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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29> 김해 구천암

거북이 인연 간직… 기도 효험 좋은 사찰로 명성

  • 박동필 기자
  •  |   입력 : 2018-07-11 18:47:3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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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1년 세워진 범어사 말사
- 작약산 꽃·나무 둘러싸여
- 아담하지만 정갈한 모습 간직
- 28년째 절 지키는 주지스님
- 각종 악재 딛고 불사 터전 다져

- 가야시대 역사 유추 가능한
- 거북상은 사찰 대표 상징물
- 바위에서 바람 ‘풍혈지’도 신비

경남 김해시의 기도 도량인 구천암(龜泉菴)은 시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낙동강에 발을 담그고 있는 생림면 작약산 기슭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김해시를 대표하는 신어산·무척산이 중심지에서 푯대처럼 우뚝 서 있다면 작약산은 김해의 변방을 지키는 수문장인 셈이다.
   
구천암 대웅전 모습. 웅장한 모습은 아니지만 절제미를 갖추고 있다.
차를 몰다 낙동강 물내음이 코끝을 스칠 무렵 ‘전통사찰 제95호 구천암’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시야에 들어온다. 사찰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지나 작약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 기대 이상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산중턱에 위치한 사찰 주차장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산 아래쪽에는 초록의 들녘에서 벼가 자라고 있는 광활한 이작뜰(생림뜰)이 펼쳐진다. 농경지 사이로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도로를 따라 장난감 크기의 차량들이 내달린다.

주차 후 절을 향해 올라가다 거대한 목조 일주문과 마주친다. 화려한 단청 대신 밋밋한 원형의 목조 그 자체여서 되레 편안하게 다가온다. 주변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고풍스런 벚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며 사찰을 장승처럼 지키고 서 있다.

■작약산 중턱의 아담한 고찰

   
용왕각 내 거북이상. 거북이상은 사찰 유래와 관계가 있다.
12개 전각이 있지만 산자락의 경사로 인해 규모는 비교적 적다. 다닥 다닥 붙어있는 느낌이지만 정원과 가람의 배치를 볼 때 짜임새 있게 조성된 듯하다.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매끈한 자태를 가진 7층 석탑이 단아한 미소로 반긴다.

석탑 뒤로 ‘작약산 구천암’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극락전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화두와 싸우며 기도 정신하고 있는 구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범어사의 말사인 구천암의 경내에는 주홍색의 불두화(수국) 군락이 작은 연못 주변에 만개해 있다. 대웅전은 대형 사찰의 그것에 비해 아담하지만 조형미와 절제미를 잃지 않고 있다.

대웅전 바로 옆에는 10m 높이의 관세음보살상이 신비로운 미소를 보내며 중생들의 번뇌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이 절에는 대웅전과 관세음보살상 주변에 쌍사자 석등이 많은 게 특징이다.

당장 번뇌를 끊고 불성을 회복하라는 큰스님의 사자후가 산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퍼질 것 같다.

■거북상 눈에 띄는 기도 도량

   
구천암 경내에는 쌍사자 석등이 자주 눈에 띈다.
구천암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31년 노용덕 처사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기도하다 부처님의 선몽을 받고 삼성각, 요사채 등을 중건했다.

그 이후 통도사에서 출가한 약산 스님이 이곳을 범어사 말사로 변경하고 불사를 진행했다.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현재의 주지인 각명 스님의 공이 크다. 그는 28년 동안 이곳에 기거하며 불사를 이어왔다.

구천암은 거북이와의 인연을 간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 용왕각 안에 ‘구천감로수’라는 글귀가 새겨진 물 뿜는 거북상이 있기 때문이다. 해서, 절에서는 이 거북상을 상징으로 삼고 있다. 금관가야의 김수로왕 탄강신화도 거북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곳도 과거 가야시대부터 사찰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반야회 법회를 가질 정도로 설법은 물론 수행자를 위한 참선도량으로 유명하다. 또 삼성각에서 기도해 아기를 낳았다거나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붙었다는 말들이 신도들 사이에 회자돼 기도발이 잘 듣는 사찰로 명성을 얻고 있다.

■바람 나오는 풍혈지 아시나요

사찰을 품은 해발 340m의 작약산은 아름다운 꽃과 한약재로 쓰이는 ‘작약’에서 비롯됐다 전해온다. 멀리서 보면 산세가 작약꽃을 닮았다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연꽃 ,수국, 작약을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귀한 꽃으로 본다.

이 사찰에 따르면 작약산은 실제 작약의 꽃잎처럼 3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전체적으로 주변 지형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절 뒤로는 작약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절에서 20분 정도 땀을 쏟으면 기묘한 현상과 접하게 된다. 8부능선 쯤의 바위틈에서 바람이 나오는 풍혈지(風穴地)가 있다.

주지 각명 스님은 “지름 50㎝ 구멍 앞에 비닐을 대고 있으면 금방 부풀어 오를 정도”라며 “항상 영상 11~13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해 신기하다”고 밝혔다. 겨울에 가면 김이 나오고 여름이면 주변 온도가 내려갈 정도로 시원해진다.

박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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