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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거제 낭만해녀 청춘을 건져올리다

거제 덕포어촌계 진소희 해녀의 삶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  |  입력 : 2018-08-29 19:18:5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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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감 들던 직장인의 삶
- 우연히 접한 해녀학교

- 50~80세 해녀 사이서
- 3년간 버틴 악바리 해녀

- 바다가 주는 무한한 자유
- 강인한 체력 신선한 반찬

- 해녀 문화 명맥 잇는데
- 온 힘 쏟고파

여름철 바다는 더위를 식히고 휴가의 여유로움을 누리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어떤 이에겐 이런 바다가 생활의 터전이자 미래이기도 하다. 바다와 함께 살아가며 그 속에서 생활하는 거제 해녀 진소희(26) 씨에게 바다와 해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진소희 씨가 수중암반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해녀라면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가업으로 물려받아서 하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해서인지 진 씨의 해녀 되기는 아주 신선했다. 그는 “20대 초반에 내가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모른 채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만 컸다. 피부 관리사, 네일아트, 두피관리사, 간호조무사 등의 자격증 따기에 몰두해 피부과 전문병원에서 일했다”고 지난 일을 풀어냈다. 진 씨는 “하지만 막상 해보니 매일 늦은 퇴근에 적은 휴일, 낮은 급여에다 상사와 환자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회의감만 밀려왔다. 그러다 2016년 부모님이 일 때문에 거제도로 이사하면서 우연히 해녀 아카데미 1기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흥미로워 보여 지원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진 씨는 같은 해 9월 해녀 나잠필증을 받고 배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해녀 아카데미는 직업으로서의 해녀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집과 가까운 해녀 배를 찾아갔다. 해녀 배 선주님과 해녀 분들에게 간식거리를 사 들고 가서 친해지려고 노력하며 일을 도와드렸다”고 했다. 해녀 일에 대한 적극성과 절실함을 보이니 해녀나 선주도 좋게 볼 수밖에 없었다.

   
조업 나가기 전 망사리를 손질 중인 진 씨.
농사를 지으려면 땅이 있어야 하듯이 물질을 하려면 들어갈 바다가 있어야 한다. 진 씨는 “현재 거제도 덕포 어촌계에 소속된 해녀로 거기에 속한 해녀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간다. 한 달에 20일 일하는데 날씨에 따라 변동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자연산 전복을 잡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제 손바닥만 한 전복을 따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스스로 무척 뿌듯했고 같이 일하는 해녀분들의 ‘이제 진짜 해녀가 다 되었다’는 칭찬이 무엇보다도 기뻤습니다.” 등록된 해녀가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지역별로 다르다. 거제에선 1년에 한 번 고무 옷을 지원해 준다.

진 씨는 “같이 일하는 해녀 분은 대부분 제주도 출신의 원정 해녀로 연령대가 50~80대로 높다. 그래서 저를 딸이나 손녀처럼 생각해 아주 잘 대해 주신다. 고무 옷을 입는 법을 가르쳐 주시고 조업에 필요한 테왁과 쪼락도 손수 만들어 주셨다”며 감사해했다. 해녀 공동체에 잘 녹아든 모습이었다. 그는 “해녀들의 삶에는 몇백 년을 걸쳐온 그들만의 생활 모습이 있다. 그런 방식에 익숙해지게 참여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시고 물때와 조류, 바람의 방향, 물속 지형, ‘물건’이 나는 자리 등 조업에 필요한 기술도 전수해 주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진 씨는 수심 30m까지 내려갈 수 있고 물속에서 숨은 4분30초까지 참을 수 있다고.
   
진 씨가 수중 암반에 붙은 멍게를 하나하나 따서 가슴에 품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생활한 게 3년째다. 매일 바닷속으로 들어가니 바다의 사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진 씨는 “꽃이 피듯 물속에 빨간 멍게가 보이면 봄이다. 적당한 수온이 해초를 풍부하게 만들어 해삼, 소라, 군소 등도 많아진다”고 했다. 여름이 돼 수온이 오르면 해초는 다 녹아버리고 해삼도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린다. 거기에 적조가 발생하면 전복, 물고기, 문어가 죽기도 한다. 그는 “가을이 와 수온이 내려가면 다시 해산물이 보인다. 그래서 봄, 가을의 바다가 가장 좋다”고 했다.

이런 해녀 일이지만 물속에서 4시간씩 잠수를 거듭하며 움직이려면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진 씨는 “육체적으로 분명히 힘들다. 하지만 하루에 4시간뿐이고 다이어트나 운동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좋다”며 웃었다. 그는 4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영어 공부도 하고 물과 관련한 자격증 공부를 병행해 스킨스쿠버, 동력 수상레저 조종면허를 취득했고 현재는 소형 선박 조종면허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채취한 멍게를 저울에 달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은 무한한 자유로움이라고 했다. 직장에서 생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스트레스가 적고 쉬고 싶거나 여행을 가고 싶을 땐 언제든 실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답답한 건물 속이 아니라 확 트인 자연에서 일하는 것이 외려 하루하루 힐링이 된다고. 그러면서 게, 미역, 멍게, 소라, 홍합 등 자연이 주는 반찬으로 건강한 식사까지 해결한다며 즐거워했다. 정년이 없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라 더욱 좋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가는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행복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런 그를 보면서 가족이나 주변에선 걱정 반, 호기심 반의 반응을 보였다. 하더라도 얼마나 하겠느냐는 의심도 있었다. 3년 동안 해녀 생활을 잘 해내는 걸 보며 이제는 주변 친구들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해녀가 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 해녀 문화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될 정도로 해외에서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고령화 등으로 해녀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진 씨는 “강인한 여성의 직업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런 만큼 해녀는 가정 형편이 어렵고 배움이 짧아서 하는 일이라는 선입견을 없애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저도 어린 나이에 해녀를 직업으로 선택했다는 이유로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해녀를 알리는 행사에도 다양하게 참여해 명맥을 이어나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 해녀가 되려면

- 선주·어촌계장 자필동의 받고 실제 조업 위판한 실적 있어야

해녀가 되려면 지자체로부터 해녀 나잠업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거다. 이 나잠필증은 해녀가 속한 어촌계의 해녀 배 선주와 어촌계장 두 사람의 자필 동의와 도장이 들어간 확인서가 필요하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해녀로서 얼마나 조업에 참여하고 해녀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판단해 공동체의 추천을 얻어야 하는 셈이다. 필증을 받는 것과 함께 실제로 조업에 참여하는 진짜 해녀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특정 기간 조업해 위판한 실적이 있어야 하고 지구별 수협과 행사 계약을 맺어야 한다. 수협 조합원이 되려면 어촌계원 동의와 함께 출자금 450만 원이 필요하다.

해녀는 잠수통 없이 수심 30m 정도까지 잠수해 해산물을 잡는다. 이런 행위는 잠수통 없이 잠수하는 프리다이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프리다이빙을 해본 적이 있거나 연습한다면 해녀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소희 씨는 “해녀 일은 수영을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과 친해지는 연습은 해두는 게 좋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거제해녀학교는 매주 토요일 5, 6시간 수업을 하며 5개월가량 진행된다. 첫 2개월은 해녀에 대해 이론 수업을 한다. 해녀 공동체 내의 질서나 전통, 해녀 물품을 다루는 방법, 해녀의 노래 등도 이때 배운다. 그러고 나면 실제로 바다에 나가서 테왁을 사용해 헤엄치고 호흡하는 법 등을 배운다. 이때는 잠수보다는 바다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글=최영지 기자 사진=박수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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