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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12> 강원도 화천 산소길 O₂

물길따라 숲길따라 온몸으로 산소 샤워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6-20 18:49:4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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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물의 고장
- 북한강 주변따라 형성된 산소길
- 소설가 김훈 선생이 이름 붙여준
- 1.2㎞ 부교인 ‘숲으로 다리’ 백미

- 다리 끝부터 원시림인 흙길 시작
- 녹음 동굴 같은 한뼘길 옆으로
- 찰랑 부딪치는 강물소리 정겨워

청정 자연의 상징은 초록이 수놓은 숲이다. 사계절을 오롯이 품고 있지만 숲의 절대적 이미지도 초록이다. 이런 초록 숲이 초록 강을 만나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명소가 됐다. 초록 숲으로 가는 길에는 초록 강 위를 걷는 멋진 다리가 있다. 청정 자연의 상징, 강원도. 그중에서도 이름부터 아름다운, 빛나는 물이 있는 화천(華川)의 ‘산소길’이다. 험난하고 거친 산악과 보드랍고 촉촉한 강물이 서로를 보듬는 화천 산소길,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세상으로 떠난다.
   
강원도 화천군 산소 100리 길의 백미인 ‘숲으로 다리’. 화천군 제공
■북한강 사뿐히 즈려밟고 숲으로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화천은 인접한 춘천과 함께 ‘물의 고장’이다. 이곳은 북한강의 최상류로, 북한강 주변으로 읍이 형성될 만큼 물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이런 화천에 북한강 양쪽 주변을 따라 형성된 산소(O₂)길, 산소 가는 길이 아닌 산소가 있는 길이 조성됐다. 산소길의 명성은 ‘숲으로 다리’에서 비롯됐다. 산소길의 백미인 이 다리는 1.2㎞ 길이의 부교, 폰툰다리다. 플라스틱 구조물을 촘촘히 연결하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깔아 만든 다리로, 강물을 사뿐히 즈려밟고 걸을 수 있다. 출렁출렁한 강물 위를 걸으면서 다소 아찔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했지만 정작 자전거를 타고도 지날 수 있을 만큼 흔들림이라고는 느낄 수 없다.

   
‘숲으로 다리’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원시림을 걷는 숲속 산소길’.
그래서일까. 안전해서 좋다는 생각도 이 다리 끝에서는 너무 안전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짙푸른 북한강 위를 걸으면서 강물의 푹신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신기하면서도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물 위를 걷는 느낌은 충분히 전해졌다.

무엇보다 숲속에서는 볼 수 없는 숲의 외경을 이 다리 위에서 볼 수 있는 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청정 자연을 감상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선물이 따로 없었다. 수채화가 따로 없는 비경, 둥실둥실 물 위를 걷다 보면 하늘이 내려앉은 잔영이 수놓은 북한강은 압권이다. 에메랄드빛의 강과 짙디짙은 녹음의 산을 동시에 조망하는 여유 있는 풍경과 신록의 신선한 공기를 정말 한껏 마실 수 있어 왜 이곳을 산소길이라고 명명했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다리로, 유명 소설가인 김훈 선생이 이곳을 찾은 뒤 ‘숲으로 다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비가 온 뒤 북한강에 물안개가 필 때면 환상의 풍경, 몽환적인 장면을 담기 위한 전국 출사객이 몰려든다고 한다.

■다리 끝에서 만나는 원시림의 진수

   
북한강의 물안개와 ‘숲으로 다리’가 만든 몽환적 풍경. 화천군 제공
다리의 이름이 ‘숲으로’인 이유는 다리 끝에 있다. 다리 끝에서 시작되는 흙길, ‘원시림을 걷는 숲속 산소길(1.0㎞)’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숲 그 자체로, 원시림의 진수다. 가파른 급경사 아래 강을 따라 어떻게 이런 숲길이 조성됐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간직된 곳으로 나란히 걷기가 힘들 만큼 폭이 좁아 한뼘길이라고 부른다. 동굴과 같은 원시림을 관통하는 숲길을 따라 머루 두릅 다래 등 온갖 식물의 향내가 펄펄 난다. 절로 숨을 들이켜니 자연의 내음이 온몸에 밴다. 쏟아질 것 같은 경사지에서도 이름 모를 꽃은 만개했다. 오른쪽으로는 찰랑찰랑, 강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기 그지없다. 부산에서 화천까지 5시간30분의 피로가 달아나는 느낌. 숲속에서는 사진을 찍기가 마땅찮을 정도로 숲은 울창하고 우거졌다. 힘들지 않을 만큼의 경사길을 올랐다 내려왔다 하다 보면 어느덧 길이 끝난다.

   
강 건너 편에서 ‘숲으로 다리’를 바라보고 있는 미륵바위.
‘숲으로 다리’의 강 건너편에 있는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화천의 북한강에는 물의 고장, 군사 도시답게 곳곳에 부교가 있다. 숲으로 다리와 숲속 산소길을 걷기 위해서는 숲으로 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의 반대편에 주차한 뒤 부교를 건너오면 된다. 숲을 따라 이어진 ‘숲으로 다리’만큼이나 북한강을 밟으면서 건너는 이 부교를 지나는 것도 재미있다. 숲으로 다리와 멀리 숲속 산소길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부교의 정중앙 지점은 출사객에게 인기가 좋다.

   
반지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화천 북한강의 명물 칠석교.
화천이 빛나는 이유, 화천을 빛나게 하는 이유는 물(강)보다는 물을 따라 이어진 숲으로 다리와 숲속 산소길 때문이 아닐까. 숲길 따라 물길 따라 산소 같은 시간을 담기에 충분한 화천 산소길이었다.

글·사진=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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