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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면서 길들이는 목재소품…사각사각 소리에 마음도 힐링

우드카빙 (Wood Carving)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08-22 18:55:4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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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두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 밀도 높고 단단한 목재 사용
- 날이 잘 선 조각도로 깎아내
- 오일 묻혀 색까지 입히면
- 나무 숟가락부터 쟁반 등
- 내 손에 꼭 맞는 제품 완성

나무를 깎는다는 행위를 생각해보면 어릴 때 미술 시간에 가져갔던 조각도가 먼저 떠오른다. 깎는다는 말에 집중하면 교과서에 있던 방망이 깎는 노인도 생각난다. 나무를 활용한 소품이나 물건을 늘 쓰고 있으므로 나무는 다른 재료보다 가깝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걸 손수 만들어 쓰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잘 만들어진 것 중 선택하는 게 편해서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런 불편함을 직접 찾아 나선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어바우드’는 목공방이다. 그 안에서도 가구 같은 덩치 큰 물건을 만드는 분야가 있고 숟가락, 쟁반, 조리도구 등 소품을 깎아 만드는 우드 카빙을 배우는 파트도 있다. 우드 카빙(Wood Carving)은 말 그대로 나무를 조각해 깎아내는 작업이다. 직육면체인 나무토막에서 숟가락을 파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때 가장 다가오는 건 단단한 나무를 조각도로 깎을 때 나는 소리다. 요즘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느끼게 해주는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으로 바람이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을 들려주는 건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드 카빙의 여러 장점 중 하나가 나무가 깎여 나가는 소리를 실컷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닥판에 잘 고정해 둔 숟가락의 입이 닿는 부분을 파내는 어바우드 한동훈 대표.
우드 카빙에 주로 쓰이는 나무는 호두나무(월넛), 벚나무(체리), 단풍나무(메이플)다. 호두나무는 아주 단단한 편이라 조각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날이 잘 선 조각도가 그런 걱정까지 깎아줬다. 맨 처음엔 나무판자에 조각도를 대고 미는 연습부터 한다. 이때는 팔심만으로 하면 안 된다. 팔과 손목의 힘으로만 밀어내면 날이 지나간 자리가 매끈해지지 않는다. 안 쓰던 팔에 힘을 주니 떨려서 그렇다. 조각도의 손잡이를 가슴 아래 명치에 대고 잘 잡은 뒤 팔과 몸으로 같이 밀어야 한다. 그래야 힘이 덜 들면서 나무를 일정한 깊이와 폭으로 파낼 수 있다. 이때 가장 매력적인 게 앞에서 말한 소리다. 밀도가 높고 단단한 호두나무를 날이 잘 선 조각도로 깎아내면 정말 ‘사악 사악, 사극 사극’하는 소리가 난다. 소위 ‘칼맛’이 아주 좋은 목재다. 이게 좀 익숙해지면 조각도와 나무 표면이 닿는 각도를 달리해 연습한다. 조각도를 표면에 가깝게 눕히면 깊이가 얕게, 직각에 가깝게 세우면 깊게 날이 들어간다.

조각도에 익숙해지면 손잡이 부분을 깎아내기 위한 칼도 써본다. 끝이 아주 뾰족해 약간 소름이 끼칠 정도였지만 안내하는 방법대로만 하면 안전하다. 그리고 표면을 깎아내는 대패로 원하는 모양대로 다듬을 수 있다. 조심할 점은 작업할 때 작업대에 작품을 완전히 고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힘을 제대로 줄 수 있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우드 카빙에선 작품을 작업대에 고정하는 클램프나 바이스가 필수다. 작품이 완성되면 표면을 다듬고 오일을 묻혀 닦아내 색상을 내고 건조한다. 이때는 호두 오일이나 포도씨유, 아마씨유, 생들기름을 써야 한다. 한동훈 공동대표는 “흔히 생각하는 올리브유는 쓰면 안 된다. 올리브유는 잘 마르는 건성유가 아니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위의 기름을 발라두고 건조한 뒤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묻어나지 않을 정도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완성 후 오일을 발라 건조시키는 주방도구들.
최근 우드 카빙으로 제작하는 소품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건 조리도구다. 손잡이와 머리 부분을 자기 필요와 손에 맞게 제작할 수 있으니 쓸수록 편하다. 샐러드 스푼, 달걀말이용 뒤지개, 볶음용 숟가락 등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한 공동대표는 “최근에 제일 독특했던 건 엄지손가락에 끼고 책이 넘어가지 않게 고정하는 ‘책찌’ 였다. 주문 제작한 상품이었는데 만들어 놓은 걸 보더니 수강생들도 아주 관심 있어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쟁반도 인기가 많다. 쟁반은 특히 조각도가 지나간 모양을 그대로 살려두는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헤링본 모양으로 조각도의 자국이 마주 보게 해 무늬를 만들거나 원반을 가로지르는 선을 살려서 만든 것도 아주 보기 좋았다.

우드 카빙의 정규반은 평일 하루 3시간 수업 2회, 주말은 6시간 1회로 4주간 진행된다. 정해진 커리큘럼 대신 수강생이 원하는 작품 위주로 짜므로 작품 완성도가 높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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