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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 칠게 듬뿍 든 파스타, 기장 멸치 쓴 앤초비 오일…갓 잡은 부산 해산물의 품격

부전동 ‘라피오렌티나’(La fiorentina)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11-14 18:56: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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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장 미역과 대변항 멸치
- 칠암 해녀가 딴 성게·뿔소라
- 미포 앞바다서 잡은 문어까지
- 부산서 난 로컬 재료 사용한
- 이탈리아·지중해식 요리 고수

- 드라이에이징 티본 스테이크는
- ‘착한 가격’·천일염 소스 일품

지난해 부산을 찾은 관광객은 250만 명에 이른다. 부산에 온 국내외 관광객은 무엇을 먹고 싶어할까. 밀면, 돼지국밥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산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산이 아닌 ‘부산산’ 재료를 쓴다는 식당이 별로 없다. 부산에서 해산물을 먹으면 으레 ‘부산 앞바다에서 잡았으려니’ 짐작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장 멸치, 기장 미역을 재료로 쓴 식전빵 소스(맨 위). 왼쪽부터 명지 칠게가 듬뿍 들어간 ‘꽃게 로제 파스타’, 드라이에이징 방식으로 숙성해 부드러운 티본 스테이크, 기장 칠암 해녀 할머니가 잡은 성게알·뿔소라가 들어간 ‘성게알 크림 파스타’.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이탈리안·지중해 레스토랑 ‘라피오렌티나(La fiorentina, 051-997-6224)’의 김상민 대표는 부산 외식업계 현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2001년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유명 레스토랑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외식업계에 입문해 수영구·해운대구 모 레스토랑의 총괄 지배인을 거쳤다. 2015년 해운대구 미포에 ‘비프 앤 피쉬’ 레스토랑을 열어 성공시킨 뒤 지난 5월 “더 젊은 고객을 찾아” 부산진구 부전동에 라피오렌티나(이탈리아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를 개장했다.

김 대표는 “매년 여름 해운대 레스토랑엔 수많은 외지 손님이 방문한다. 손님들은 테이블에 오른 해산물 요리의 재료가 당연히 부산 바다에서 잡혔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국산이라는 것 말곤 어디서 잡혔는지 레스토랑 쪽에선 알기 힘들다. 식재료상을 통해 필요한 재료를 주문하고 수급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부산에 와서 부산의 해산물을 먹고 간다고 생각하는 손님들께 항상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부산에서 난 재료를 사용하는 ‘로컬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꿈을 꿨다”고 했다.

라피오렌티나는 김 대표가 ‘비프 앤 피쉬’에 이어 두 번째로 실현한 꿈이다. 기장 미역과 멸치, 칠암 성게, 미포 앞바다 문어, 명지 칠게 등 부산에서 잡은 해산물을 기본으로 이탈리아·지중해식 요리를 만들어낸다.

라피오렌티나의 식전 빵은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배고픔을 달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당당한 요리다. 앤초비 오일이나 버터 중 한 가지와 함께 제공되는데 이 소스의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김 대표는 “앤초비 오일은 일 년에 두 차례 기장 대변항에서 잡은 싱싱한 멸치를 사서 보관하다 필요할 때마다 소금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절여 만든다. 앤초비 오일은 손님에게 내기 전에 화이트 비네거와 마늘, 허브를 넣고 튀긴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님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 앤초비 오일을 잔뜩 먹고 가실 정도로 본고장에서도 통하는 맛”이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레스토랑에서 직접 염장을 해서인지 앤초비 오일의 간이 한국 사람 입맛에 딱 맞았다. 전혀 짜지 않고 멸치는 잘 구운 고등어처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버터 또한 예사롭지 않다. 기장 미역, 유자를 넣고 버무려 상큼하면서도 미역의 건강한 맛이 느껴졌다.

   
미포 앞바다에서 잡은 문어를 쓴 라비올리.
메인 요리에도 부산의 해산물을 통 크게 쓴다. 재료를 라이스 페이퍼로 싸는, 한국식 해석을 가미한 라비올리에는 해운대 미포 앞바다에서 어부가 통발로 잡은 문어가 큼직하게 들어가 있다. ‘성게알 크림 파스타’는 라피오렌티나와 거래하는 기장 칠암 ‘해녀 할머니’가 직접 딴 성게와 뿔소라가 기본요리 재료로 듬뿍 들어갔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 입 가득 넣으니 바다의 향이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김 대표는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전날 밤 해녀 할머니께 전화해 주문한다. 다음 날 할머니가 바닷속에서 딴 해산물을 손질해 택시편으로 보내주면 바로 요리해 손님께 내놓는다”고 했다.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못할 때나 비가 올 때, 추울 때는 재료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로컬 레스토랑’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에 이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꽃게 로제 파스타’는 직원이 요리를 들고 걸어올 때부터 진한 갑각류 향이 풍겼다. 김 대표는 “소스에 서해산 꽃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튀긴 명지 칠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꽃게 70마리와 칠게 수천 마리를 망에 넣고 짠 육수를 첨가해 향이 진하다”고 설명했다.

   
티본 스테이크와 곁들여 먹는 크림 스피니치.
마지막으로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를 맛봤다. 티본 스테이크란 T자 뼈를 중심으로 안심과 등심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피렌체의 대표 요리다. 라피오렌티나는 자체 개발한 숙성고에서 비피더스 유산균을 활용해 ‘드라이 에이징’ 방식으로 숙성한 고기를 사용해 부드럽고 고소했다. 가격도 서울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착한 편’이다. 함께 제공되는 소스 중 천일염은 평범해 보이지만 꼭 맛봐야 한다. 허영만 작가의 장편 만화 ‘식객’에 등장한 전남 신안군 도초도의 천일염 장인을 묻고 물어 찾아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당도는 높고 염도가 낮아 자극적이지 않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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