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과
- 5년 전 같이 찍자고 약속한 작품
- 벙커 소재는 내가 낸 아이디어
- 영어 대사 많아 한 달 美서 과외
- 요즘 걷기·마라톤에 푹 빠졌죠
다재다능한 배우 하정우(사진)는 올해 ‘신과함께-죄와 벌’과 ‘신과함께-인과 연’이 흥행에 성공하며 이전 ‘암살’을 포함해 ‘트리플 천만 배우’이자 ‘최연소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김병우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한 영화 ‘PMC: 더 벙커’(26일 개봉)로 연말 극장가의 대미를 장식한다.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 PMC의 핵심팀 블랙리저드가 미국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비무장지대(DMZ) 지하 30m 비밀 벙커에서 북한의 킹을 구출하는 영화다. 하정우는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 역을 맡아 모니터를 보며 팀원들을 지휘하고, 상처 입은 킹을 살리기 위해 북한의 엘리트 의사 윤지의(이선균)와 손을 잡는다. 특히 ‘더 테러 라이브’의 방송 스튜디오, ‘터널’의 붕괴된 터널 내부에 이어 이번에는 지하 30m의 미로 같은 벙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긴박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에이헵 역할을 위해 한 달간 미국에서 다이얼로그 코치와 영어 대본 연습을 거쳤고, 다양한 총기 액션을 준비하며 열정을 쏟았던 하정우를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PMC: 더 벙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슈팅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촬영은 다양한 앵글과 기법이 사용됐고, 편집은 빠르게 진행돼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말도 있더라.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에서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화에 빨리 몰입하기가 힘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신과함께’에서 강림을 맡았던 제가 영어 대사를 하기 때문에 생소하게 느끼실 수 있겠다.
-익숙한 배우가 영어로 대사하는 것이 낯설 수 있겠지만 하정우 씨의 영어 연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영어 대사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에이헵은 7년간 미국 생활을 한 인물로 설정돼 있어서 미국 사람이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를 소화하려고 했다. 영어는 선생님과 미국에 가서 한 달간 준비했고, 국내에 돌아와서 6주간 대역 배우들과 영어 대사를 맞췄다.
-김병우 감독과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PMC: 더 벙커’의 아이디어를 먼저 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시작한 것인가.
▶5년 전 ‘더 테러 라이브’의 개봉을 마치고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했다. 그해 겨울 DMZ 지하에 아무도 모르는 벙커가 있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라서 김 감독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작품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김 감독의 다음 작품도 함께 할 예정인데 이번에는 2년 안에 찍으려 한다.
-에이헵은 벙커 곳곳에 잠복한 팀원들을 모니터를 보며 지휘한다. 실제 촬영은 빈 화면을 보고 했겠다.
▶모니터에 번호가 적힌 종이를 붙였다. 그래서 2번 화면에 지금 어떤 화면이 나온다고 제작진이 인이어로 전달하면 그에 맞춰서 연기를 했다.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야 하고, 귀에서는 모니터 번호와 모니터 장면에 대한 설명이 들렸기 때문에 너무 정신없었다.
-에이햅은 과거 한국에서 군대생활 중 부하를 살리려다 다리를 잃는 부상을 당해 의족을 차고 있다. 다리를 저는 연기도 신경 쓰였겠다.
▶녹색 타이츠를 신고 촬영했다. 기어 다니고 일부러 절룩거려야 해서 나중에는 오른 다리에 무리가 오더라. 촬영을 마치고 후유증이 좀 오래갔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에 이어 이번에도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했다. 갇힌 인물을 연기하는 노하우가 생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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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C: 더 벙커’에서 열연 중인 하정우(오른쪽)와 이선균.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갇힌 장소와 상황이 달랐고, 촬영 방식도 달라서 노하우가 생기진 않았다. 작품을 아무리 많이 해도 촬영 전날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언제쯤 불안하지 않을지 아버지(배우 김용건)께 여쭤보니 평생 그러셨다고 하더라.
-이번에 이선균 씨 외에 거의 외국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낯설지 않았나.
▶외국 배우라서 낯선 것은 없었다. 특히 마쿠스 역의 케빈 두런드는 부인이 한국 사람이어서 우리 정서를 잘 알고 있어 편했다. 제일 많이 호흡을 맞춘 로건 역의 스펜서 다니엘스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출연했던 배우인데, 촬영 마치더니 배낭여행을 떠난다며 가더라. 어린 친구라 금방 한국 촬영 현장에 적응하더라.
-벙커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같은 총격전이 펼쳐진다. 화약 냄새 때문에 힘들었겠다.
▶근접 사격을 하는 것이라 위험하기도 했고, 탄피가 뜨거워서 조심해야 했다. 또 벽에 화약을 꽂아 터뜨렸는데, ‘베를린’ 촬영할 때 화약 사고 경험이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 총소리와 화약 소리가 뒤엉키고, 화약 연기가 폐에 들어가고, 한마디로 정신없었다.
-지난 9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이선균 씨와 함께 참가해 완주했다. 또 걷기를 주제로 집필한 책을 낼 만큼 걷기에 푹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점이 좋은가.
▶마라톤은 제가 6시간, 선균이 형이 7시간을 넘겨 완주했다. 내년에도 도전하려고 한다. 걷기는 어떤 장비도 필요 없고, 어디서나 할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 하루에 3만 보를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가 적어지고 걷는 도로가 생겼으면 좋겠다.
-‘신과함께’로 쌍 천만을 기록하며 최연소 1억 배우가 됐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졌겠다.
▶솔직히 부담이 되고, 영화가 잘됐으면 하고 기도한다. 오늘도 한강 고수부지를 걸으며 기도했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