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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화려한 부산항·시원한 바람…산복도로서 즐기는 ‘밤마실’

부산 원도심 야경 피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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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노레일 타고 오르는 168계단 전망대
- 경관조명 밝힌 부산항대교 풍경 매력적
- 2층 ‘김민부전망대’ 벽면 조형물도 인기

- 송도해수욕장·남항대교 내려다보이는
- 천마산 일대 예전부터 알려진 전통 명소
- 영도 청학배수지 최근 핫플레이스 등극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한여름 최고 피서지인 부산지역의 해수욕장도 낮에는 텅 비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해가 기울고 더위가 한풀 수그러들면 바깥에 나가볼 마음이 생긴다. 낮보다 기온이 한참 떨어지는 밤이면 해수욕장 백사장도 붐빈다. 밤이면 시원해지는 곳은 해수욕장 말고도 있다. 부산 원도심의 산복도로가 대표적이다. 기온은 고도 100m를 오를 때마다 0.2도씩 떨어진다고 한다. 산복도로의 높이 정도를 오르는데 이런 공식은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더해 탁 트인 부산항 야경을 더하니 체감 기온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부산 원도심에서 한여름 더위를 벗어나 서늘한 바람과 시원한 풍광을 누리는 야경 피서에 나섰다.
부산 동구 168계단 모노레일 2층 승강장 주변에서 바라본 부산항대교 야경. 같은 부산이라도 내륙보다 바다가 가까운 곳이 한결 기온이 낮다. 산자락의 전망대에 오르면 바람이 부는 데다 시야까지 탁 트이니 한층 시원하다.
■168계단 모노레일 타고 부산항 조망

뜨거운 기운을 듬뿍 안겨주던 해가 떨어진 뒤 도시철도 부산역을 뒤로하고 동구 초량동의 168계단을 찾는다. 오른쪽의 이바구길을 따라가도 되고 왼쪽의 상해문을 지나서 가도 된다. 초량초등학교를 목표로 해서 찾아가면 학교 정문에서 뒤로 보이는 비탈에 모노레일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1892년 한강 이남에 처음 세워진 교회라는 초량교회와 초량초등학교 사잇길로 올라가서 이바구정거장을 지나 정면의 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168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계단 입구의 168계단 모노레일 승강장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3층까지 올라간다. 여긴 케이블카처럼 하부, 중간, 상부 승강장으로 부르지 않고 1층, 2층, 3층이다.

에어컨이 시원찮은 모노레일을 타고 3층에 내리는 순간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아래와는 온도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168계단 전망대에 서 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땀을 식히면서 저물어가는 시가지와 부산항을 내려다본다. 잠시 무채색으로 변했던 건물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며 시선을 잡는다. 정면을 바라보면 근처 고층 빌딩 사이 부산역 건물 뒤로 키 큰 교각 두 개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부산항대교가 바라보인다. 해가 진 뒤 곧 교량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하늘이 푸른색을 지나 검은색으로 변해갈 즈음 교각에도 푸른색과 붉은색 등의 경관조명이 들어온다. 부산항대교 왼쪽에는 신선대부두, 오른쪽에는 영도의 아파트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보름 전후로는 어두워질 즈음 부산항대교 교각 사이로 떠오르는 달을 볼 수 있다.
168계단 3층 승강장 앞에 있는 막걸릿집.
168계단 전망대에서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가거나 모노레일을 타고 2층에 내리면 바로 아래 김민부 전망대에서도 부산항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기다리는 마음’의 김민부 시인을 기리고자 만든 이 장소에서는 조망은 물론 벽면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김민부전망대 맞은편의 소공원에서는 오르내리는 모노레일과 야경을 함께 시야에 담는다. 모노레일을 타고 야경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렇게 계단을 걸어 내려오며 차츰 변하는 전경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야경 피서를 즐긴 뒤 168계단을 내려와 다시 초량초등학교를 지날 때쯤이면 다시 열기가 느껴지며 식었던 등에 땀이 솟는다. ‘홀로’가 유행이고 대세라지만 때로는 ‘함께’도 좋은 법이다. 밤의 168계단을 함께 오르내리며 서로의 인생샷을 찍어주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168계단 모노레일은 밤 9시까지 운행하는데 8시 이후로는 2층과 3층만 오간다. 1층에서 모노레일 운행을 관리하는 어르신은 시간이 됐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매몰차게 밀어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시간을 맞춰가자. 모노레일 운행이 끝난 뒤에는 도시철도 남포역이나 자갈치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38, 86, 186번 등 시내버스를 타고 동일파크맨션 정류장으로 바로 가도 된다.
서구 천마산 조각공원 주변에서 내려다본 남항대교와 남부민동.
■천마산에서 보는 영도와 남포동

송도해수욕장을 내려다보는 천마산 일대는 예전부터 잘 알려진 ‘전통의’ 야경 명소다. 도심 야경을 배경으로 흔히 야간산행을 하기도 한다. 조금만 땀을 흘리면 감천문화마을에서 임도를 따라가면 닿는 천마산 조각공원 인근 천마바위 전망대에서 남항과 영도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달이 밝고 파도가 잔잔한 날이면 남항대교 너머 묘박지에 정박한 숱한 배들이 불을 밝힌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영도대교와 부산대교, 멀리 부산항대교는 물론 남포동 시가지의 환한 불빛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천마산 조각공원까지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비석마을 못 미쳐 갈라지는 천마산로를 따라 아미동에서 남부민동까지 가는 도중 곳곳의 전망대에서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부산항대교 야경 명소 청학동 배수지

영도구 청학동 봉래산 자락의 옛 해사고등학교 인근은 근래 떠오르는 야경 명소다. 부산항대교 건설 이후 교량의 야간 경관조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옛 해사고와 도로를 사이에 둔 청학배수지 전망대는 접근성이 좋다. 부산항대교를 1.7㎞ 정도 거리에서 30도 각도로 바라보는 곳이라 속된 말로 그림이 된다. 부산항대교까지 거리 3㎞가 넘는 168계단 전망대보다 한결 가깝게 보인다. 배수지 바로 아래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원도심 야경 감상은 어디서

- 도심 속 수정산·봉래산 등 산자락 따라 전망대 즐비

168계단 전망대와 천마바위 전망대, 영도 청학배수지 전망대는 동구, 중구, 서구, 영도구 등 원도심의 숱한 전망대 가운데 일부분일 뿐이다. 수정산과 엄광산, 천마산, 봉래산 등 원도심의 산자락 도로를 따라 설치된 전망대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부산항과 원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먼저 민주공원과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산복도로에는 유치환의 우체통을 시작으로 친환경스카이웨이 전망대, 이바구공작소 전망대, 역사의 디오라마, 영주하늘눈전망대, 대청공영주차장 상부의 대청스카이 전망대 등이 모퉁이를 돌 때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천마산 동쪽 자락의 천마산로를 따라서도 비석문화마을의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를 비롯해 하늘 전망대, 누리바라기 전망대, 부산항 전망대에서 여유 있게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천마산로는 대중교통이 없어 도보나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또 영도 청학배수지 전망대 인근의 영도해돋이전망대나 불로초공원에서도 야경을 볼 수 있다. 이들 전망대에서는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빌딩과 황령산부터 북항, 부산항대교, 부산역, 부산여객터미널, 용두산공원, 부산대교, 영도대교, 남항대교 등 다양한 명소의 야경을 두루 볼 수 있다. 세 지역의 전망대 인근에는 카페도 빠지지 않고 있어 더욱 여유롭게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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