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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의 남방불교 사찰 순례 <1> 미힌탈레 사찰단지, 수레바퀴가 소 발자국 따르듯

스리랑카에 불교 알린 인도 왕자 … 이젠 와불이 돼 참배객 맞이하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09 18:44:5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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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은 10일부터 민병욱 부산대(국어교육과) 교수의 ‘남방불교 사찰 순례’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민 교수가 스리랑카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에 산재한 남방불교 사찰과 유적을 순례하면서 기록한 생생한 역사를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 인도 통일한 아소카 왕의 아들
- 제자·사미승 함께 스리랑카행

- 플루메리아 꽃향기 가득한
- ‘왕의 언덕’ 아라다라 갈라에서
- 스리랑카 왕 만나 불교 전파

- 동굴 암자의 포교장면 벽화
- 왕자가 설교했던 검은 연못
- 미힌탈레 곳곳에 흔적 남아

인도 투티코린(Tuticorin)을 출발하여 밤새워 건너온 콜롬보 항구에서 승객들은 모두 흩어지고 홀로 인근 카페에서 스리랑카 이전에는 실론, 실론 이전에는 무엇이지 라는 쓸데없는 상념으로 실없이 인터넷 사이트를 이리저리 헤집는다.
   
스리랑카 미힌탈레 시내에 있는 조각상. 마힌다 왕자에게 코끼리를 타고 가서 예물을 바치는 모습.
그러다가 우연히 검색한 ‘마하왕사(Mahavamsa)- 스리랑카의 위대한 연대기’에서 여정을 안내받는다. 그 시작은 인도 마우리아 왕조 마힌다 왕자(Mahinda,·BC 285~205년)와 스리랑카 위자야 왕조 띳사 왕(Tissa,·BC 307~267년)이 처음으로 만난 밋싸까-빳바따 (Missaka-Pabbata, 현재 지명 미힌탈레· Mihintale)이다.

■인도 왕자와 스리랑카 왕 만나다

   
미힌탈레 언덕에서 명상을 하는 아이들.
미힌탈레는 인도를 최초로 통일한 아소카 왕(Ashoka the Great, BC 273~232 ?)의 아들 마힌다 왕자가 네 제자와 사미승 한 명을 이끌고 불교를 전래하려고 온 곳이다. ‘(왕자) 마힌다의 고원’이라는 뜻을 지닌 미힌탈레로 가는 정류장에서 기다린 것은 폐차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기도를 드리게끔 강요하는 버스다.

미힌탈레 버스 정류소에 내려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인도 왕자와 스리랑카 왕이 만났던 아라다라 갈라(Aradhana Gala)이다. ‘망고의 언덕, 왕의 언덕, 코끼리의 언덕’으로 둘러싸인 평지로 된 산봉우리에 이르기까지 플루메리아(Frangipani) 향기가 한 계단에 한 걸음씩 1840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피곤함을 잊게 한다.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는 꽃말을, 인도 남부에서는 ‘결혼식에서 건네는 사랑’의 맹세를, 스리랑카에서는 ‘예배’를 뜻하는 플루메리아 꽃향기가 인도 왕자와 스리랑카 왕이 만난 장소로 안내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플루메니아 꽃향기를 머금고 정상에 서면, 왕자와 왕이 건넨 이야기가 산과 들에 불교 사찰로, 불탑으로, 연못으로 그리고 폐허가 된 오랜 시간만큼의 유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정상에서 만나 문답을 나눈 후 왕자와 왕은 어디로 갔을까? 그곳이 어디라도 참배객들에게 떠밀려서 가기만 하면 된다. 마힌다 왕자의 기념탑, 암바스타라 다가바(Ambasthala Dagaba). 탑이 세워진 곳은 왕자와 왕이 정상에서 만나고 난 뒤 불교의 전래와 수용에 관해서 공식 회의를 열었던 곳, 각지를 돌면서 포교하고 승단을 만들고는 여든 살에 열반에 든 왕자의 시신을 거둔 곳이다.

■깨달음 얻은 왕자, 전설이 되고

참배객들과 함께 탑을 돌면서 다시 떠밀려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경사진 곳에 아라한 마힌다 동굴 암자(Cave of Arahat Mahinda)를 만난다. 암자는 왕자가 아누라다푸라 시대(Anuradhapura, BC 3세기~AD 10세기) 포교를 다니면서 거처한 곳으로 벽면에는 왕자의 포교 장면을 중심으로 한 벽화가 와불을 둘러싸고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고 작은 동굴 방에서 왕자는 모든 번뇌를 끊어 다시는 번뇌가 생기지 않는 깨달은 이가 되어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 와불로 참배객들을 맞이한다.

참배객들에게 떠밀리고 더위에 지친 몸은 자연히 연못을 찾아간다. ‘검은(Kalu) 물(diya)의 연못(Pokuna)’이라는 뜻을 가진 칼루디야 포쿠나에 이르렀을 때 나무 그늘 아래에서 군중에게 설교했던 왕자의 흔적은 지워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왕자가 왕에게 처음으로 건넸던 불경 ‘상적유소경’(Chulla Hatti Padopama Sutta)의 내용을 설교했던 곳이다. 흔히 ‘코끼리 발자국 비유의 짧은 경’이라고 부르는 그 경의 설교가 ‘코끼리 발자국 비유의 긴 경’(상적유대경, Maha Hatthipadopama Sutta)으로 이어질 듯 햇살이 따가워진다.

코끼리 발걸음으로 마힌다 세야(Mahinda Seya), 마하 스투파(Maha Stupa), 셀라 세티야(Sela Cetiya) 등 불탑을 거쳐서 칸타카 세티야(Kantaka Cetiya)에 이르러 다시 코끼리를 만난다. 기본 원주가 약 130m인 원형의 탑에서 네 개의 장식 벽면의 사각형 기둥 꼭대기에 코끼리(동쪽), 말(서쪽), 황소(남쪽), 사자(북쪽)가 조각되어 있다.

그 조각들은 출생의 긍지와 그 타락, 카스트 제도 등에 관한 붓다와 암밧타(Ambattha) 간의 대화를 기록한 아마주경(Ambattha Sutta)에 따라서 번뇌를 깨치고 열반에 이르는 네 가지 진리(사성제)를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조각들은 1992년 호주의 승려 판야바로(Ven Pannyavaro)에 의해 설립된 위빠사나 명상 센터의 ‘붓다 넷(Buddha Net)’에서 말한 바와 같이 부모님을 공경하고(동쪽), 가족에게 헌신하고(서쪽), 스님을 공경하고 순종하고(남쪽), 이웃에 자비를 베푸라는(북쪽) 것일까.

   
그 뜻이 무엇인지를 찾아 미힌탈레에서 시작된 여정은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법구경) 법륜- 불교의 수레바퀴를 따라가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도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길에서 쉬지 않듯이 나의 배낭 봇짐도 결코 풀리지 않으리라.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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