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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30> 남해 망운사

남해서 가장 높은 곳에 ‘둥지’… 선서화로 사바세계 밝히다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8-07-25 19:28:0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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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운산 정상 아래 800년전 건립
- 임진왜란 6·25전쟁 겪으며
- 수차례 크고 작은 소실 ‘수난’
- 자료·유적 거의 남아있지 않아
- 무형문화재 오른 주지 성각스님
- 하루도 빠짐없이 30년 그림수행

경남 남해군의 진산 망운산(786m)은 남해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남해 섬의 북쪽에서 서쪽으로 작은 산맥을 이루고 있어 겨울에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병풍 같은 산이고 여름에는 바다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북쪽으로 옮겨 가다 쉬어가는 산이다. 그래서 산 이름도 구름(雲)을 기다린다(望)는 뜻에서 망운산으로 명명됐다. 망운산에 오르면 남해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짙푸른 바다 절경이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정상 바로 아래에 망운사가 있다.
   
망운산을 병풍 삼아 남해 바다를 바라보고 자리잡은 망운사는 우리나라 선서화의 본찰이자 자신의 진면목을 성찰할 수 있는 고요한 수행처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남해읍에서 남해대교 방향으로 2㎞가량을 가다가 고현면 이어마을 끝자락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망운사를 안내하는 입간판을 따라간다. 시멘트 포장이 돼 있지만 임도는 꼬불꼬불 끝이 없어 보인다. 임도 길이만 5㎞. 걸어서는 남해읍 쪽에서 오르는 코스와 화방사 쪽 코스가 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서너 시간, 팥죽 같은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우뚝 솟은 망운산은 하늘의 구름을 기다리고 그 가운데 오롯이 자리한 망운사는 구름같이 여여한 마음의 중생을 기다리는 듯 고요히 앉아 있다.

■고려 때 창건한 쌍계총림 말사

   
사찰 입구의 팔각 진신사리탑. 국왕의 특사로 온 태국 고승이 이운한 부처님진신사리를 당시 청와대가 처리에 고심하자 한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망운사에 안치됐다.
대한불교조계종 13교구인 쌍계총림 말사인 망운사는 고려 강종 2년(1213년) 때 수선사 (지금의 순천 송광사)를 중창한 진각국사가 남해안을 주유하며 명산을 찾다가 망운산 아래 지금의 터에 망운사를 세웠다고 전해온다. 그 뒤 도량이 협소해 산 아래에 새로 절을 지어 화방사라 부르고 망운사는 화방사의 부속 암자가 되었다는 설과 화방사를 지을 때 같이 지었다는 설이 있다.

조선 시대 때는 남해안에 출몰하는 왜구들에 의해 수차례의 소실과 중창을 거듭했고, 6·25전쟁 때는 국내 고승들의 피난처와 수행처로 변하면서 전화를 입어 사찰 일부가 소실되는 아픔을 겪어 자료와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의 사찰 역사도 주변의 바위에 새겨진 글씨나 불사 과정에서 발굴된 파편들을 모아 불교계나 문화재 관련 기관 등이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800년의 세월에는 속세와 멀어져 도를 깨치려는 구도자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해방 후에는 효봉과 경봉 스님이 주석했고 조계종 3, 4, 6대 종정을 지낸 율사 출신의 고암 스님, 5대 종정을 지낸 서옹 스님도 머물렀다. 그 뒤 공주에서 출생해 9대 종정을 지낸 월하 스님과 일각, 월운, 일봉 , 남운, 명준 스님 등이 수행 정진했다.

■선서화 대가 성각 스님이 주지

망운사 일주문에서 너덜바위를 지나 300여m를 더 가면 작은 주차장이 나오고 여기서 10여 개의 계단을 오르면 작은 ‘석주 일주문’을 만난다. 초입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저 평범한 절이 아니라 신비한 그 무엇인가를 담아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기운 때문인지 출가하기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고 입맛이 까다로워 ‘약골’이라는 말을 들은 주지 스님도 이곳에 자리 잡고부터는 아픈 곳이 사라졌다고 한다.

도량에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태국 고승이 이운해온 부처님 진신사리탑이 있고 그 뒤로 약사전 보광전 삼성각 용왕각 등이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 잡고 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선열당과 선화당 안심료 범종각 등의 전각과 현대와 전통을 접목한 요사채도 있다. 현판과 주련은 쌍계총림의 방장 고산 스님의 글씨가 많다. 선열당은 정갈하게 정돈된 주지 성각 스님의 처소다. 벽면에 온통 선서화가 걸려 있다. 국내 유일의 선서화 부문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스님의 작품들이다. 선열당 옆 건물인 선화당은 스님의 화실이자 전시실이다.

■선서화의 본찰로 우뚝

   
성각스님의 선서화 전시실인 금당화실.
우리나라 선서화의 대가인 스님은 남해의 보물이고 망운사는 선서화의 산실이자 본찰이다. 산, 빛, 동자승, 해와 달, 달마 등을 소재로 하는 스님의 선서화는 가느다란 붓끝의 흐름이 끊어지듯 이어지면서 간결하면서도 여백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래서 불교계와 문화계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와 속세에도 그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 편이다.

성각 스님의 선서화는 1995년 부산MBC가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특별초대전을 개최하면서 알려졌다. 그 이후 국제신문과 SBS, KNN, 경향신문 등의 초청으로 전시회를 가졌고 동의대, 서울예술의전당,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특별기획전을 가져 수익이 생기면 어려운 이웃들 위해 내놓는다. 이력도 화려하다. 동아대에서 명예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자랑스러운 동아인상도 수상했다. 정부에서는 국민포장과 옥관문화훈장도 받았고 조계종 포교대상, 부산문화대상 등도 받았다.

성각스님은 출가한 30여 년간 거의 하루도 손에서 붓을 놓은 적이 없다. 몸이 아플 때는 빈 붓으로 허공에다 선서화를 연습할 정도였다. 그래서 스님에게는 선서화가 수행의 한 방편이다. 스님은 날마다 새벽 3시30분이면 일어나 예불과 참선으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리고는 고요한 화선일여(畵禪一如)의 경지에서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선서화로 사바세계를 밝힌다. 선서화의 향기가 어지러운 세상인심을 달래고 어루만져 주기를 기대하면서.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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