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영화인 22명 2주간 합숙
- 체계적 교육 아래 단편영화 제작
- 다양한 경험·네트워크 확장 만족
- 내년엔 새로운 프로젝트 도전도

지난 3일 싱가포르 국립 디자인센터에서 ‘FLY 2018’ 영화 상영회 겸 졸업식이 열렸다. 지난달 21일부터 11개국 22명의 교육생이 땀과 눈물로 만든 단편 영화 ‘얀티(Yanti)’와 ‘가장 행복한 장소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appiest Place on Earth)’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극장에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2주 만에 만든 것이라고 보기 힘든 높은 완성도에 교육생은 물론 지도를 맡은 감독, 초청객들도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교육생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성공적으로 끝나 자랑스럽다”고 자축했다.

	‘한국·아세안 차세대 영화 인재 육성사업 FLY 2018’의 졸업식이 지난 3일 싱가포르 국립 디자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교육생들이 크게 기뻐한 이유는 소중한 경험과 함께 훌륭한 결과물까지 얻었다는 성취감 때문이다. 한국인 참가자 이소은(23) 씨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면서도 “영화라는 공통점 덕분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열심히 작업했고 좋은 결과물을 얻어 다행이다. 계획 중인 베트남 웹 드라마 제작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FLY 2018’에 참가한 젊은 영화인들이 영화를 찍고 있다.

아시아 젊은 영화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국·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 FLY 2018’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한·아세안의 젊은 영화인이 한데 모여 공동 제작을 하는 워크숍 ‘FLY(Film Leaders Incubator)’는 체계적인 영화 교육과 네트워크 확장에 목마른 이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나리오부터 후반 작업까지 영화 제작 전 과정에 직접 투입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살아남은 아이’의 신동석 감독을 비롯해 ‘해빙’의 엄혜정 감독과 현지 유명 감독들이 교육생들의 영화 작업을 이끌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리지트(21) 씨는 “영화 제작에 대해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며 “여기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여러 문화를 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영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것도 FLY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우선 FLY 운영 노하우와 성과를 공유하는 설명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영화학과 교수와 학생들을 비롯해 현지 프로듀서, 감독들이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 FLY를 주관한 부산영상위원회 배주형 홍보팀장은 “영화 교육과 함께 교육 시스템도 전수하는 FLY의 역할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졸업생 대상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참석한 14명의 졸업생은 그동안의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며 다시 한번 네트워크를 다졌다. 졸업생들은 감독들과 대화하며 조언도 얻을 수 있었다. 엄혜정 감독은 “각자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을 버티고 있는 것은 모두가 같았다”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FLY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한편, FLY가 한·아세안 간 문화 교류를 뛰어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출신 감독을 모아 영화를 만든 뒤 대중적 성공을 시도하는 ‘필름 랩’ 프로젝트가 내년부터 시동을 걸기 때문이다.

영상위 김휘 운영위원장은 “FLY와 부산아시아영화 학교 등을 통해 길러낸 인재들이 다시 부산에 돌아와 영화를 찍는 날을 꿈꾼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싱가포르=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