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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2> 에스토니아 탈린해양박물관

발트해 누빈 잠수함·빙상 요트 … 옛 수상비행기 격납고에 오롯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6 18:58:5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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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트해 해상교통의 요충지
- 해양박물관에 담을 이야기 많아

- 중세 석조 건축물 외형 살려
- 고대 무역로 유물 등 전시하고
- 바다 옆 비행기 창고 뜯어고쳐
- 실내·외 구분없는 박물관 만들어

- 수중 발굴된 마실린 선박
- 가장 오래된 잠수함 렘비트 등
- 관광객 끌어모으는 콘텐츠로

언덕에서 올라가서 굽어보면 도시 전체가 붉은 지붕이다. 중세풍이 완연한 이 도시는 ‘발트해의 진주’ 중의 하나다. 수많은 무역상인, 배들이 슬라브권역으로 가는 길에 탈린항에 닻을 내렸다. 반대로 슬라브권에서 독일이나 덴마크 등지로 가는 배도 닻을 내렸다. 예로부터 외부인의 왕래가 빈번했던 탈린은 오늘날에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다. 너무나 많은 관광객이 들어와서 도시를 압도한다. 성벽만큼이나 높고 거대한 크루즈선이 부두를 채운다. 한자동맹의 발트해 전진기지 중의 하나였던 에스토니아 탈린은 북방 크루즈선과 페리가 쉬지 않고 방문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 탈린의 항구에 자리잡은 ‘시플래인 해양박물관’에 전시된 잠수함 내부와 외부 모습.
왕족과 귀족, 교회로 채워진 중세풍 성벽이 즐비한 툼피아 지역, 그리고 성 밖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상업과 자유무역 지역이 공존한다. 관광객은 한자동맹 시대의 고건축과 성벽 등에 관심을 돌리는데, 정작 해상도시답게 해양박물관이 유명하다. 이 자그마한 도시가 해양박물관을 2개씩이나 갖고 있다.

■옛 건축물 활용 눈에 띄는 에스토니아 해양박물관

   
중세시대 성곽 건물을 개조해 만든 ‘에스토니아 탈링 해양박물관’ 내부 전경.
탈린 성문 옆에 4층짜리 석조 건물이 바로 붙어 있는데 해양박물관(Estonian Maritime Museum)으로 활용된다. 한자동맹 시대의 건축물이다.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 외형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는 콘크리트와 철제 프레임으로 골조를 보완했다. 중세시대 건축물을 박물관으로 변신시키다보니 건축적 무리가 생겼을 것이다. 그래도 옛 건축을 장기지속으로 활용하는 전통 존중이 눈에 띈다. 벽면에 뚫린 대포 구멍에 그대로 전시물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옛 건축의 원형을 살렸다.

전시물의 연대는 에스토니아의 바이킹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토니아도 바이킹의 역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 전시물에서 독일에서 스웨덴을 거쳐 탈린으로 와 강을 이용해 슬라브 권역으로 들어가던 고대의 무역로를 알 수 있다. 팔찌와 목걸이, 동전, 선박 모형 등은 발트해의 여느 박물관 것과 다름이 없다. 북극권까지 갔던 에스토니아 탐험대, 중세에서 19~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탈린, 잠수, 등명기와 각종 랜턴, 마지막으로 4층의 수산 어로 도구와 옛 사진으로 전시를 마감한다. 1994년 9월 28일 852명의 생명을 앗아간 발트해 최대의 비극을 재현한 그림과 선박 모형이 눈에 띈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발트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핀란드, 스웨덴, 러시아 등지로 떠나는 크루즈선이 줄지어 떠 있는 풍경이다. 박물관 안마당에서는 한창 발굴이 진행 중이다.

■도발적인 현대적 전시, 시플래인 해양박물관

   
수상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한 시플래인 해양박물관 전경.
탈린 시내에서 항구로 나가면 또 다른 에스토니아 해양박물관(Seaplane Harbour Lennusadam)이 나온다. 신도시 렌누사담 지구에 있다. 수상비행기 격납고는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점령한 뒤인 1916~19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의 하나로 구축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방치돼 있다가 철거 대신 해양박물관으로 재활용하기로 결정됐다. 당시 건물 일부는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2012년 마침내 원형의 돔으로 연결된 거대하고 이색적인 수상비행기 격납고가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성벽 옆에 붙은 해양박물관이 전형적인 고전적 콘텐츠 위주라면 ‘시플래인 해양박물관’은 도시와 건축 재생, 스토리텔링 등 도발적인 현대적 전시 방법을 채택했다. 실내 전시관 옆벽을 열렸다 닫혔다 해 바다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본디 비행기 격납고로 쓰이던 거대한 창고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박물관 야외전시장 입구에는 목제 잠수함 모형이 서 있다. 크림전쟁 때 러시아에 맞선 영국과 프랑스의 함대가 발트해에 들어왔을 때다. 엔지니어 오토마르 게른이 목제 잠수함을 만들어 탈린항에서 실험했다. 이 잠수함은 실전에 쓰이지 못했으나, 게른은 이후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잠수함 실험을 계속했다. 부두에는 100년 전통의 쇄빙선이 떠 있는데, 1914년 폴란드의 불칸베르케 AG 조선소에서 건조된 것으로 한때 세계 최강이었다. 20세기 초 발트해에서 활동하던 쇄빙선 중 현재 남은 세 척 가운데 하나다. 방문객은 선상에 올라가 각종 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수상비행기 전시는 3층 위, 즉 하늘·수면·수중으로 나뉜다. 주요 아이템은 비행기, 잠수함과 선박, 등대. ‘시플레인 쇼트(seaplane short 184)’는 1919~1933년 당시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던 비행기다. 1915년에 쇼트 브라더라는 유명한 항공기회사가 제작했다. 한쪽 날개가 20m에 달하고, 두 명의 조종사가 탔다. 이 비행기는 에스토니아에 여덟 대가 남아 있었지만, 현재 모두 사라졌다. 박물관에 있는 비행기는 전시용품이다.

1987년 수중에서 발굴된 마실린(Maasilinn) 선박도 있다. 16세기 중엽에 건조된 것으로, 에스토니아에서 수중 발굴된 선박으로는 최고로 오래되었다. 에스토니아 해양박물관의 수중고고학팀이 발견하여 준비 작업을 거쳐 2년 뒤에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실내는 2층 구조. 전시물은 눈높이보다 낮게 놓여 시각적으로 부감 효과가 난다. 소형 선박과 카누, 특히 발트해가 결빙되면 얼음판 위를 달리던 빙상 요트가 인상적이다. 강렬한 색의 부표가 야외에 설치된 장식 부표와 조응하며 전시되어 있다.

렘비트(Lembit) 잠수함은 1936년에 진수됐으며, 에스토니아 해군의 자랑이었다. 당시에는 첨단 잠수함이었다. 당시 유일하게 편대를 이루던 자매 함대인 칼레브(Kalev)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사라졌으나 렘비트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현존하는 세계의 잠수함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 관람객은 해치를 열고 비좁은 잠수함 안으로 들어가 얽혀 있는 굵고 가는 배관선과 압력기, 좁디좁은 침대와 부엌, 화장실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격납고의 화려한 변신은 낡은 건축물이 어떻게 박물관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부산항 제1부두의 국제여객선터미널 역시 항만역사관으로 변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어떻게 변신할 것인지를 묻는 우리의 질문에 이미 에스토니아의 탈린해양박물관은 그 답의 하나를 예시하고 있다. 변신하라, 혁신하라, 생각 이상의 것을 취하라 등. 가치 혁신의 교시들이 메아리치는 박물관서 잠시 길을 잃는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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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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