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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흑금성역 황정민 “말로 하는 구강액션…이런 압박감 처음이었죠”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  |  입력 : 2018-08-08 18:53:0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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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북풍 공작 사건 영화화
- 당시 안기부 스파이 역할 맡아
- 실제인물인 박채서 씨와 식사도
- 인물 복합 심리 표현 너무 힘들어
- 배우 그만두고 싶단 생각까지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고 할 수 있는 황정민이 연기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바로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 사건(흑금성 사건)을 영화화한 ‘공작’(개봉 8일)을 촬영하면서였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황정민)가 남북 고위층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영화다. 황정민은 암호명 흑금성인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북한 고위층에 잠입한 후 공작을 펼치는 박석영 역을 맡았다.

   
영화 ‘공작’에서 암호명 흑금성인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북한의 고위층에 잠입한 후 공작을 펼치는 박석영 역을 맡은 황정민.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이기도 한 ‘공작’은 첩보물이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현란한 액션보다는 긴장감 넘치는 대사, 밀고 당기는 치열한 머리싸움, 그리고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심리전이 그 어떤 액션보다 매력적인 영화다. 따라서 고도의 계산된 연기와 배우들 간의 호흡이 필요했기 때문에 황정민뿐만 아니라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연기한 이성민도 애를 먹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윤종빈 감독은 성민이 형과 제가 하는 대사가 마치 액션처럼 보이길 바랐다. 둘 다 너무 힘들었고, 바닥을 치는 기분이었다”며 “연기의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된 영화”라고 ‘공작’을 소개했다. ‘공작’의 어떤 부분이 황정민을 힘들게 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화를 영화화한 ‘공작’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실제 흑금성 사건을 듣고 너무 놀랐다. 이런 사실들을 모르고 1990년대를 관통했다는 것이 놀라웠고, 일반 관객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 그 첫 시작이었다.

-영화 속 박석영의 실제 인물은 박채서다. 촬영 전에 그 분을 만났나?

▶실화를 소재로 했을 때 실제 인물을 직접 만나려 하지 않는다. 혹시 그 인상에 갇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본을 읽고 너무 궁금했다.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를 것 같았고, 김정일을 만났다는 것이 이해 안 됐다. 그래서 만나 식사를 했다. 보통 눈을 보면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는데, 눈을 읽을 수가 없더라.

-그렇다면 영화 속 박석영은 어떤 인물로 그리려 했는가?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군인으로서의 직업의식 등이 하나로 뭉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일을 믿고 하던 중 자신의 신념과 다른 방향(북풍 공작 사건)으로 일이 진행될 때 자괴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것을 디테일하게 살려보려고 했다.

-‘공작’은 대선이나 총선 등이 있을 때 어김없이 등장했던 북풍 공작 사건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공작’은 개인으로 보면 남북에 있는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 영화고, 크게 보면 남과 북의 화합에 대한 이야기고, 더 확장하면 정치적인 이야기다.저는 남자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했다. 사상과 신념이 다른 남자들이지만 좋은 신념이 뭉치면 좋은 우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박석영이 리명운과 함께 김정일 별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장면은 실제 같았다.

▶별장 세트가 굉장히 컸는데, 큰 공간과 긴 대사가 주는 중압감이 있었다. 연기일지라도 ‘김정일’이라는 분위기에 압도돼서 벌벌 떨리더라. ‘반공교육이 이렇게 무섭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려자세로 많은 대사를 입만 벙긋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 밧줄을 꽁꽁 묶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압박감은 처음이었다.

-‘공작’을 두고 ‘구강액션’이라고 할 정도로 긴박감 넘치는 대사가 많다.

▶‘구강액션’이라고 말은 쉽게 했지만 첩보물인데 실제로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사를 하고 있는 긴장감이나 공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대화를 나누지만 책상 밑에는 양날의 칼이 오가는데,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성민이 형과 둘이서 “우리 죽어야 한다. 배우 그만 하자”고 하기도 했다. 바닥을 치는 기분이었다.

-2005년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찍은 휴대폰 CF가 ‘공작’에서 재연된다. 이 장면에서 실제 이효리가 등장한다.

▶그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어서 중요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이효리가 출연 승낙을 했다. 촬영 당시가 탄핵 정국이었고, 그 휴대폰 CF를 차은택이 연출했다. 이효리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었는데, 출연해줘서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영변 장면은 실제 북한에서 촬영한 것 같았다.

▶촬영지는 태백의 시멘트 공장이었고,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 썼던 숙소라고 하더라. 미술팀이 벽에 북한인 것처럼 세팅을 하고, 출연진이 의상을 입고 있으니 북한 같았다. 동네 분들이 수상하다며 신고를 해서 경찰이 오고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공작’이 상영됐다. 그때 어떤 느낌이었나?

▶외국 관객들은 하나의 장르 영화로 보더라. 아무래도 그들은 못 느끼는 우리만의 세포가 있어서 빨리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최근 한국 관객들과 같이 보는데 ‘이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기분 좋게 봤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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