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씨름 대회 참여하는 마동석
- 우승 돕는 코믹 에이전트 역할
- 실제 선수 만나 경기용어 등 배워
- 팔씨름 스포츠로 인정 받았으면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권율이 마동석과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챔피언’(개봉 1일)에서 기존 이미지와 다른 가벼운 코믹 연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챔피언’에서 팔씨름 선수 마크의 에이전트를 자처하며 인생 역전을 노리는 진기 역을 맡은 권율.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챔피언’은 미국으로 입양된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가 미국에서 알게 된 진기(권율)의 제안으로 국내에 들어와 여동생 수진(한예리)과 조카들의 도움을 받아 팔씨름 대회에서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1987년 영화 ‘오버 더 톱’을 보고 팔씨름 영화를 꿈꿨던 마동석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챔피언’은 팔씨름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팔뚝액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권율은 마크의 에이전트이지만 그를 이용해 뒷돈을 챙기려는 흑심을 품고 있는 진기를 연기했다.

영화 ‘잉투기’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권율은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의 아들 이회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영화 ‘사냥’, ‘최악의 하루’ 등에서 존재감 있는 조연으로 사랑받았으며, 최근 종영한 드라마 ‘귓속말’에서는 악역을 맡아 넓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이번 ‘챔피언’에서는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가벼운 인물을 연기하며 이전과 다른 궤의 연기 톤을 보여준다.

“‘챔피언’은 굉장히 다이내믹하면서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영화”라고 소개하는 권율을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떤 매력을 느껴서 출연하게 됐는가? 영화 성격상 마동석 씨가 가장 돋보이는 영화이기 때문에 꺼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팔씨름을 소재로 한다는 기획 자체가 신선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도리어 마동석 선배님이 팔씨름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제가 맡은 진기라는 캐릭터는 IMF 때 집안이 망한 시대의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돈의 가치만 쫓던 친구가 마크와 그의 가족들을 보며 성장하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

-진기와 자신을 비교하면 비슷한 부분이 많은가?

	영화 속 한 장면.

▶IMF 때 집안이 망한 진기는 자격지심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저도 그와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제가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했는데, 당시 함께 했던 이민호 문채원 박보영 씨가 모두 스타가 됐다. 반면 저는 연기를 하고 싶고 갈망했어도 못했던 시기가 꽤 길게 있었다. 유명세와 인지도, 그런 것에 집착해서 저 스스로를 작게 보고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그때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고, ‘명량’으로 저를 알리게 됐다. 이전에는 오디션 가서 이런 작품을 했다고 하면 몰랐는데, ‘명량’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지금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감동과 울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챔피언’은 마동석이 배우가 되기 전 미국에서 고생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살짝 담겨 있다. 촬영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가?

▶미국 생활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미국 클럽에서 관리요원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영화 모습은 그 당시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진기 역을 위해 촬영 전에 준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마동석 선배님이 실제 팔씨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액션을 준비하셨다면 저는 팔씨름 선수 에이전트로서 팔씨름 기술에 대한 용어와 경기 상황에 대해서 공부했다. 실제 팔씨름 선수를 만났는데, 팔씨름할 때 팔꿈치가 뜨면 안 된다거나 훅, 탑 롤, 프레스, 캔 오프너와 같은 팔씨름 기술 용어 대사를 디테일하게 배웠다.

-팔씨름이 우리에게는 그냥 놀이의 한 가지이다. 그런데 ‘챔피언’을 통해 스포츠로 팔씨름을 보니 꽤 재미있더라.

▶제가 아는 팔씨름 팀이 여덟 개 정도된다. 그런데 온전히 팔씨름 선수로만 활동하는 분들은 손에 꼽을 정도고 모두 자영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이다. 팔씨름을 스포츠라기보다는 힘겨루기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챔피언’으로 팔씨름이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가능성만 보여도 좋겠다.

-혹시 ‘챔피언’ 촬영장에서 배우나 스태프들이 팔씨름 대결을 하진 않았나?

▶촬영하면서 팔씨름을 금지시켰다. 원래 팔씨름이 잘 다치는 스포츠다. 팔씨름을 하면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근육이 뼈를 조여서 으스러진다. 어깨도 많이 다친다. 그래서 혹여 팔씨름을 하다가 부상 당할까봐 팔씨름을 금지시켰다.

-마동석 씨가 영화 ‘성난 황소’, 한예리 씨가 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촬영 스케줄이 겹쳐 ‘챔피언’ 홍보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두 배우가 응원을 해줬을 것 같다.

▶두 분은 촬영으로 바쁘시고, 저만 촬영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웃음). 저라도 관객들에게 ‘챔피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감사하다. 마동석 선배님이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까 “나도 해야 하는데 미안하다. 촬영 스케줄이 맞물려서 인터뷰를 못하는 것에 대해서 네가 ‘챔피언’ 대표로 이야기 잘 해달라”며 아쉬워 하셨다. 한예리 씨도 “혼자해서 어떡해요 미안해요”라고 하더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데,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 홍보대사에 임명된 것과 관계가 있는가?

▶서울환경영화제 홍보대사로 임명되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했다. 이번에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