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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23> 김해 장유사

허왕후(가야 김수로왕 부인) 오빠 장유화상이 사찰 짓고 수행 설화 전해져

  • 국제신문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8-04-11 19:09:3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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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유화상 도 닦았다는 토굴
- 사리 봉안 석조탑 등 간직
- 6·25전쟁 겪으면서 수난도

- 처마 용마루 등 독특한 건축양식
- 마당서 내려다 본 풍경 장관
- 저 멀리 다대포가 손에 잡힐 듯

경남 김해시의 고찰(古刹) 중에는 2000년 전 수로왕에게 시집온 인도 출신 허왕후(허황옥)와 오빠 장유화상(長遊和尙)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불모산(해발 801m) 정상부에 위치한 장유사(長遊寺)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은 기원후 48년 인도 아유타국의 태자 장유화상 허보옥에 의해 건립됐다고 전해온다. 장유화상은 동생 허왕후 일행과 함께 배를 타고 천신만고 끝에 머나먼 가야의 땅으로 왔다.
   
불모산 중턱에 위치한 장유사에 서면 멀리 부산까지 보인다. 그래서 이 곳은 최적의 전망대로 불린다. 박동필 기자
창원과 김해의 경계에 위치한 불모산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한쪽에 비가 올 때 산너머에는 눈이 내린다. 이처럼 산기슭에 위치한 장유사도 눈과 비로 인해 길이 자주 막히기도 한다. 장유사로 향하는 길은 장유계곡 입구에서 4㎞에 불과하지만 ‘갈 지(之)’ 자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이어서 다소 험난하다.

차를 몰고 산으로 향하니 연초록 새싹 틔우기가 한창인 아래쪽 장유계곡과 달리 정상부는 여전히 회색빛이다. 하지만 정상 부근엔 봄의 전령인 진달래가 연분홍빛을 틔우고 있다. 산 전체가 초록으로 바뀔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가야사 깃든 사찰 … 6·25 아픔도

   
사내 왼쪽으로 대웅전이 있고 불모산 아래 삼성각을 비롯한 다양한 가람이 배치돼 있다.
차를 몰아 절 입구에 도착하니 사천왕문을 비롯해 대웅전, 삼성각 등의 건물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천왕문 왼쪽의 황금불상(지장청동대불상)도 낯선 방문객에게 염화미소를 보내며 절의 내력을 들려준다.

사찰 마당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쪽 경관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비경 그 자체였다. 멀리 장유3동 아파트 단지 너머 부산 다대포가 보이고, 푸른 파도를 타고 넘실대는 똑딱선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이 다가왔다.

산 중턱에 들어선 건물들은 좁은 공간에 최대한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배치됐다. 대웅전과 삼성각, 스님들이 기거하는 요사채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찰은 곳곳에 6·25가 남긴 생채기도 안고 있었다. 사찰 관계자는 “6·25 전후로 공비들이 식량을 구하러 산에서 내려오다 사찰 주변 계곡에 발을 헛디뎌 추락사한 일이 많았다”며 “사찰은 한동안 텅 빈 채 방치됐었다”고 회상했다.

■사찰의 중심 장유화상사리탑
   
삼성각에 모셔져 있는 장유화상 진영. 장유화상은 수로왕릉의 왕후인 허왕옥의 오빠로 인도에서 배를 타고 가야 땅으로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 뒤쪽에는 온몸에 이끼를 두른 장유화상사리탑(경남도 문화재자료 제 31호)이 푸른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허보옥의 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석조팔각 형태로 가락국 제8대 질지왕(451~492) 때 장유암을 재건하면서 세운 것으로 구전된다. 1500년이 넘는 오랜 세월에 깎이고 전란으로 유물이 소실됐다. 지금의 석탑은 고려 말이나 조선 초 작품으로 추정된다.

주지인 해공 스님은 “사찰 아래쪽에 장유화상이 도를 닦았다고 전래되는 토굴(스님이 기거하는 거처) 터가 있다”며 “지금도 토굴 석축으로 사용됐을 거대 자연석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찰 측은 장유화상의 진영을 삼성각(칠성,산신,독성을 모신 곳) 내부에 걸어 놨다. 대웅전 처마 끝에 용(龍)마루를 얹어 놓은 건축양식도 다른 절에는 없는 것이어서 이색적이다.

산속에 위치해 사찰 주변은 사시사철 야생 동물들의 놀이터로 변한다. 가을이면 절 마당에 굴러다니는 도토리를 주우러 다람쥐, 청설모가 모여들고 참나무숲에는 아침저녁으로 문안 하듯 까마귀 떼가 목청을 돋운다.

사찰 관계자는 “이상한 것은 멧돼지 무리가 떼 지어 다니면서도 사찰에는 얼씬하지 않는다”며 “신도들 사이에는 ‘영겁의 세월을 지켜온 사찰의 영험함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사찰 봉사 모임 ‘좋은인연’

취재차 들른 사찰 방안에는 여신도들이 초파일(음력 4월 8일)을 앞두고 삼삼오오 모여 연꽃 등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형형색색의 종이 꽃잎 6~8장을 정성껏 붙이기를 수없이 반복하자 붉은색, 노란색의 아름다운 연꽃 등이 탄생했다. 묵언수행(默言修行·말을 하지 않고 하는 수행)을 행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찰의 봉사모임 ‘좋은인연’은 세상을 번뇌로부터 벗어나도록 교화하는 보살상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일찻집을 자주 연 뒤 마련된 기금으로 수천만 원대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사랑의 나눔 급식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하천인 대청천에서 대청소를 하고, 지역의 노인요양원에서 각종 봉사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좋은인연 관계자는 “종교인, 생활인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인생은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간간이 시·군 장애인종합복지관, 보건소 등에서 온 감사의 편지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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