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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9> 밀양 위양리 위양못

물과 봄의 데칼코마니… ‘하얀 밥꽃’은 몇 가마니 피려나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5-02 19:33:04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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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와 고려시대 즈음 백성위해 쌓은 못
- 완재정과 커다란 이팝나무들로 유명
- 물안개·노을빛 더한 전경 밀양 8경 으뜸

- 부드러운 흙 둘레길 20분이면 한 바퀴
- 버드나무 왕버들 수양버들 등 고목 즐비
- 못가 둘러싼채 가지를 물에 담그고 살아
- 이번 주 이팝나무 꽃 만개… 진가 발휘
햇살이 눈부신 봄날이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꽃가루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로 괴롭지만 그래도 봄을 외면할 수는 없다. 눈부신 봄날의 햇살을 고스란히 품은 호수다. 아담하면서도 전체가 절경인 그곳은 새벽녘에는 물안개가 자욱하고, 해가 뜨면 일렁이는 붉은 잔영이 호수를 수놓는다. 그 잔영은 일몰 때까지 생생하게 호수에 내려앉아 있다. 무엇보다 그곳엔 이팝이 있다. 이맘때면 단연 전국 최고 관광지가 되는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의 위양못이다.
   
물과 숲, 하늘이 하나가 된 경남 밀양시 위양못의 전경. 한 점 구름이 없는 하늘은 고요한 호수에 매끈하다 못해 판박이와 같은 잔영을 만들었다. 이창우 산행대장
■물과 숲, 하늘이 하나

양민을 위한다는 ‘위양’. 한눈으로 봐도 가장자리까지 들어오는 둥글고 멋진 못이다. 위양리는 옛 양량부곡으로, 위양못은 양량지로 불렸다. 신라와 고려 시대 즈음 임금이 백성을 위해 쌓은 못으로, 임진왜란 때 무너지자 인조 12년인 1634년 밀양부사 이유달이 다시 축조했다고 전해진다.

위양못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급해진다. 일출이 임박했다. 위양못의 최고 명소인 완재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반대편 지점으로 뛰었다. 이런 마음을 헤아린 듯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이윽고 붉은 해가 하늘에 잔영을 놓더니 점점 호수가 물든다. 기대했던 물안개 대신 주홍색으로 물든 위양못은 절경을 자아냈다. 누군가 때를 맞춰 돌을 던졌는지 주홍빛 호수의 작은 파문이 또 한 편의 그림을 만들었다. 과장이라고 할지 몰라도 하늘과 연못, 위와 아래가 어느 것인지 모를 풍광이다. 그 순간만큼은 희열 그 자체였다. 가히 밀양 8경의 으뜸이었다.
   
못가의 나무들. 못물에 머리를 감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일출의 감흥이 식기 전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었다. 근래 숲에서는 못 봤던 버드나무가 반갑다. 왕버들과 수양버들, 소나무와 팽나무 등 고목이 많다. 위양못의 알맹이면서 진가인 이팝나무는 아직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당시는 밀양 시내에서 이팝나무 꽃이 피기 시작할 때였다. 봄이 무르익어 여름에 다가갈수록 신록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아직 위양못은 모두 연둣빛이다. 이 봄의 아침 위양못의 싱싱한 기운이 마음을 흠뻑 적신다.

위양못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으로 걷기 시작하면 곧바로 정자를 만난다. 푹신푹신하다 못해 물렁물렁할 만큼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다. 사실 발로 흙길의 촉감을 느끼지만 눈은 사방팔방 둘 곳이 너무 많아 주체하기가 힘들다. 정자에 올라 못을 내려다보니 부유물도 예사롭지 않다. 소나무 꽃가루와 잔가지가 섞여 호숫가에서 출렁이는 모습마저 아름답다. 시간이 갈수록 못에 그려진 화악산의 잔영이 넓어진다. 고요한 호수에 한 점 구름도 없던 하늘이 매끈한 잔영을 완성하려던 찰나 어디서 날아왔는지 오리 떼가 못 중앙에 내려앉았다. 완재정과 포토존의 일직선상에 떠 있는 오리, 그 오리의 움직임에 호수가 일렁인다. 비경의 정점이다. 오랜 시간 이 장면을 기다렸는지 한 노신사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른다. 그리고 잠시 뒤 사진을 확인하면서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머리 감는 나무, 못가의 비경

   
위양못 둘레숲길의 시작을 알리는 정자. 송진영 기자
이 못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수와 같은 저수지였다. 지금은 축조 당시보다 규모가 작아졌다고 하지만 농업적 기능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휴식처 겸 경승지가 된다.

위양못의 둘레길은 고즈넉한 숲 사이 평탄한 경사에 아주 느린 걸음으로 20분가량이면 돌 수 있다. 체력상, 시간상 이 둘레길을 네댓 번은 걸어도 문제없다. 물론 못을 돌 때마다 기분은 달랐다. 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호수 위 잔영 때문이다. 쌀밥 같은 꽃잎이 흐드러진 풍광을 목도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부 달랠 순 없었지만 호수의 잔영은 압권 그 자체다.

게다가 못가의 나무들이 만든 경치도 일품이다. 못물에 머리를 감는 형상이라고 할까. 완재정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으로 몸을 한껏 기울여 못에 가지와 잎을 적신 나무가 많다. 그렇다고 누운 것도 아닌, 힘들기 그지없는 자세였다. 그래서일까 못물에 몸은 담근 나무의 이파리가 유독 푸르다. 위양못 곳곳에는 벤치가 있는데, 산책 나온 이들이 차지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벤치가 있는 자리마다 위양못 전경 출사지로 손색이 없다.

이제 곧 위양의 상징인 이팝나무 꽃이 만개하면 못의 진가가 드러난다. 힘들게 찾아온 봄도 어느 순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 봄이 가기 전, 물과 나무, 하늘이 하나 된 위양못이 준비한 새하얀 봄의 절정을 만나야겠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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