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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7> 경북 청도 운문사 명숲, 솔바람길

춤추듯 뻗은 노송 … 마음속 구름 걷어내고, 구름처럼 걷게한다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4-04 19:03:1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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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소~운문사 1㎞ 소나무 숲길
- 걸어도 20분… 차로 지나치면 후회
- 투명하고 깨끗한 운문천 계곡따라
- 청아한 산새소리 들으며 걸으면
- 스트레스도 미세먼지도 날아가

- 소나무마다 난 ‘V’형 흉터는
- 일제강점기 송진 수탈 흔적

명산은 명사찰을 품고 있다. ○○산 ××사로 표현된다. 그리고 명산과 명사찰에는 오래된 숲이 있다. 불교는 나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종교다. 석가모니의 탄생과 깨달음, 열반. 모두 나무 아래서다. 이렇듯 사찰과 함께하는 숲이라면 여느 숲보다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법. ‘마음속 구름을 걷어낸다’는 경북 청도 운문사의 시작이자 끝에서 울창한 노송과 수려한 계곡, 정갈하고 세련미까지 갖춘 명숲을 만나고 왔다.
   
‘마음속 구름을 걷어낸다’는 경북 청도 운문사로 가는 명숲, 솔바람길. 울창한 노송이 늘씬하고 쭉쭉 뻗은 자태를 뽐낸다. 전후좌우 어디를 쳐다봐도 곳곳이 절경 그 자체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아빠 소나무와 아기 소나무

대한불교 조계종 운문사 안내소에 들어서자 끝없이 이어진 소나무가 늘씬하게 쭉쭉 뻗은 자태를 뽐낸다. 초입부터 압도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운문사를 다녀왔겠지만 절 입구까지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는 터라 이 명품 숲을 슬쩍 보고만 지나쳤을 테다. 운문사 솔바람길은 안내소부터 시작된다. 왼편 차도 옆 소나무 사이로 조성된 길이다. 운문사 트레킹 코스의 출발지점이자, 운문사의 명성을 더한 곳이다. 1㎞가 조금 더 되는, 10분 정도만 걸으면 되는 길이다. 소나무의 키를 가늠하고자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미세먼지가 자욱했던 바깥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봄볕을 받은 소나무가 새파란 하늘을 만들어냈다. 숲 한가운데서 전후좌우 어디를 쳐다봐도 절경이다. 소나무 사이로 지나는 나비는 물론, 차도를 지나는 차량마저 출사 대상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봄 숲과 겨울 숲의 차이도 있겠지만 솔밭의 대명사인 경북 경주시 삼릉 숲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삼릉 숲이 거칠면서도 역동적이었다면 이곳은 부드럽고 신선한 이미지가 강했다.
   
이곳 노송의 몸에는 큰 상처가 있다. 나무의 하단부에 V자, 하트 모양으로 패인 흔적이다. 일제강점기 송진 수탈의 흔적이다. ‘상처 난 소나무’. ‘1940년대 자원이 부족한 일제가 우리 민족을 강제 동원해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자국. 70년이 지난 지금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고 안내판은 적고 있다. 아픔을 간직한 노송 아래를 보니 곳곳에 ‘아기 소나무’들이 빼곡히 앉아 있다. 탄탄한 노송과 달리 물기가 촉촉이 배어 탱탱했다. 솔잎 색이 노송과는 달리 아기 피부를 보듯 초록의 원색 그 자체다. 동요 ‘아빠 소나무와 아기 소나무’가 떠올랐다. “밤에는 별도 안고 달도 품고 꿈꾸고, 낮에는 새와 뛰놀며 힘도 키우렴. 그러면 너도 모르는 사이 네 팔이 자라. 크고 멋진 날개 펴고 훨훨 날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운문사 숲길의 자랑이자 버팀목이 될 ‘아기 소나무’에겐 70년 전 ‘아빠 소나무’가 당한 시련은 없어야 한다.
   
운문사 솔바람길에서 내려다 본 청정옥수의 계곡.
■운치 더하는 청정옥수의 계곡

초입의 솔바람길을 지나면 숲이 한 번은 끊긴다. 그리고 정말 오래된 듯한, 기이한 형상의 나무 몇 그루를 만난다. 색부터 특이하다. 이곳을 지나면 계곡을 따라 두 번째 솔바람길이 시작된다. 첫 번째 솔밭이 세련된 이미지라면 이곳 솔밭은 정갈하면서도 차분하다. 그리고 이 솔바람길은 무엇보다 계곡이 곁에 있다. 명숲의 운치를 더하기에 족했다. 맑다 못해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계곡물(운문천)은 시원한 산새 울음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청정옥수의 계곡을 조망하는 곳에 ‘솔바람길 명상’이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향기 맑은 사람-박식한 사람의 귀는 보석 없이도 빛나고 베푸는 이의 손은 팔찌 없이도 빛나는 법. 그대에게서 풍기는 향기는 몸에 바른 전단향 때문이 아니라네. 그대에게는 그대 아닌 사람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눈이 있기 때문이라네.” 인간의 눈과 귀, 마음을 단번에 모두 사로잡는 운문사 솔바람길 최고의 명소가 바로 이곳이다.
   
송진 채취의 흔적. 일제 수탈의 상흔은 아직도 남아 있다.
안내소부터 절 입구까지 솔바람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니 20분이 걸렸다. 자동차를 타고 갔던 운문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운문사 가는 길은 걸을 만한, 걸어야 할 이유가 다분한 명숲이었다. 억겁의 세월을 품은 노송 아래를 고작 20분 정도라는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고서 사색과 성찰을 논하기는 역부족일 터. 그래서일까. 운문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경건해진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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