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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덕동문화마을 여행

400년 된 고목·고택…마을 전체가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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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때 형성된 여강 이씨 집성촌
- ‘아름다운 숲’ 대상 수상한 소나무숲
- 맑은 용계천 바라보는 누각 ‘용계정’
- 아담한 ‘호산지당’연못 등 풍광 수려
- 애은당·사우정 등 운치 있는 고택 즐비
- 자연·전통 공존하는 경북의 숨은 보물

한 마을이 유구한 역사를 오롯이 품은 박물관이다. 수려한 고목들은 이 마을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었고, 고택들은 이 마을의 400년 전통을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다. 덕(德)이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고 이름 붙은, 경북 내륙의 숨은 보물 같은 장소다. 바로 자연과 역사 그리고 인간과 문화가 공존하는 경북 포항시 기북면 덕동문화마을이다.
   
덕동문화마을에 들어서서 마을의 상징인 용계정을 지나면 이곳 최고의 경치를 보여주는 호산지당이 나온다. 마을에 인재가 나기를 기원하며 만든 인공연못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

포항의 북부, 바로 옆은 청송이다. 비학산과 침곡산, 운주산과 성법령이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기북면 오덕리에 덕동문화마을이 있다. 덕동문화마을의 초입에 들어서자 이 마을의 상징인 소나무들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는 명성을 유감없이 확인해줬다. 촘촘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메마른 듯한 느낌은 나지 않게 들어선 소나무들이 용계천을 따라 군락을 이뤘다. 이 때문인지 덕동의 옛 지명은 ‘송을곡(松乙谷)’이다. 임진왜란 때 왜병이 ‘송’자가 들어간 지명에서는 반드시 패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이곳은 ‘여강 이씨’ 집성촌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농포 정문부가 피란을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이곳의 모든 재산을 손녀사위인 이강에게 물려준 뒤 마을이 형성됐다. 입구에는 포항전통문화체험관이 있다. 옛 덕동초등학교 자리다. 주차는 건물 뒤편에 하면 되고, 건물 앞 넓은 뜰에서 널뛰기 등 간단한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 곳은 이 마을의 상징인 국가문화재 명승 제81호인 ‘용계정’이다. 울창한 송림의 그늘에 티끌 하나 없이 맑은 용계천이 굽어 보이는 높은 벼랑 위에 세워진 누각, 정자다. 용이 승천한다는 의미의 용계정은 330년 전 지어진 것이다. 용계정은 고종 5년 때인 1868년 위기를 맞는다. 서원 철폐령이 내려진 것. 이에 마을 주민 모두가 용계정을 지키기 위해 서원과 용계정을 구분 짓는 담장을 쌓아 용계정을 지켰다. 마을 진입로에서 용계정으로 향하는 북쪽 진입로의 뜰이 서원 철폐령으로 사라진 세덕사의 옛터다.

   
용계정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덕동문화마을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호산지당’이 나온다. 마을의 지형을 보면 산세는 강하나 물이 적어 인재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전해져 물을 가둬 만든 연못이다. 이곳을 소개하는 한시가 압권이다. ‘산이 강하고 물은 적어서 못을 만드니, 동리의 경치가 다시 또 기이하구나. 오랜 세월 경영한 뜻을 이루니, 장래 남은 경사를 또한 기약하리라’. 무엇보다 연못 주변에는 덱과 전망대, 보행로가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걷기에 좋다. 아담한 마을 속 아담하고 정겨운 연못인데, 덕동문화마을 최고의 출사지로 손색없는 명소였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곳의 비경에 정점을 찍을 연꽃이 연못을 수놓을 것이다.

■고택과 유물… ‘명상의 길’도 걸어야
   
921번 도로에서 덕동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덕동문화마을은 옛 가옥, 고택이 즐비하다. 농포 정문부가 거처했던 애은당고택을 시작으로, 사우정고택과 여연당고택이 있다. 물론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라 사전 동의 등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 가내 관람은 엄격히 제한된다. 다만 겉에서 본 고택도 마을의 정취를 더하기엔 충분했다. 사우정고택 바로 옆에는 초가지붕의 전통 한옥과 근대의 한옥이 공존한 ‘오덕리 근대한옥’이 있다. 마을 초입에 있는 덕동민속전시관도 400년 집성촌이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백 년 전 의복과 식기는 물론 엽전부터 현재 지폐까지 2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됐다. 덕동문화마을은 국가기록원의 전국 4호 기록사랑마을로, 전국 10곳의 기록사랑마을 중 가장 오래전인 40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덕동문화마을에는 고택 사이로 마을 길을 잇는 감사나눔 둘레길과 호산지당 옆 명상의 길 등 아기자기한 걷기 코스가 있다. 감사나눔 둘레길에서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고택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호산지당 옆 명상의 길은 멋진 경치를 따라 이어져 있어 이름 대로 명상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명상의 길 알림판만은 꼭 읽고 걷자. ‘감사하는 태도는 정말로 우리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우리는 물론 주변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는 감사하는 태도를 통해 더욱 사려 깊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명상의 길을 따라 들어선 소나무의 몸에 뭔가가 붙어 있다. 관리책임자의 이름과 ○○댁이라는 택호가 적힌 이름표였다. 400년 역사의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주민의 지극정성을 이름표가 보여주는 듯했다. 고송과 고택이 만든 절경을 지키기 위한 주민의 정성과 감사가 빛나는 덕동문화마을이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선바위·일제당이 만든 한 폭의 동양화

   
가사천 물길을 굽어보는 입암과 일제당.
포항 덕동문화마을에서 나와 청송 쪽으로 가는 자호천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죽장면 입암리가 있다. 포항의 북서쪽 끝이다. 마을 입구에 큰 바위가 서 있다고 해 ‘선바위, 입암’으로 불린 이곳은 서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도 입암서원. 1657년에 포항시 북구 죽장면 입암리 토월봉 아래에 창건된 입암서원은 조선의 대학자인 퇴계와 율곡에 대적할 만한 여헌 장현광을 모신 곳이다.

입암의 상징이자 대표 선수는 일제당. 우뚝 선 기암괴석이 자호천을 무대로 일제당 곁을 지킨다. 멀리서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입암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말 기괴하다. 20m는 족히 넘는 높이의 암석 곳곳을 날 선 칼로 베어놓은 듯했다. 문이 닫혀 있어 내부로 진입할 수 없는 일제당은 고택 그 자체다. 건물을 지탱하는 목재가 검붉다 못해 시커멓다. 1907년 산남의진(구한말 항일운동의 대표적 의병 진영) 사건으로 일제가 이 일대 수십 명의 양민을 살해하고, 가옥과 고서를 불태웠는데 일제당도 그때 피해를 보았다. 전혀 다른 뜻의 ‘일제’지만 서당의 이름과 아픔의 역사는 이야기 소재로도 충분할 듯하다.

입암에 매달린 일제당의 형상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일제당이 입암서원일 줄 알고 지나칠 수도 있다. 서원은 일제당 옆으로 나지막한 언덕에 있다. 서원 내부로 들어서려면 종무소를 거쳐야 하는데, 굳이 내부를 둘러보지 않더라도 고즈넉한 담장 너머로 마주하는 서원은 매우 멋스럽다. 서원을 둘러싼 숲에는 수령이 300년이 넘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다. 담장 근처 배롱나무와 함께 입암서원의 유명세를 더한 은행나무다.

길 건너편에는 소공원이 있다. 자호천의 상류인 가사천의 빼어난 경치를 가슴으로 품은 자리에 만들어진 곳으로, ‘입암 28경’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입암 28경은 서원 중심으로 반경 2㎞ 안에 있다. 내륙 특유의 경관들이다. 소공원에는 조선 시대 3대 가사문학가인 노계 박인로의 시비도 있다. 박인로는 가사 ‘입암별곡’과 시조 ‘입암 29곡’으로 입암을 노래했다. 그러고 보니 입암은 포항의 오지 중의 오지마을이지만 여헌과 노계까지 조선 중기의 역사 그 자체인 명소였다.

글·사진=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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