 평안해진다.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마저도 미안해서 이곳은 피해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운문사는 산속에 있지만 절이면서도 모든 건물이 평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운문사 대웅보전은 화려함과 절제미가 조화를 이룬 기품이 느껴진다.
운문사는 사찰 정문에 해당하는 일주문이 없다. 2층 형태의 누각이 일주문을 대신한다. 이 누각에는 ‘호거산운문사’라는 문패가 있고, ‘운문사승가대학’ 현판도 함께 있다. 운문면 호거산 기슭의 운문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다. 운문사는 서기 560년(진흥왕 21년)에 처음 지어졌는데 이때 이름은 대작갑사였다. 그 후 600년(진평왕22년) 원광 국사가 1차 중수했고, 신라 말 보양국사가 2차 중수했다. 고려 태조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하면서 운문사에 있던 보양국사의 도움을 받아 이 일대를 평정했다. 그 뒤 후삼국의 사회적 혼란을 어느 정도 수습한 왕건은 937년(태조 20년), 대작갑사에 ‘운문선사’라는 사액과 함께 전지 500결을 하사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운문사로 개칭되었고,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구축한 대찰로서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1105년(고려 숙종 10년) 원응국사 학일이 제3차 중수한 후 왕사로 책봉됐다. 운문사의 전성기를 이루는 시기다. 1277년 일연 선사는 고려 충렬왕에 의해 운문사의 주지로 추대돼 1281년까지 머물렀다. 이곳에서 일연은 ‘삼국유사’ 집필에 착수했다고 한다. 1958년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된 이래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고, 1987년 승가대학으로 명칭이 바뀌고 전문교과 과정과 교수진을 확보해 승가대학의 명분에 걸맞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운문사에 들어서면서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특이하게 몸을 늘어뜨린 소나무였다. ‘처진 소나무’인데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매년 봄에 막걸리를 물에 타서 뿌리 가장자리에 뿌려준다고 한다. 수령은 500년이 넘었다.
■하루 두 차례 100여 명 여승 독경

사찰의 본관에 해당하는 대웅보전은 역시 명찰답게 규모도 크고 앉은 모습 또한 위엄이 느껴졌다. 운문사는 대웅보전을 비롯해 30여 개 크고 작은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하나같이 ‘정성껏’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대웅보전 앞에는 만세루라는 이름의 다소 특이한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기와지붕에 사방이 탁 트인 넓은 마룻바닥 한쪽에는 커다란 북도 있다. 봄가을에는 이곳에서 외부의 유명 스님을 초청해 법회를 여는 등 주요 행사 장소로 쓰인다고 한다. 비로전이라는 이름의 법당에서는 승가대학에 재학 중인 여자 스님 몇 명이 불공을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운문사 경내의 상당 부분은 승가 대학 건물이다. 승가대학에는 현재 120여 명의 여자 스님이 재학 중이다. 이 절에는 승가 대학 학생을 포함해 모두 150명 정도의 여자 스님이 머물고 있다. 많은 때는 300명 가까운 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명지대 유홍준 석좌교수는 “운문사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200명 넘는 여자 스님들의 은은하고 아름다운 독경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고 했다. 운문사 스님들의 독경 소리는 하루 두 차례(오전 4시 반과 오후 5시 반) 예불 시간에 들을 수 있다. 승가 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불이문(不二門)이라는 조그마한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은 일반 관광객의 출입이 제한돼 있다. ‘불이’에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지만 간단히 하면 이 세상은 결국 모두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다. 동식물에도 내 몸처럼 자비를 베풀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운문사에 들어갈 때 봤던 누각을 안쪽에서 보니 ‘범종루’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러 종류의 북이 있었다. 4개의 북 이름은 각각 법고, 목어, 대종, 운판이다. 법고는 인간의 고통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다. 목어는 수중생물 구제, 대종은 지옥중생 구제, 운판은 조류 구제의 의미가 담겼다. 하루 두 차례 예불 시간에 타종한다. 이 시간에는 고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운문사에는 삼층석탑, 석등, 석주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있지만 전체적인 절 분위기에 빠지면 자칫 놓칠 수도 있다.

운문사에 딸린 북대암이라는 암자를 올랐다. 진입로가 워낙 급경사여서 자동차도 힘들어하는 듯하다. 북대암은 운문산성 바로 아래에 세워져 있으며 운문산에서 최초로 세워진 암자다. 북대는 운문사에서 보면 북쪽에 위치하고 제비집처럼 높은 곳에 지어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자그마한 마당에서 운문사를 내려다보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 아름다운 동창천 옆 자리 잡은 ‘선암서원’
  
■ 주변 가볼 만한 곳

   
경북 청도군 금천면 동창천을 바라보고 자리잡은 선암서원.
운문사로 가기 위해서는 동곡을 지나야 된다. 동곡은 금천면의 면소재지다. 이 마을에는 운문천과 동곡천이 합쳐진 동창천이 흐른다. 금천면이라는 마을 이름은 비단같이 아름다운 내를 끼고 있다는 의미다. 동창천 물이 굽이쳐 흐르는 선암(仙巖))에 선암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삼족당 김대유(1479∼1552) 선생과 소요당 박하담(1506∼1543) 선생 두분을 향사하던 곳으로 한국학의 보고라 할 수 있다. 1568년(선조 1년) 매전면 운수정에 두 분의 위패를 봉안하고 향사해 향현사라 했다. 이곳은 1577년(선조 10년) 군수 황응규의 주선으로 위패를 옮겨 선암서원이라 개칭하였는데 1868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훼철되었다. 지금의 건물들은 1878년(고종 15년) 소요당 선생의 후손들이 다시 중창해 선암서당으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침은 정면5칸 측면1칸으로 우에서 좌로 부엌, 방, 마루, 방의 순서로 평면이 구성돼 있다. 사랑채인 득월정은 정면4칸, 측면1칸의 소규모 건물로 정침과는 토담으로 내외 되어 있고 방2칸, 대청2칸으로 단순한 평면인데 특히 가구와 헌부 구성에 주목할 기법이 있다. 지붕은 홑처마 팔작으로 처마는 선자가 걸린 귀보다 중앙 부분이 튀어나오도록 긴 서까래를 걸었다. 평면구성은 안채, 득월정, 행량채, 대문채가 ‘ㅁ’ 자를 이루고 그 뒤편으로 북향한 선암서당이 있다. 이 건물은 정면5칸 측면2칸으로 가운데3칸에 대청마루를 깔고 양쪽에 방을 두었고 포작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하여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은 외1출 내3출목을 조직하였다. 외1출 내3출목이란 모양을 다듬으면서 바깥보다는 안쪽을 화려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김선희 청도군 문화해설사는 “서당은 선비들이 공부하는 공간으로 외적인 화려함보다 내실을 다지고 겸손함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선암서원과 가까운 곳에 만화정이라는 정자도 눈길을 끈다. 만화정은 운강고택의 부속건물로 운강 박시묵이 1856년경 건립한 정자로 수학을 강론하던 곳이다. 동창천을 끼고 울창한 숲 언덕에 서남향으로 배치되어 동창천이 내려다보이는 운치를 배려해 놓았다. 주변 경관이 이름답고 건물 또한 견고하고 섬세하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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