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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아니어도 심심하지 않은 영덕의 바닷가

해안 따라 즐기는 영덕 장사·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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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해수욕장이 역사 현장임을 알리는
- 배 모양의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 작전에 실제 사용된 ‘문산호’ 본떠 건립
- 안전 문제로 개관은 내년 상반기 예정

- 강구항 대게식당·어시장 유명하지만
- 바다 가까이 설치된 삼사리 해상산책로
- 삼사해상공원 내 영덕어촌민속전시관
- 드넓은 해파랑공원 등 볼거리 수두룩

경북 영덕은 사실 대게로만 기억되는 곳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대게 원조마을인 축산면의 차유마을이 있는 만큼 대게가 영덕을 상징하고 대표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영덕이 대게의 그늘에 가려진 아쉬움도 있다. 우리나라 삼면 어디에나 있는 해안이고 바다이지만 영덕은 해파랑길에 따로 블루로드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지니고 있다. 이제 여름은 지나고 바닷가는 한적하고 여유롭다. 때로는 거세게 부는 바람에 날려온 파도의 포말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이 날아온 갈매기 부리에 흠칫 놀라기도 하는 곳. 부산과 같은 바다이지만 다른 느낌의 동해를 바라보는 영덕의 바닷가. 그렇다고 풍광이 전부는 아니다. 영덕 장사리는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으로 1950년 9월 15일 장사상륙작전이 펼쳐진 곳이다.

철 지난 여유로운 바닷가를 거닐면서 학도병들의 희생도 되새겨보자.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다양한 영덕의 해안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남정면 장사리에서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사진)과 기념공원을 본 뒤 강구면 삼사 해상 산책로를 걸으며 거친 동해를 체감할 수 있다.
■잊힌 전투 장사상륙작전의 현장

동해안을 따라가는 7번 국도는 비경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포항 월포를 지나면서부터 7번 국도는 바닷가로 바짝 붙는다. 동쪽으로 펼쳐지는 동해를 바라보며 포항시 송라면에서 영덕군 장사면으로 들어서면 장사해수욕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곧바로 백사장으로 내려간다. 백사장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부흥마을의 주황색 지붕이 이국적인 멋을 풍긴다. 800m 길이 백사장의 남쪽 끝에 큼지막한 배가 있다. 해안에 정박한 모양의 배는 실물이 아니라 실물 크기 모형이다. 바로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이다.
장사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과 동시에 벌어져 적은 병력으로 대규모 북한군을 동해안에 붙잡아 두는 역할을 했다. 당시 학도병을 주축으로 한 병력 772명이 상륙함인 문산호를 타고 태풍으로 인한 풍랑을 무릅쓰고 상륙해 7번 국도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만큼 희생도 컸다. 출처에 따라 숫자가 조금씩 차이 나는데 기념관 입구의 전승기념공원에 있는 기념탑의 명판에는 130여 명이 전사하고 3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이 명판에는 상륙작전이 1950년 9월 14일에 강행됐다고 기록됐는데 실제로는 14일 부산에서 출발해 인천과 같은 15일 새벽에 상륙이 시작됐다고 한다.
   
강구면 삼사 해상 산책로.
상륙작전 성공 후 태풍에 좌초한 문산호는 1997년 바닷속에서 다시 발견됐다. 그런데 이처럼 장사상륙작전에서 활약한 문산호를 본떠 만든 기념관은 문이 닫혀 있다. 2015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상륙작전 때처럼 강한 파도를 일상적으로 맞다 보니 도중에 안전상 우려가 있어 개관이 연기됐다. 현재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통로 입구에는 내년 상반기 개관 예정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강구항의 해파랑공원에는 갈매기와 대게 조형물이 기다린다.
장사상륙작전은 부산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광복 후 사 온 미군 상륙함을 수송선으로 사용하다가 6·25 발발 후 징발해 다시 상륙함으로 썼는데 출발지가 부산항이었다. 또 당시 선장과 선원 12명이 모두 전사했는데 이들을 기리는 ‘LST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가 영도구 순직 선원 위령비 아래에 있다. ‘장사상륙작전’이 영화로도 선보인다. 2016년 개봉했던 ‘인천상륙작전’을 만든 영화사가 이번에도 ‘장사리 9·15’(가제)를 다음 달부터 촬영한다고 한다. 여름을 보낸 장사해수욕장은 한적한 바닷가이지만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는 걸 알고 찾는다면 한층 의미 있을 듯하다.

■대게가 아니라도 심심하지 않은 강구

   
삼사해상공원의 영덕 어촌민속전시관.
장사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면 곧 대게의 동의어 취급을 받는 강구항이다. 강구로 올라가는 길은 동해의 수평선을 내내 눈에 담고 간다. 시야에 들어오는 바닷가 건물은 모두 펜션이나 모텔 아니면 대게 식당이다. 강구항까지 올라가는 도중에 잠깐 길을 벗어나 강구면 삼사리 해상 산책로와 삼사해상공원을 들렀다 간다. 남호해수욕장 입구를 지나 1㎞ 정도 더 가면 삼사리·해상 산책로 표지판 뒤로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간 산책로가 눈에 들어온다. 좁은 해안로를 벗어나 해상 산책로에 오르면 수평선까지 펼쳐진 동해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2011년 길이 233m의 삼사 해상산책로는 부채 모양으로 입구로 들어가 손잡이 부분을 지나면 좌우로 한 바퀴 돌아올 수 있게 돼 있다. 해수면에서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아 바람이 거세 파도가 높게 치는 날은 산책로 중간의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을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영덕해맞이공원의 창포말등대.
해상 산책로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언덕이 삼사해상공원이다. 실향민 망향탑을 지나면 넓은 광장 주변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자리 잡고 있고 바다 쪽 가장 높은 곳의 경북대종각에서는 영덕읍 방향으로 조망할 수 있다. 바로 밑에 있는 영덕 어촌민속전시관도 짬을 내 들러볼 만하다. 다만 대게잡이 등 영덕의 어촌 생활을 실물보다는 다양한 조형물로 보여주고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강구항으로 가면 바닷가 드넓은 해파랑공원에서 영덕 상징 조형물과 대게 조형물을 본 뒤 붉은색 사랑의 등대로 발길을 옮긴다. 강구항 대게식당이나 어시장은 덤이다. 강구항에서 7번 국도를 벗어나 해안을 따라 20번 국도를 타고 가면 해맞이공원과 창포말등대를 볼 수 있다.


◆장사·강구 비경 즐기는 또 다른 방법

- ‘블루로드 D 코스’ 걸으며 쪽빛 동해 가까이서 느낀다

   
장사해수욕장 통로의 나무에 걸린 블루로드 표식.
영덕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영덕에서 대게의 명성에 근접한 블루로드 도보 길을 걸으며 영덕 해안의 비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770㎞ 해파랑길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다. 이 가운데 영덕은 19~22구간의 총 63.7㎞ 4개 구간이 지난다. 해파랑길의 영덕 구간에 영덕군이 블루로드란 이름을 붙였다. 이번에 찾은 장사에서 강구까지는 해파랑길 19구간이자 블루로드 D코스가 지난다. 포항에서 영덕으로 넘어오자마자 나오는 남정 대게누리공원이 영덕 블루로드의 시작 지점이다. 이곳에서 강구터미널까지 14.1㎞ 구간의 D코스는 쪽빛 파도의 길로 불린다. 7번 국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지만 지나가다 물보라를 맞을 정도로 동해를 가까이에서 만난다.

영덕을 만나는 방법 또 한 가지는 올해 초 개통한 동해선 열차를 타는 것이다. 포항~삼척 구간 중 포항~영덕 사이의 월포, 장사, 강구, 영덕 4개 역이 먼저 개통했다. 부산에서도 동해선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직 부산에서 바로 열차로 영덕까지 갈 수는 없다. 부전~포항 구간에 하루 두 편 운행하고 포항~영덕 구간은 왕복 5차례씩 운행한다.

부산처럼 노선이 직선화되며 바다와 거리를 두고 지나는 데다 터널이 많아 예전 해운대~송정 구간처럼 바다를 바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은 많지 않다. 그래도 월포와 장사역 중간의 화진처럼 하천이 있는 데를 지날 때는 푸른 동해를 잠시나마 바라볼 수 있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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