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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진한 육수 미역국, 가자미 조림에 집밥 반찬…기장바다가 차린 밥상

기장읍 ‘아랫목’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11-21 19:09:3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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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수확해 염장한 미역
- 4월에 잡아 냉동한 바지락이
- 소문난 미역국 비결
- 비밀 토핑 얹은 달콤 찐감자
- 미역국 만큼 인기있는 효자 디저트

“이 집 소문나면 안 되는데….”
   
아랫목 식당의 대표 메뉴인 미역국 정식. 사장 부부가 직접 염장한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과 가자미 조림, 갖은 반찬으로 구성됐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식사를 하기엔 애매한 평일 오후 3시. 부산 기장군 기장읍 공수해안길 끄트머리 ‘아랫목 식당’에 들어가자 단골손님이 볼멘소리를 한다. “저희만 아는 숨겨진 맛집인데 신문에 나와서 유명해지면 서운해요. 주인장 바빠지면 이 맛 안 날까 봐 걱정이네요. 다 아주머니 손맛인데.”

‘아랫목 식당’은 송정해수욕장 입구 교차로와 동부산관광단지 사이 해안길에 있다. 2~4층은 숙박시설이고 1층 안쪽에 식당이 있다. 간판이 변변찮다. 노란색 풍선 선간판에 ‘아랫목’이라 쓰여있을 뿐이라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테이블은 7개로 소박하고, 그나마 의자 모양은 제각각이다. 태풍에 잘 깨지는 유리창 대신 비닐을 덮어 마감한 창문 너머로 시퍼런 기장 바다가 출렁인다.

아랫목 식당의 대표 메뉴인 미역국 정식이 차려졌다. 미역국과 가자미조림을 기본으로 봄동 쌈, 콩자반, 방풍나물 무침, 깻잎 조림, 파무침, 무말랭이, 무 나물이 밑반찬으로 나왔다. 1만 원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다.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떴다. 진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순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입맛을 자극하지 않는 데도 자꾸 손이 간다. 미역의 식감은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박명호(71) 사장은 “미역이 다르다”고 했다. 아랫목 식당은 매년 미역 질이 가장 좋은 1, 2월 기장 앞바다에서 수확한 미역을 사서 곧장 삶아 염장한다. “젊었을 때 미역 염장 가공공장을 했어요. 기장 미역을 염장해 일본으로 수출했죠. 우리나라는 말린 미역을 많이 먹는데, 염장 미역이 맛과 영양 보존 면에서 훨씬 뛰어납니다. 생선만 선도가 있는 게 아니라 미역도 선도가 있어요. 미역도 자가 소화를 해서 말리는 동안 얇아지고 맛있는 성분도 점차 사라지죠.”

미역국에 넣는 바지락은 생물이 가장 좋은 4월에 일 년 쓸 양을 미리 주문해 냉동 상태로 보관한다. 올해는 준비한 바지락이 벌써 바닥나 요즘 나는 것을 사다 쓰고 있다. 박 사장의 아내이자 요리를 담당하는 오주연(66) 씨는 “내년 4월 이후 통통하게 살 오른 바지락을 넣고 끓인 미역국은 더 맛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대구탕.
밑반찬을 보면 그 식당의 진가가 드러난다. 아랫목 식당의 밑반찬은 ‘집밥’을 먹는 듯 깔끔하고 부대낌이 없었다. 오 씨는 직접 담근 멸치젓, 전어젓, 새우젓, 조선간장으로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반찬을 만든다”고 했다.

아랫목 식당은 3년 전만 해도 잘나가는 ‘아랫목 횟집’이었다. 지금은 숙박업소로 쓰고 있는 2~4층 모두 식당이었고, 겨울에도 손님이 줄을 서 기다리는 ‘맛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는 영화인도 많이 찾아 2층 벽에는 배우·감독의 사인이 아직도 빼곡히 남아 있다.

박 사장은 “광어 양식업을 했는데 해산물을 양식할 게 아니라, 직접 가공을 해야 부가가치가 많이 남는다는 걸 알았다. 요리 솜씨가 좋은 아내에게 제안해 횟집을 열었다. IMF사태 직후라 한 3년은 장사가 잘 안 되다 점차 입소문이 났다”며 “요리를 아내가 했는데 혼자선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손님이 많이 왔다. 종업원을 쓰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아내 건강이 나빠졌다. 결국 식당을 접었다”고 했다.

횟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업소로 바꾼 뒤 1년 정도 식당을 운영하지 않았다. 그러다 숙박 손님들이 간단한 조식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지자 1층에 숙박객을 위한 작은 식당을 열었다. 미역국 정식과 대구탕 등 간단한 메뉴를 내놓았는데 숙박객 반응이 뜨거웠다. 입소문이 나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까지 생기자 외부 손님도 받기 시작한 것이 아랫목 식당의 시작이다.

   
비밀 토핑이 올라간 ‘아랫목 감자’.
아랫목 식당에는 횟집 시절부터 본 메뉴 만큼 인기를 끄는 디저트가 있다. 바로 ‘아랫목 감자’다. 겉보기엔 평범한 찐 감자 같은데, 먹어보면 ‘별미’다. 감자 한쪽에 프랑스 디저트 ‘크렘 브륄레’의 캐러멜 토핑 같은 얇고 바삭하고 달콤한 ‘무엇’을 발랐다. 요리법은 ‘비밀’이다. 단 “설탕은 아니다”고 했다. 박 사장은 “여성분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횟집 시절에 여직원이 많은 회사는 감자를 먹으려고 일부러 회식을 잡기도 했다. 기장 다른 횟집에서도 요리법을 알아내려 노력했지만 다 실패했다. 간단하지만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랫목 감자만 몇 만 원어치 포장해 갈 정도로 인기가 많아 이제는 디저트에서 하나의 독립된 메뉴가 됐다.

탁 트인 기장 바다를 보며 저렴하지만 정성 가득한 ‘집밥’ 한 그릇을 먹고 싶다면 후회하지 않을 식당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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