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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해 고생만 하고 돌아가신 엄마…천국의 당신께 띄운 편지 같은 영화

유호정 ‘그대 이름은 장미’로 8년 만에 스크린 복귀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1-16 18:42:0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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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포기하고 딸 위해 사는 싱글맘 홍장미 역
- “20대 때 자극적 소재 작품 하고 싶었지만
- 나이 드니 울림이 큰 가족이야기에 더 끌려
- 두 딸 키우다 보니 촬영내 엄마 생각 잠겨”

8년 전 영화 ‘써니’에서 전라도 벌교 전학생 나미(심은경)의 성인 역을 맡아 추억에 빠져들게 했던 유호정(50)이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개봉 16일)로 또 한 번 우리를 과거로 강제 소환한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딸을 위해 못할 것 없는 평범한 엄마 홍장미 역을 맡은 유호정. 리틀빅픽처스 제공
제목부터 착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대 이름은 장미’는 1970년대 후반 가수가 될 뻔했지만 임신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딸의 엄마로 살고 있는 홍장미 앞에 과거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조석현 감독의 데뷔작으로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 채수빈,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 등이 호흡을 맞췄다.

1980, 90년대의 홍장미 역을 맡은 유호정은 딸 현아(채수빈)를 위해 살아가는 엄마를 연기하며 눈물 나는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딸과 친구처럼 지내며 아옹다옹하지만 자식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모습은 현실 엄마의 진한 모성애를 느끼게 한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엄마 이야기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는 유호정을 만나 ‘그대 이름은 장미’와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써니’ 이후 무려 8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너무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했는데, 영화를 처음 보고 어떤 느낌이었나.

▶영화든 드라마든 고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랜만에 하나씩 하게 되더라. 다행히 전작이었던 영화 ‘취화선’과 ‘써니’의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도 살짝 기대를 하며 영화를 봤다.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연기를 먼저 볼 것이다. 그런데 ‘그대 이름은 장미’는 극의 흐름에 저 자신을 맡기고 봤다. 제 연기가 보이기 이전에 작품이 지닌 따뜻함이 느껴져서 뿌듯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라서 감사했다.

-너무 가끔 얼굴을 보여주는데,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는가. 최근에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족 드라마나 영화에 주로 출연한 것 같다.

▶대본을 읽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제가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자극적인 소재의 강한 역보다 소소하고 따뜻하고 울림이 있는 작품에 끌린다. 20대나 30대 때는 강한 역에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몇 달 동안 그 인물이 돼 갇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작품을 마치고 그 인물에서 벗어나는 것도 오래 걸려서 몇 편의 시나리오는 거절하기도 했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엄마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최근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를 한 적이 없었던 것도 이유다.

-하연수 씨가 20대 초반의 홍장미를 연기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하연수 씨의 연기를 어떻게 봤는가.

▶조석현 감독이 (홍)장미의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했다. 시사회에서 보니 설레는 첫사랑과 가수가 되려는 열정을 가진 장미를 마치 하이틴로맨스처럼 예쁘고 사랑스럽게 담았더라. 장미의 상황은 어렵고 처절한데 밝고 희망적으로 그린 부분도 좋았다. 또 하연수 씨가 노래를 참 잘하더라. 저는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데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잘해줘서 다행이었다.

-이후 영화는 딸과 생활하는 장미의 1980, 90년대를 차례로 그린다. 실제 유호정 씨는 19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텐데, 어떤 느낌으로 연기를 했는가.

▶실제 우리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더 아팠고, 그 마음에 공감하면서 찍어 ‘그대 이름은 장미’는 마치 엄마에게 쓰는 편지 같은 영화다.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가 이 영화를 보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이다.

-고등학생 딸과 함께 장마철 집안에 물이 들어와 물을 퍼내고, 곰팡이 슨 벽에 도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마음이 안타까웠다.

   
영화의 한 장면.
▶제가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물난리가 나서 물이 방에 들어왔다. 엄마는 저보고 집 근처 아파트에 사는 친척 집에 가라고 하고 혼자 가재도구를 집 옥상으로 치웠다. 아파트에서 보면 집 옥상에 텐트를 치고 지내는 엄마가 보여서 속상했다. ‘그대 이름은 장미’를 찍으면서 그 당시가 많이 생각났다. 특히 집안에 들어온 흙을 치우다가 딸의 악보를 발견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당시 엄마의 심정이 이해됐다.

-딸 현아 역을 맡은 채수빈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신인의 연기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열심히 하는 것이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선배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면 부족해도 예뻐 보이는데, 수빈이가 그런 것을 가지고 있더라. 또 연기에 대한 욕심과 감각이 있어서 앞으로 잘될 것이다.

-극 중 홍장미처럼 일을 하면서 딸을 키웠다. 물론 싱글맘인 홍장미와 달리 남편(배우 이재룡)이 있지만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다른 워킹맘보다 좋은 환경이었지만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하연수 씨가 연기한 20대 장미가 어린 딸을 재우고 밤업소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밤샘 촬영이나 지방 촬영을 하러 가서 집에 전화하면 아이들이 “언제 와? 나 졸리는데 재워주고 가면 안 돼”라고 하던 것이 생각났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남편 이재룡 씨는 어떤 존재인가.

▶이재룡 씨와 결혼한 지 24년, 연애 4년을 포함하면 28년간 함께했다. 저는 무뚝뚝하면서 잔소리하는 부인이고, 이재룡 씨는 친구처럼 든든하게 함께 가는 동반자다. 20년 넘게 같이 살아보니 동반자가 무엇인지 알겠더라. 중년이 되니 함께 한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느낀다.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지난해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혹시 이재룡 씨와 함께 출연할 생각은 없는가.

▶하희라 씨와 친하고, 그 부부는 반듯하고 모범적으로 잘 산다. 두 사람이 세상을 사는 색깔도 예쁘고 좋다. 다만 예능프로그램은 제가 편하지 않고, 카메라가 있으면 가식적인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아직은 못 하겠다. 나중에는 모르지만.

-1991년에 데뷔했으니 올해로 29년 차 배우가 됐다. 배우로서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CF로는 1988년에 데뷔했다. 그동안 많은 역할을 했다. 그래서 역할에 대한 갈증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2년 전 우연히 ‘파리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저런 영화 속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칸에서 파리로 가는 여정을 보며 ‘다이안 레인이라는 배우가 아름답게 늙었구나’, 말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저곳에 내가 앉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나도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리로 가는 길’ 같은 작품 한 편 남기고 싶고, 그 여정을 따라 음식과 와인을 먹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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