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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8>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

멀리서 찾지마, 일몰 명소·명품 산책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4-18 18:47:0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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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km 산책길 1시간 정도면 걸어
- 갈맷길 5코스 하굿둑~천가교 핵심
- 을숙도 철새도래지·명지갯벌 조망
- 소나무 숲속 곡선의 오솔길 운치
- 휠체어·유모차도 거뜬한 ‘무장애숲’
- 해안도로 따라 벚꽃길 새 명소 각광

숲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목적지가 유구한 역사와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명숲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숲이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번에는 자연이 만든 숲이 아닌 인간이 만든 숲이라 소박하고 나지막한 곳이다. 산새 대신 철새를 만날 수 있고, 바로 곁엔 파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잔한 바다가 있다. 평온했던 숲은 해 질 녘이면 주황빛 광채와 함께 진가를 드러낸다.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길이다.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에서 어여쁜 어린이들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오솔길을 따라 신나게 걷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숲이라 접근하기 쉽고 산책하듯 걸을 수 있어 좋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사방의 절경 속 만들어진 숲

강서구 명지오션시티는 을숙도대교와 신호대교 사이 매립지에 조성된 주거단지다. 북쪽의 명지국제신도시 이전에 조성된 곳으로, 명지신도시의 원조다. U자 형태의 해안을 따라 명품 걷기 코스가 조성돼 있다. 그리고 해안 산책로와 차도 사이에는 오솔길이 있다. 신도시 조성과 맞춰 쓰나미 발생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성한 인공방재림으로, 소위 완충녹지다. 3.8㎞짜리 딱 한 시간, 해안 산책로로 걸었다면 오솔길로 돌아오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한 코스다. 부산 갈맷길 5코스의 일부인 낙동강하굿둑 ~ 명지오션시티 ~ 신호대교 ~ 르노삼성 부산공장~ 천가교 구간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을숙도 등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와 명지 갯벌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드론으로 촬영한 명지오션시티 해안숲길. 바다와 해안산책로, 숲과 오솔길이 저마다의 색을 보이며 선명하게 구분된다. 전민철 기자
바다를 정면으로 보면 왼쪽에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을숙도가 있고, 그 건너편은 다대포다. 바로 앞은 대마등으로 불리는 모래톱. 오른쪽으로는 신호주거단지와 함께 멀리 거가대교까지 조망할 수 있다. 사방팔방 절경이다. 숲을 따라 먼저 걷기로 마음먹었지만 이러한 절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해안 길을 먼저 걸었으니 말이다. 눈높이를 맞춰 바로 앞에서 보는 대마등의 풍경이 매우 이채롭다.

정신을 차리고 이곳을 찾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안 숲길로 들어갔다. 해안을 따라 심은 소나무 수천 그루 사이로 난 아기자기한 오솔길이다. 오션시티 동쪽 초입부터 서쪽 끝까지 이어진 오솔길은 전부 곡선이다. 조성된 길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공의 흔적치고는 아름다웠다. 오솔길 주변의 소나무는 아직 앳된 모습이다. 거친 갑옷 대신 말랑말랑한 속살이 부끄러운 나머지 이를 감추려는 ‘속옷’을 입은 형상이랄까. 게다가 대부분의 소나무는 지지대에 몸을 맡기고 있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가 보조기를 한 듯했다. 발아래 보드라운 흙이 푹신푹신한 느낌을 전한다. 숲길 곳곳에 있는 정자도 운치를 더한다. 인공에 길든 현대인이어서일까. 이렇게 정돈된 숲길이 반가웠다.

■멈춰버린 바다와 일몰을 품다

   
신호대교 건너편 신호주거단지 앞에 조성된 해안 숲과 산책로.
이 숲은 여느 숲보다 걷기가 좋은 곳이다. 완벽하게 조성된 숲길은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평탄하다. 그리고 차도에서 해안 산책로로 향하는 출입구가 곳곳에 조성돼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지 않더라도 ‘짬’을 내 산책하듯 숲을 걸을 수 있다. 지금은 꽃이 다 떨어졌지만 전체 해안도로를 따라 촘촘하게 들어선 왕벚나무로 인해 부산의 대표 벚꽃 구경 명소로 손색 없다고 소문난 곳이다.

   
촘촘하게 들어선 해송 사이를 주민이 걷고 있다. 서순용 기자 seosy@kookje.co.kr
기다렸던 일몰이다. 멈춰버린 줄 알았던 바다가 주황빛으로 일렁이고, 철새 떼가 때를 맞춘 듯 비상한다. 소나무 사이로 일몰의 풍광을 담아도, 해안 산책로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와 숲을 동시에 담아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숲속이 더욱 고요해졌다. 어둠이 찾아올 시간도 없이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태양 대신 숲을 밝힌 전등이 오솔길의 자태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인간의 이용을 위해서라는 목적이 다분한 숲이지만 나름의 멋이 느껴졌다.

숲. 그리 거창할 필요가 없다. 찾아가기 쉽고, 걷기 쉬우면 그만이다. 특출난 볼거리가 없어도 좋다. 지루하고 시시하지만 않으면 된다. 숲은 분명 산과는 다르다.

명지오션시티 해안 숲길 옆 바다는 걷는 내내 단 한 번도 파도 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불과 몇 m 간격으로 바다와 산책로, 숲과 오솔길, 도로와 아파트가 이웃을 이룬 곳. 눈과 귀 대신 머리와 가슴으로 한 번 걸어볼 만한 ‘명숲’이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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