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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25> 통영 연화사

푸른바다 위 연꽃섬에 ‘둥지’ … 불교 성지로 떠올라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09 18:52:1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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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 거리
- 연화도 산기슭 명당에 위치
- 연화도인·사명대사 참선 설화
- 대웅전·요사채 뿐이지만 터 웅장

- 통영 8경 속한 부속암자 보덕암
- 아미타대불 온화한 미소 뽐내

경남 통영항에서 뱃길로 1시간(24㎞)쯤 걸리는 연화도(蓮花島)는 불교 성지로 알려진 섬이다. 먼 바다 가운데 한송이 연꽃처럼 생겨 ‘연꽃섬’으로 불린다. 섬에는 연화사와 부속암자 보덕암,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도한 토굴 터 등 불교 색채가 짙은 곳이 많다. 특히 조선시대 고승인 연화도인과 사명대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연화도인은 억불정책을 피해 이 섬으로 와 섬 정상인 연화봉(212m) 아래 실리암이라는 암자를 짓고 수도 증진해 깨우침을 얻었다고 전해온다. 연화도인은 유언에 따라 수장됐는데, 그 자리에 연꽃이 피어 올라 연화도라 불리게 됐다. 실리암이 연화사 창건의 모태인 셈이다. 이후 세월이 흘러 사명대사가 연화도인의 뒤를 이어 이 섬에 들어와 수도하면서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불교계에서는 연화도인이 사명대사로 환생했다고 보고 있다.
   
연화사 전경. 좌우측에 요사채가, 정 중앙에 대웅전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좌우 대칭이 자로 잰 듯 반듯하다.
■고산 큰스님이 창건한 수도 도량

연화도에 도착하기 직전 3개의 섬이 눈앞에 펼쳐진다. 연화도~반하도~우도를 연결하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연화도 선착장에 도착, 마을을 가로질러 10분 정도 오르면 이내 섬을 상징하는 연화사에 닿는다. 조계종 총무원장과 쌍계사 방장을 지낸 고산 큰스님이 사명대사가 머물며 수도했다는 산기슭에 이 사찰을 창건했다. 고산 스님은 1985년 불도를 수행하던 도반들과 함께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도했다는 토굴 터를 찾는다. 이곳이 수도 도량의 명당임을 직감하고 불사(佛事)에 들어갔다. 당시 여객선도 다니지 않는 어려움 속에서도 고승의 뒤를 이을 가람을 세우겠다는 원대한 뜻에 원력을 다해 불사에 매진한 끝에 1998년 8월 낙성식을 갖게 된다. 비록 사찰 창건 역사는 짧지만 불교적 역사는 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보덕암과 아미타대불 등을 순차적으로 조성하면서 불교 성지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화사에는 대웅전과 요사채뿐이지만 앉은 터가 웅장하다. 8명의 스님이 수행 정진하고 있다. 대웅전에는 본존인 아미타불과 좌우로 지장보살, 관음보살이 봉안돼 있다. 대웅전 앞에는 고산 스님이 스리랑카에서 직접 모셔온 ‘석가여래 진신사리비’가 탐방객의 눈길을 끈다.

■사명대사 수도 정진한 명당 중 명당

   
대웅전 앞에 있는 고산 스님이 스리랑카에서 직접 모셔 온 ‘석가여래 진신사리비’.
연화사에서 산 정상으로 가는 도중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도한 토굴 터를 재현해 놓았다. 위는 연화도인, 아래는 사명대사가 수도하던 모습을 형상화해 놓았다.

정상인 연화봉에 오르면 아미타대불이 북쪽 방향인 통영항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이 미소를 한참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아미타대불은 연화사 창건 이후 불자들이 성금을 모아 2008년 건립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압권이다.

이 연화봉 바로 아래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도했다는 실리암 터가 자리잡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포근히 안겨 앞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지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지금은 실리암은 없고 그 자리에 언제부턴가 산신각(서낭당)이 자리잡아 아쉬움이 남는다. 산신각 뒤로 혼자 들어가기에 벅차게 느껴지는 좁은 바위 틈새가 보인다. 동행한 정견 스님은 “이 바위 틈새가 바로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처음 참선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득도를 위해 애오라지 수행에만 매진한 고승들의 근접하지 못할 기운이 느껴졌다. 그 바위 틈새 앞에는 연화도인이 넙적한 바위에 ‘부길재(富吉財)’라고 직접 쓴 한자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연화도에 부유함과 길함, 재물까지 안겨준다는 축복이 담긴 글귀다.

■최고 비경을 자랑하는 해수관음상

   
연화사 부속암자인 보덕암의 해수관음상이 통영 8경 중 하나인 용머리 해안을 지긋이 바라보며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보덕암으로 향하다 보면 암자 입구에 5층 석탑이 눈에 띤다. 이 석탑 또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연화사의 부속암자인 보덕암은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가파른 경사면에 세워져 바다 쪽에서 보면 5층이다. 하지만 섬 안에서는 맨 위층의 법당이 단층 건물로 보인다. 보덕암에서 바라보는 용머리 해안은 이 섬의 최고 자랑이자 통영 8경에 속할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길게 늘어선 바위들은 마치 용이 대양을 향해 힘차게 헤엄쳐나가는 형상이다.

남해안 바닷가에 위치한 사찰 중 전망이 빼어난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파도소리 들으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음의 평온을 느끼며 무상무념에 빠져 들기에 충분하다.

보덕암 아래에는 해수관음상이 용머리 해안을 지긋이 바라보며 섬을 찾는 탐방객에게 위안을 준다. 연화봉 정상의 아미타대불만큼 웅장하지만 위압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특유의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해수관음상 옆으로 연화사와 보덕암을 창건한 고산 스님의 요사채가 자리잡고 있다.

연화사는 이 같은 불교 색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불교 테마 순례지로 가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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