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나라 군대에 맞선 양만춘 역
- 3개월간 활·칼 이용 무술 연습
- 역할 부담에 처음엔 출연 고사
- 각 전투신 포인트 잡으려 노력
- 액션 장면 찍다 머리 뜯기기도

그간 스타성은 인정받았으나 스크린에서 뭔가 아쉬움을 남겼던 조인성이 영화 ‘안시성’으로 믿고 맡길 배우로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안시성’에서 안시성민과 함께 5000명의 적은 군대로 20만 당나라 군대와 싸우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준 성주 양만춘 역을 맡은 조인성.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지난 19일 개봉한 ‘안시성’은 645년 고구려 안시성을 쳐들어온 당나라 군대에 맞서 위대한 승리를 거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영화로, 추석 연휴에만 300만 관객을 모아 ‘명당’, ‘협상’과의 치열한 추석 영화 3파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안시성민과 함께 5000명의 소수 군대로 20만 대군의 당과 싸우며 탁월한 지략과 리더십을 보여준 성주 양만춘 역을 맡은 조인성은 장수다운 목소리 톤과 안정된 연기로 블록버스터 액션 사극의 중심을 잡았다. 또한 6개월간 배성우 남주혁 박병은 엄태구 박성웅 김설현 정은채 등 선·후배 배우를 이끌며 촬영에 임해 ‘촬영현장의 기둥’ 역할도 든든히 해냈다.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의 중심으로서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조인성에게서 ‘안시성’ 이야기를 들었다.

-안시성 전투나 양만춘은 젊은 세대에게 낯선 역사이자 인물이다. ‘안시성’ 출연 제안을 받고 선택하게 된 이유는?

▶솔직히 ‘안시성’은 두 번 거절했던 작품이다. 잘 안 알려진 역사거나 인물이라서가 아니라 최민식 김명민 선배님이 이순신 장군 역할을 훌륭히 하셨기 때문에 그 정도 나이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다. 김광식 감독님과 제작진이 “사실 그때 양만춘 장군 나이가 인성 씨 나이대였다”고 하더라. 또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난 뭘 해야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마 탄 남자. 재벌 아들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또 자기 복제를 해서 연기를 하느냐 아니면 잘 안 되더라도 도전하느냐의 선택에서 ‘그렇다면 도전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판단했다.

-자기 복제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보다.

▶제가 드라마에서 멜로를 자주 하다 보니 똑같은 모습이 보일 때가 있더라. 연기할 때 조인성은 실제 연애하듯 출발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똑같은 모습이 나와 스스로도 불편하더라.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무서워서 아예 장르를 바꿔보자고 했다.

-사극 블록버스터에 출연에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할리우드처럼 촬영 전에 모든 전투를 시뮬레이션화해서 어떻게 촬영될지 미리 볼 수 있었다. 김광식 감독님도 그런 준비가 완벽하게 돼야 촬영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확신이 생겼다.

-양만춘이 안시성 성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전투를 이끄는데, 조인성 씨도 마찬가지로 촬영현장에서 선후배 배우들과 잘 어울리고 이끌었다고 들었다.

	고구려 안시성에 쳐들어온 당나라 군대에 맞선 88일간의 전투를 그린 ‘안시성’.

▶양만춘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야겠다. 양만춘은 연개소문에게 반기를 들고 야당의 자리에 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양만춘 곁에 있던 인물 중 누군가 그를 배신하고 안시성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일이 없었다. 양만춘에게 모두를 이끌 어떤 카리스마가 있었다는 것인데, 싸움을 잘하거나 힘이 세거나 세상 보는 지혜, 공감력을 지녔기에 호전적인 주변 인물들을 굴복시켰을 것이다. 그런 영화 속 관계를 촬영현장 속 우리의 관계로 가져왔다. 저는 맏형인 배성우 형과 막내인 남주혁의 중간 나이대고, 주연배우다. 촬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주연배우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 있고, 형들에게 “지금 사정이 이러이러한데 형들은 어때요”라고 하면서 정리해서 제작진과 이야기도 한다. 서로 공감하고 제 생각을 인정해주었기에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또 그런 관계가 영화 속 캐릭터에도 반영됐다.

-양만춘에 관한 기록이 많지 않아 캐릭터 잡기가 쉽지 않았겠다.

▶‘열하일기’ 등에 안시성주에 대한 내용이 짧게 있지만, 분명하진 않았다.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영화에서는 네 번 큰 전투가 있고, 안시성 전투는 세 번 펼쳐지는데, 전투마다 포인트를 잡아 연기했다.

-양만춘은 전투에서 주로 활과 칼을 쓴다. 액션 연습을 오래 했겠다.

▶모든 배우가 필수적으로 3개월간 무술을 연습했다. 액션 장면 일부분은 미국 촬영팀이 와서 특수 촬영장비로 촬영했는데, 프로그래밍이 된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카메라에 맞춰 배우들이 연기해야 했다.

-군사를 호령할 때는 이전에 들을 수 없던 굵은 톤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서 좋았다.

▶물론 자기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이 제일 좋다. 일부러 저음을 내면 티가 나 좋지 않고 집중도 안 된다. 그래서 제 목소리에서 상황에 맞게 변주해보려고 노력했고, 어느 순간 어색하지 않은 때가 왔다.

-분장이 자연스러웠다.

▶아침 6시 촬영이면 새벽 4시까지 가서 2시간 동안 분장했다. 상투는 핀으로 다 고정했는데, 액션 장면을 찍다 가발이 날아가면 머리가 다 뜯기곤 했다.

-관객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안시성’은 고구려의 전부를 담은 영화가 아니다. 고구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출발지점의 영화다. 고구려를 다룬 영화는 조선 시대 배경 영화처럼 계속 나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옛 고구려의 땅에 역사와 유물이 있다. 그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