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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를 찾아서] 그들의 눈높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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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4-25 19:21:5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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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아서 구멍 난 배기관을 교체하려고 자동차 정비소에 들렀다. “고객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고객님처럼 이렇게 차량을 알뜰하게 관리하시면, 저희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합니다.”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이젠 친구처럼 여겨지는 내 차를 두고 하는 얘기다. 정비사분들도 웬만큼 안면이 있어서 농담 한두 마디는 오히려 살갑다. 비싼 돈 들여 배기관까지 교체했으니, 앞으로 10년은 더 타야 할 운명인가? “우리나라도 이제 차를 잘 만들어서 고장 날 데가 없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폐차하지 않고 그대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개발도상국 같은 데.” 옳지, 그렇다. 개발도상국과 어려운 나라들을 지원하고 발전시켜 그들도 미래에는 자가 차량을 이용하도록 도우면 좋지. 그러나 더 절실한 것이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함께 마련하는 일.

과거, 모 단체에서 무더운 동남아지역의 한 가난한 마을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래서 현지로 가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오손도손 모여 같이 품앗이도 하고 쉴 수도 있는 공간을 원했다. 그 단체는 건축자재를 수배하여 우리나라의 마을회관과 같은 콘크리트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열악한 전기사정을 고려하여 태양광 발전기를 지붕 위에 설치하고 에어컨을 달아주었다. 얼마간의 공사 기간이 지나 단단하게 완성된 건축물 앞에서 사진도 같이 찍고, 시원한 실내에서 다 함께 웃었다. 그렇게 지원 사업을 성공리에 마쳤다. 아니, 성공한 듯했다.

문제가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단체가 마을을 떠나오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사시사철 무더운 기후로 인해 두꺼운 벽의 콘크리트 건물은 밤이 되어도 식지 않았다. 우기에는 태양이 없는 날이 이어졌고, 급기야 태양광 발전기가 고장 났다. 전기를 많이 먹는 에어컨은 무용지물이 되었으며, 송풍구에는 거미가 집을 지었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그 건물은 마을의 땅만 차지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우연히 그 소식을 접한 단체는 그 마을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관찰하였다. 우리의 관점에서 그들의 관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뒤였다.

평소 그들은 건물의 기초를 콘크리트로 형성하는 대신, 뜨거운 대지로부터 1.5m가량 높이 띄워서 집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만든 집 아래 그늘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작업하는 품앗이 현장이었다. 집의 벽은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서 밤에는 바람이 잘 통했다. 급한 일이 있을 때 이웃을 호출하는 것도 큰 소리 한 번 지르는 것으로 가능하였다. 아마존닷컴에서 우리의 호미가 공전의 히트작으로 꼽힌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적정기술과 같은 현실적 대안부터 꾸준히 찾고 그들과 협력한다면 미래도 근사해지지 않을까. 박재범 부산공정무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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