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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바람 타고, 최북단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이 뜬다

경기 북부 파주·포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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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북한군 볼 수 있는 파주 ‘도라전망대’
- 판문점 근처 제3땅굴 등 DMZ 이색 볼거리도
- 관광 위해선 여행사 통해 사전 출입 신청 필요해

- 포천 산정호수, 송림·명성산 하얀 암벽 조화 환상
- 다양한 수종의 국립수목원 명품숲 등 힐링에 딱
- 전통주 박물관 ‘산사원’ 들리면 술 시음도 가능

전국이 거미줄처럼 고속도로로 연결되며 어지간한 곳은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지만 그럼에도 경기 북부 지역은 부산에서는 머나먼 곳이다. 심리적인 거리감은 일본 규슈 지역보다도 더 멀게 느껴진다. 가기 쉽지 않고 가려는 마음을 먹기도 쉽지 않은 곳이지만 그런 만큼 쉽게 만나지 못하는 색다른 볼거리들이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남북 관계의 훈풍을 타고 파주 비무장지대(DMZ)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또 포천은 접경지역은 아니지만 산과 호수, 숲이 어우러진 자연 풍광이 발길을 끄는 지역이다.
   
지난달 새로 개장한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와 개성 일대. 가까이 대형 깃대에 걸린 태극기와 인공기를 보면 남북의 경계를 짐작할 수 있다. 정면에 멀리 보이는 송악산 왼쪽으로 개성 시가지와 개성공단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남북 훈풍에 다시 눈길 끄는 파주 DMZ

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DMZ는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리는 곳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군사적 대치 상황은 외국인들에게는 별난 볼거리가 된다. 남북 관계가 요동칠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던 우리도 최근에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DMZ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래도 DMZ로 들어가는 길은 여느 관광지와는 다르다. 사전에 출입 신청을 한 뒤 민간인 통제선(민통선)을 통과해야 한다. 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달려 민통선을 지나 통일촌으로 들어선다. 지난주 남북철도 공동 조사를 위해 북한으로 간 열차가 거쳐간 도라산역이나 임진각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여기서 개성공단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를 가리키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파주 제3땅굴 입구의 DMZ 조형물 뒤로 모노레일 탑승장이 있다.
남북출입사무소 앞에서 오른쪽 도로로 방향을 틀면 이내 1978년 발견된 제3땅굴 주차장에 닿는다. 판문점 근처에 있는 제3땅굴은 1978년 10월 귀순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탐색 작업을 하던 중 발견됐다. 주차장의 양쪽 방향에 모노레일과 도보 탐방을 위한 출입구가 있다. 철판으로 만든 ‘DMZ’ 조형물 뒤 모노레일을 타고 지하 75m의 땅굴로 내려간다. 땅굴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어 모노레일 탑승장의 보관함에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넣고 모노레일을 타야 한다. 5분 정도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내려간 뒤 도보로 차단벽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원래도 높은 굴은 아니지만 바닥판을 깔고 천장에도 안전 구조물을 설치해 허리를 제법 구부려야 머리를 부딪히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벽에서는 드릴로 판 구멍이 곳곳에 보인다. 북한의 현재 모습이 어떻든 과거의 북한이 어떠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땅굴에서 멀리 않은 도라산에 새로 지은 도라전망대가 있다. 이전의 군 초소 같은 딱딱한 모양의 전망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최근 새로 세워졌다. 한결 깔끔한 시설에 위치도 조금 높아 전망이 더 시원하게 열린다. 1, 2층에 걸친 교육관과 2층에 전망대, 3층 야외전망대가 갖춰져 있다. 특히 3층 전망대에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망원경으로 초소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을 볼 수 있다. 대성동마을이나 개성공단, 개성 시가지, 송악산은 굳이 망원경으로 보지 않더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DMZ 출입은 사전신청을 해야 해 부산에서 출발하는 여행사를 통하면 편하다. 개별 방문 때는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DMZ안보관광을 신청하면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다. 제3땅굴 모노레일과 도보 탐방 선택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파주에서는 지난 3월 개통한 길이 220m의 마장호수 출렁다리도 찾아볼 만하다.
   
포천 산정호수 수변 덱 산책로에서 바라본 호수와 명성산. 수위가 높을 때는 수변 덱로드 아래가 물에 잠겨 있어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명성산의 하얀 바위벽과 푸른 호수를 바라보는 자리에는 6·25전쟁 이전 김일성의 별장 터가 있다.
■호수와 숲과 술… 낭만의 포천

파주가 안보관광의 중심지라면 가까운 포천은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포천은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의 사이에 끼어 휴전선과는 가장 가까운 곳이 12㎞ 떨어져 있다. 포천에서 가장 북쪽, 철원과의 경계에 솟은 해발 923m의 명성산은 수도권에서는 아름답기로 명성이 높은 산이다. 명성산과 함께 남서쪽 자락의 인공호수인 산정호수는 포천 최고의 명소로 손꼽힌다. ‘산속에 있는 우물’이란 뜻의 지명인 산정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산정호수의 백미는 호수 둘레를 도는 수변 덱로드다. 호수 서쪽을 돌 때는 소나무와 하얀 암벽이 인상적인 명성산이 수면에 비치는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수가 만수위일 때는 덱로드 아래가 완전히 물에 잠겨 물 위를 걷는 느낌이 드는데 갈수기인 요즘은 물이 많이 빠져 있다. 물이 빠져나가는 제방 끝에는 김일성 별장 터가 있다. 6·25전쟁 전 북한 땅이었던 이곳은 역시 김일성 별장이 있던 강원도 고성 화진포의 아름다움과 비교된다.

   
조선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으로 시작해 1987년 광릉수목원으로 개원했다가 1999년 이름을 바꾼 국립수목원은 겨울에 찾아도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문을 연 곳인 만큼 대표 수목원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다양한 수종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6000여 종의 식물과 4400여 종의 동물이 사는 광릉숲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화~토요일 사전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다.

포천시청에서 멀지 않은 화현면의 전통술박물관 산사원도 찾아가 볼만하다.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박물관에서는 전통주의 종류와 제조 과정, 전통주를 빚는 기구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하는 대부분 술을 시음할 수 있어 주당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파주·포천 먹을거리

- 질 좋은 땅서 키운 파주 장단콩
- 포천 이동갈비, 가성비·맛 훌륭

   
파주시 통일촌 장단콩두부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콩 요리.
파주와 포천은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먹을거리로도 유명한 곳이다. 파주는 장단콩의 산지로 잘 알려졌다. 콩은 간장, 된장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국인이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농산물이다. 그중에서도 장단콩은 토양과 기후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진 데다 파주시가 브랜드화해 홍보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장단콩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 지역이 경기도 장단군이었던 데서 유래했다.

지금은 파주시 장단면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는데 민통선 내 경작지가 콩 농사에 좋은 물 빠짐이 뛰어난 토질인 데다 일교차가 크고 공장이 없는 청정 자연환경에서 키운 콩이라 인기를 끌고 있다. 1997년부터 임진각 광장에서 장단콩 축제를 열고 있을 정도로 파주의 특산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축제는 지난달 23~25일 열렸다. 민통선 안의 통일촌에는 장단콩으로 만드는 장류 가공공장과 함께 장단콩 전문식당이 여럿 있다. 이곳에서는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와 청국장, 된장국, 콩비지를 맛볼 수 있다.

포천에서는 이동갈비를 빼놓을 수 없다. 포천시 이동면에서 처음 개발된 이동갈비는 군인들을 상대로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다. 그러다 1980년대 말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찾는 이가 늘자 이동면을 중심으로 갈빗집이 많이 늘어나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도 수도권 물가와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에 일 인분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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