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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척박한 토양 위 눈부신 자연 가득한 섬

화산섬 제주 자연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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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바위·애기 업은 돌·펄랑못 등
- 다채로운 화산생성물 있는 비양도
- 드라마 ‘봄날’ 촬영 이후 인기 더 상승
- 동쪽 사면에 억새밭 펼쳐진 새별오름
- 가을엔 황금빛·여름엔 초록 물결 장관
- 유네스코 지질명소이자 람사르습지인
- 동백동산, 오랜 세월 울창한 숲 우거져
- 제주의 본모습 제대로 볼 수 있어

요즘 제주 여행이라면 애월 바닷가의 카페와 음식점, 제주 전역에 있는 각양각색의 테마파크와 박물관을 최우선 방문지로 꼽는다. 특히나 차츰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에는 더더욱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편안하게 비취색 제주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최고로 꼽는다. 하지만 제주의 이미지가 카페와 박물관이 된 건 오래지 않다. 무엇보다 제주의 본질은 카페도 박물관도 아닌 화산이다. 신생대 제3기가 끝나고 제4기가 시작된 170만 년 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춘 화산섬이란 게 제주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그래서 제주의 자연을 보는 게 제주의 본질에 다가가는 일이다. 화산섬 제주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비양도와 새별오름, 동백동산을 찾았다.
   
남쪽과 북쪽의 탐방로로 올라가는 길은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가파르지만 정상 주변은 멀리서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완만한 능선이다. 정상에서는 곳곳에 오름이 솟은 한라산 서쪽 중산간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화산섬 제주 축소판 비양도

제주에 가서 꼭 한 군데를 간다면 비양도를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화산 활동으로 탄생한 제주도 지질과 지형, 생태를 골고루 보여주는 제주도의 축소판과 같은 곳이 비양도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북서쪽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출발하는 도선을 타면 고작 10여 분이면 닿는 곳이다. 2005년 드라마 ‘봄날’을 촬영한 뒤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 주말에는 임시 배편이 운항하기도 하는데 단체 예약이 있을 경우 배 시간에 임박해서 가면 제때 배를 타지 못할 수도 있다.

   
비양도 코끼리 바위.
비양도는 제주도 풍경을 결정한 오름의 하나다. 다만 바다에 솟아 섬이 된 것이 다를 뿐이다. 섬 이름은 날 비(飛), 날릴 양(揚)을 쓰는데 용암이 분화하며 바닷물과 만나 폭발적인 분화를 한 데서 유래했다. 섬이 탄생한 지 1000년이 되는 해라고 2002년에 새긴 기념비가 서 있지만 실제 지질학적 분석으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생겼다고 한다. 섬 정상 비양등대에 오르면 기막힌 바다 조망과 함께 남쪽으로 움푹 파인 분화구가 보인다. 해안로를 따라 돌면 코를 길게 드리운 코끼리바위에 이어 ‘애기 업은 돌’로 불리는 호니토, 바닷물이 스며들어 생긴 염습지인 펄랑못 등 화산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화산생성물을 만날 수 있다.

■억새 흔들리는 오름, 새별오름

   
한라산 서쪽을 남북으로 염결하는 1135번 도로에서 접근하며 바라본 부드러운 곡선의 새별오름.
비양도와 한라산의 중간쯤인 중산간을 지나는 1135번 도로 옆에는 둥그런 고분처럼 생긴 새별오름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남동쪽에서 접근하면 새별오름의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온다. 애월읍 봉성리의 새별오름은 한라산의 자식과 같은 제주도 360여 개 기생화산(오름) 가운데 하나이다. 그 모든 오름이 각각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새별오름은 여느 오름과 달리 동쪽 사면이 숲이 아닌 억새밭이라 계절에 따라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는 새별오름은 흔히 경주에서 보는 부드러운 곡선의 수더분한 고분과 닮았다. 다만 해발 500m가 넘는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주차장에서 오름 양쪽으로 야자 매트를 깐 길이 나 있다. 왼쪽이 좀 더 가파르다.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면서 차츰 오름의 경사진 옆모습이 보이는데 자칫 미끄러지면 주차장까지 곧장 구를 것처럼 느껴진다. 말굽형 모양의 화구를 지닌 새별오름의 이름은 샛별(금성)처럼 외롭게 솟아 있다고 해서 붙었다. 가을이면 억새가 황금빛으로 사면을 물들이는데 초여름의 초록 가득한 억새도 장관이다.
   
선흘곶자왈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동백동산습지센터의 울창한 숲길.
■화산 위의 숲 선흘곶자왈
제주시 동쪽으로 30여 분 달리면 동백동산습지센터가 나온다. 동백동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 가운데 한 곳이자 람사르습지이기도 하다. 유난히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으로 불리지만 선흘리에 있는 숲이라 선흘곶자왈로도 불린다. 곶자왈은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의 숲으로 보이지만 오름과 마찬가지로 제주도 화산의 산물이다. 곶자왈에서 ‘곶’은 숲을, ‘자왈’은 암석 덩어리를 뜻한다. 여기에 더해 선흘리의 ‘흘’이 깊은 숲을 뜻하니 선흘곶자왈은 한라산 북동쪽 중산간에서도 가장 짙게 우거진 숲이다.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곧바로 숲으로 들어가면 울퉁불퉁한 바닥에서부터 이곳이 화산지형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동백동산 남쪽에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있는 알밤오름과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흐르다가 굳은 뒤 만들어진 척박한 토양에 자라난 나무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울창한 숲을 만들었다. 육지의 숲처럼 굵은 노거수는 보기 어렵지만 한낮에도 어두침침할 정도로 숲이 짙게 우거져 있다.


◇제주 이색 맛집

- 청정 제주 담은 수제맥주집
- 제조과정 본 후 한 잔 ‘캬아’

   
발효조를 만져볼 수 있는 맥파이의 공장 투어.
제주의 바다와 오름, 숲을 보며 눈이 즐거워졌다면 제주의 맛으로 입도 즐겁게 해주자. 제주에는 다양한 해산물과 흑돼지가 유명하다. 하지만 정형화된 맛집 탐방을 벗어나 제주에서 만든 맥주를 마시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수제맥주공장)가 맥파이와 제주맥주다. 두 회사의 맥주는 제주지역 여러 곳에서 맛볼 수 있는데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브루어리를 찾으면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공장 투어를 한 뒤 ‘싱싱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한림읍에 있는 제주맥주는 한 TV 프로그램에 나온 뒤 부쩍 찾는 이가 많아졌다. 깔끔한 공장 건물 3층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탭룸으로 운영되고 투어는 2층에서 진행한다. 현재는 유기농 제주 감귤 껍질을 첨가해 만든 밀맥주인 제주 위트 에일 한 종류를 생산한다. 제주시 회천동의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는 서울에서 탄생해 2016년 이곳에 문을 열었다. 감귤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장에서 진행하는 투어에서는 4가지 맥주를 시음해 볼 수 있다. 공장 옆의 탭룸에서는 투어에서 시음하는 4가지 맥주 외에 더욱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제주 신상 볼거리

- 제주 시내 사라봉·관덕정 등 명소 다니는 ‘제주시티투어’

   
하루 9회 운행하는 제주시티투어 버스.
보통 제주를 찾으면 제주시는 스쳐 가는 곳이기 쉽다. 하지만 제주 시내는 그러기에는 숨은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달 1일부터 제주 시내의 명소를 연결하는 제주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공항을 시점이자 종점으로 해서 하루 9회 운행한다. 22개의 정류장은 공항과 버스터미널, 여객터미널 등 교통 요지와 시내 명소를 연결한다. 삼성혈과 사라봉, 동문시장, 관덕정, 이호테우해수욕장, 오일시장, 한라수목원 등을 찾을 수 있다. 1일 이용권(성인 1만2000원)을 사면 모든 정류장에서 언제든 타고내릴 수 있다. 탐라순방코스, 오름코스, 올레해변코스 등 각 정류장에서 도보로 여러 명소를 연결해 걸을 수도 있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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