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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15> 통영 미래사 편백숲

잿빛 빌딩숲에 갇힌 도시인, 쭉쭉 뻗은 편백빌딩숲 속으로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8-08 18:48:1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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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로 유명한 미륵산
- 입구부터 빽빽한 편백나무 시원
- 미래사 주차장 반대편 산책로
- 덱 따라 피톤치드 마시며 힐링
- 땀 흘리며 따라간 오솔길 끝엔
- 남해 한려해상 절경이 선물로

지독한 폭염에 시원한 바람 한 점, 한 줄기가 아쉽고 간절하다. 숲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숲이 신선하고 시원하다는 말은 지극히 상대적. 땡볕 아래보단 낫다는 말이다. 천하 제일의 숲이라고 해도 이 날씨에 숲속이 시원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래서 몇 군데 중에서 고민 끝에 고르고 골랐다. 피할 수 없는 땀과 더위, 그렇다면 바다까지 조망하고 부처님께 삼배라도 올려야겠다는 ‘계산’ 끝에 선택한 곳. 전국 최고의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경남 통영을 찾은 이라면 누구나 들른다고 하는 ‘미래사의 편백 숲’이다.

■눈 만큼은 시원… 편백 숲 중 으뜸

   
경남 통영 미래사 편백 숲 오솔길. 한 치의 기울어짐도 용납하지 않는 자세로 서 있는 편백 사이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송진영 기자
명산과 명사찰, 그리고 명숲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다. 앞서 국제신문의 ‘생명의 숲을 거닐다 7편’ 경북 청도군 운문산 운문사의 솔바람길을 소개하면서 썼던 표현이다. 통영 미륵산도 마찬가지다. 미륵산에는 미래사 그리고 편백 숲이 있다. 본디 미륵산 편백 숲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운문산과 운문사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숲의 명성을 더한 공은 산보다는 절이 컸을 터. 미륵산은 케이블카로 유명해진 곳이지만 그 이전부터 미륵산은 남해 한려해상의 절경을 조망하는 곳으로 익히 알려졌다. 해발 고도 461m에 불과하지만 미륵산은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다.

미륵산은 편백으로 울창하다. 산 입구에서부터 하늘을 찌를 듯, 그것도 빳빳하게 솟은 장대 같은 나무다. 한 치의 기울어짐도 용납하지 않는 자세로 서 있는 편백들, 그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미래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책로가 있는 편백 숲은 주차장 반대 편, 덱으로 조성된 곳이다. 70여 년 전 일본인이 심은 편백을 사찰에서 매입한 뒤 산책로를 꾸몄다고 하는데, 사찰 주변에 편백림이 조성된 곳은 여기 말고는 없다. 피톤치드는 몰라도 편백은 안다는 말이 있듯, 편백의 효능은 워낙 알려져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수목 중 피톤치드 방출량이 가장 많은 편백이 여름에도 소나무보다 네 배 많은 피톤치드를 방출한다는 산책로 입구 설명이 눈길을 끈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 뜨거운 바람만 마실 것이 자명했지만 그래도 피톤치드 때문에 심호흡을 해봤다.

   
오솔길 중간에 있는 돌무덤.
덱을 지나면 푹신푹신한 짚을 밟으며 걷는 오솔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없는 이 길은 걷기에 좋다. 경사가 심한 곳은 탐방이 아닌 운동의 공간으로 여기는 터라 이 짚길은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비처럼 쏟아지는 땀은 어쩔 수 없었다. 고개를 젖혀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미래사 편백 숲의 진가가 나왔다. 빌딩을 이룬 편백 사이로 멋진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핀 조명이 산책로에 내려앉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편백을 보니 몽환의 무대가 따로 없는 환상적인 풍광으로 숲이 변했다.

■돌무덤과 미래불, 그리고 남해

   
길 끝에서는 한려수도의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산책로 중간 지점에는 돌탑 혹은 돌무덤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곳이 있다. 녹음이 절정을 이룬 숲에서 잿빛의 돌멩이가 쌓여 있으니 어린 아이들은 신기한 모양이다. 하나둘 만들어진 돌탑이 모여 돌무덤이 됐는지, 돌무덤을 흉내내기 위해 누군가가 ‘조성’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관광객들 저마다 돌무덤에 ‘소원’을 쌓았다.

덥지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오솔길의 끝자락이었다. 나무 다리를 건너 이어진 길 모퉁이를 지나니 선물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호수처럼 잔잔한 남해에 짙은 녹음으로 덮힌 섬들이 점을 찍은 듯 앉아 있었다. 정지된 화면과 같은 그림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걸려 있으니 감탄할 수밖에. 그리고 이런 광경을 내려다보는 미륵불 석상이 있다. 그 아래로 몰려 있는 고양이에게 한 관광객이 다가가더니 두 손을 모아 생수를 먹여줬다. 더위에 지친 고양이들에게는 미륵 부처나 다름 없는 은인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풍광보다 멋지고 정겨운 풍경에 멀리 남해를 내려보는 미륵불상의 인자한 미소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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