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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낙엽 내려앉은 스테이크·단호박 무스…‘수영강 올리브’ 가을맛 들었네

수영구 망미동 ‘뱅델 올리브’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10-31 19:19:4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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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 올리브’의 새로운 이름
- 파티 가능한 프라이빗 룸 더해
- 멋과 맛.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 로컬·제철 재료 사용 실천하고
- 시즌별 메뉴 변화 주는 것 특징

좋은 일이 있어 축하하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신세를 졌을 때, 기념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맛있는 거 먹자며 누군가와 함께한다. 좋은 사람과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 추억은 아주 힘이 세서 언제든 그 장소에 다시 가게 되면 그때가 떠오른다. 이렇게 되려면 음식뿐 아니라 그 공간이나 분위기도 잘 어울려야 한다.
   
유기농 어린 양갈비. 말린 버섯과 렌틸콩, 튀긴 흑미 등으로 가을 분위기를 냈다. (왼쪽),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쿠스쿠스, 블랙 올리브, 마 피클, 완도산 전복찜
부산 수영구 망미동 ‘뱅델 올리브’(051-752-7300)는 이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훌륭한 추억이 될 만한 곳이다. 뱅델 올리브라 하면 낯설겠지만 수영강변의 옛 ‘엘 올리브’는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곳이다. 그곳이 뱅델 올리브로 2015년 이름을 바꾸고 고희철 대표가 맡아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가꿔가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프라이빗 룸을 만들어 가족행사나 파티, 기업행사, 안락한 분위기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든 것이다. 레스토랑의 공간이 확장되는 것과 동시에 주차장을 가운데 두고 레스토랑, 프라이빗 룸, 커피 드 포트, 올리브센터가 둘러싸고 있어 블록 하나 전체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제철 모둠 버섯을 이용한 리가토니 크림 파스타.(왼쪽), 코스에는 포함되지 않는 기장 멸치 앤초비 파스타.
뱅델 올리브는 시즌마다 메뉴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요리에 많은 정성을 들이는 것과 동시에 재료부터 남다르게 관리하고 있다. 식탁 위에 음식이 오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들은 땅과 바다에서 키워지고 상품으로 만들어져 소비되는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동거리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지역에 나는 생산물로 식탁을 꾸미기 위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오룡산과 진주시 주약동에 자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산지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를 실천하는 셈. 이러면 재료의 안전성과 신선함을 보장받을 수 있는 데다 제철 재료를 충분히 써서 접시를 채울 수 있다. 고 대표는 “올리브 팜 오룡산은 약 2000㎡(600평)에 비닐하우스, 버섯막사 등을 두고 20여 종의 농산물을 재배하고 올리브 팜 사천은 1만4000㎡(4200평)에 고구마 및 유자를 길러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재료를 잘 살려 예술적인 요리로 완성해 내는 데는 박기섭 셰프와 김정희 파티시에를 포함한 30명의 노력이 더해진다.

   
당근을 곱게 갈아 크림같은 식감의 당근 스프.
이렇게 만들어낸 가을 계절 메뉴는 가을의 맛과 멋을 다 품고 있었다. 코스의 시작은 프레시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쿠스쿠스, 블랙 올리브, 마 피클, 완도산 전복찜이다. 가을이 제철인 전복은 쪄서 버터를 넣어 팬프라이해 고소함과 식감을 높였고 아래에 깔린 쿠스쿠스는 토마토와 같이 씹히면서 상큼했다. 이 재료들을 눈처럼 덮은 마 피클은 새콤하면서 마 특유의 아삭거림이 살아 있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 이어 제철 모둠 버섯을 이용한 리가토니 크림 파스타는 고소함과 감칠맛의 농후함이 잘 살아 있었다. 표고 버섯으로 감칠맛을 끌어올리고 만가닥 버섯과 팽이버섯으로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을 더했으며 포르치니 버섯 가루를 뿌려 향기를 채웠다. 당근 스프는 진한 노란색이라 처음엔 단호박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랜시간 갈고 체에 내려 약간 묽은 크림처럼 만들어 혀에는 어떠한 입자도 닿지 않게 매끄러워 좋았다. 여기에 말린 당근과 바질 크럼블로 식감의 변주를 줘 재미까지 더했다.

   
배 셔벗, 배무스, 호박소스, 귤이 들어간 디저트.
메인으로는 감자 매시와 포트와인 소스로 풍미를 더한 특상급 한우 안심 스테이크, 민트 페스토를 곁들인 유기농 어린 양갈비를 맛봤다. 맛 이전에 눈으로 접한 요리는 가을의 낙엽이 스테이크에 내려 앉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말린 채소들과 팝콘처럼 튀겨낸 찰흑미와 조, 렌틸콩 등의 색감이 깊어가는 가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미디움으로 잘 익혀진 안심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특히 부드러운 양갈비는 몇 번 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연해 만족스러웠다. 배 셔벗, 배 무스, 호박소스, 귤이 들어간 디저트도 훌륭했다. 단호박을 무스로 만들어 얇게 펴 건조해 얇은 튀일(프랑스 말로 기와라는 뜻)을 만들고 머랭 역시 튀일로 만들어 입에 넣으니 사그락 하고 부서졌다. 바삭한 느낌이 아니라 시원한 배 셔벗으로 입을 씻는데 재미를 주는 식감이었다. 하얗고 진한 노란색의 디저트는 가을의 감이나 은행 색같은 경쾌함을 주며 마무리했다. 가을 시즌 코스를 즐기고 나니 다음 시즌의 요리가 무척 기대됐다.

   
고 대표는 “뱅델 올리브는 번화가와 가깝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즐길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바쁜 생활에서 잠깐 시간을 내 오시는 분들에게 여유와 좋은 기억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음식을 즐기는 곳이라기 보다는 문화 공간으로 즐겨 주셨으면 한다”고 뱅델 올리브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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