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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 지나간 자리…하늘하늘 꽃이 피었네

한 땀 한 땀 터키 자수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08-29 19:29:2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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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에 놓는 프랑스자수와 달리
- 스카프·이불·쿠션 가장자리에
- 테두리 장식하거나 붙이는 방식

- 기린 다리 모양 ‘쥬라파 듀움’
- 산맥이 줄지은 ‘스라 다으’ 등
- 기법 모양따라 재밌는 이름 붙여

자수는 보통 평면에 놓는다. 우리나라 자수나 프랑스 자수도 마찬가지로 평면에 실 색상의 옅고 짙음을 이용해 꽃잎의 입체적인 모습을 표현한다든가 실의 굵기와 매듭 방법을 달리해 볼륨감을 준다. 선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터키 자수는 이와는 좀 다르게 천의 가장자리를 장식한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터키문화원 부산점에서 터키 자수 수업을 맡은 노르잔 씨는 “터키에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위해 터키 자수로 장식한 용품을 만들어 주는 전통이 있다. 스카프나 옷, 이불, 쿠션 등의 테두리를 장식하거나 아플리케처럼 따로 만들어서 브로치로 쓰거나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플리케는 프랑스어로 ‘붙이다, 달다’라는 뜻으로 보통 천 위에 다른 천이나 가죽 등을 덧대 깁거나 붙이는 기법을 말한다.
   
터키 자수는 자수용 실과 바늘, 가위, 천만 있으면 된다. 보통의 자수 수업에서 흔히 쓰는 바늘집, 골무 등은 보이지 않았다. 자수용 실은 좀 단단하고 두께가 있는 편이다. 터키 자수의 기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한 땀씩 뜨고 매듭을 지어 묶는 것이므로 보풀이 잘 생기지 않고 단단한 폴리에스터로 만든 실을 쓴다. 보통의 자수는 바늘에 실을 꿰고 실의 끝부분에 매듭을 지어 자수가 풀리지 않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터키 자수는 매듭을 묶지 않고 시작한다. 한 땀 뜰 때마다 묶어서 고정하기 때문이다. 강사 노르잔 씨는 “매듭을 꽉 묶어야 해요. 풀리지 않게 신경을 써서 꽉 묶으세요”를 반복했다.

   
수강생이 터키 자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쥬라파 듀움’ 기법을 연습하고 있다.
터키 자수 수업을 들은 지 3개월째 접어든 박희정(여·39·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페이스북에서 작품을 보고 제가 하는 금속공예에 접목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고 했다. 금속공예로 귀걸이,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를 만드는 데 터키 자수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은 거다. 자수로 꽃이나 다른 모양을 만든 뒤 뒤에 금속판을 대면 이국적인 귀걸이로 만들 수 있다. 터키 자수는 천의 가장자리를 꾸미기도 하지만 바탕천 없이 따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박 씨는 “하다 보면 우리나라 전통 매듭과도 비슷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하나하나 매듭을 짓기 때문에 수가 입체적인 형태를 보이고 서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수강생들이 참고로 보면서 할 수 있게 미리 수를 놓아둔 작품을 보면 자수로 액자를 꾸미거나 브로치로 만든 게 있다.

박 씨는 이제 초급 단계를 넘어 중급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날은 ‘스라 다으’라는 기법으로 수를 놓는 중이었다. 산이 줄지어 있는 듯한 모양이어서 산맥으로 불리는 이 수는 맨 아래에 ‘쥬라파 듀움’으로 천의 올이 풀리는 것을 막은 뒤 그 위로 수를 쌓아 올리듯 이어간다. 상세히 보면 색깔이 다른 실을 써서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자수 기법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재미있다. 제일 기본이 되는 기법이 ‘쥬라파 듀움’인데 터키말로 기린이라는 뜻이다. 기린의 긴 다리가 여러 개 이어진 것 같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교백’이라는 기법은 폭은 좁고 위아래로 긴 타원 형태다. 이 모습이 사람의 배꼽 같아서 교백(배꼽)이라고 부른다. ‘카윽츠큐레이’는 완성된 모습이 뱃사공의 노처럼 보여 그렇게 부르고 ‘스랄르타우샨’은 줄 서는 토끼라는 뜻이다. 토끼 귀처럼 보이는 두 개의 긴 타원이 줄줄이 생겨나서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이런 자수들은 난도에 따라 가로 줄무늬가 있는 천에 예시로 만들어 두었다. 노르잔 씨는 “처음 연습할 때는 줄무늬가 있는 원단이 편리하다. 선이 있어야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기가 쉽고 똑바로 수가 놓였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수업시간엔 자수 기법을 확대해 프린트한 종이도 함께 제공된다. 이 교재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로 나뉘어 있어 수를 놓는 방향을 헷갈리지 않게 도와준다.

두 번째 수업을 듣는다는 김은숙(여·30·부산 해운대구 좌동) 씨는 “수공예에 관심이 많은데, 프랑스 자수나 뜨개는 유튜브 등에서 참고할 만한 영상이 풍부하다. 하지만 터키 자수를 다루는 곳은 드물어 호기심에 찾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세탁을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자수가 내구성이 강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터키 자수는 3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며 일주일에 2번, 2시간씩 수업한다. 3개월간 터키 자수 6개를 익힐 수 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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