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고무 냄새 나던 신발공장 자취 따라 폴짝폴짝

서면 근대산업유산 추억길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젊은이 몰리는 부산 중심가 서면
- 한땐 공장 즐비한 수출산업 중추

- 넥센타이어 전신 ‘흥아타이어’ 자리
- ‘왕자표’ 진양고무 있던 진양사거리
- ‘락희화학’부지에 세운 LG사이언스홀
- 스웨덴 참전기념비·옛 제일제당터 등
- 명소와 스토리텔링 결합한 코스 개발

- 구석구석 숨은 흔적 찾는 재미 쏠쏠

   
LG사이언스홀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은 대형 유통업체와 카페거리로 대표되며 젊은 층의 발길이 몰리는 곳이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신 단관상영관이, 주상복합아파트와 쇼핑몰 대신 고무공장을 비롯한 대형 제조업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흔적조차 찾기 어렵고 오로지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곳도 많다. 이들 옛 자취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성장을 기록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부산진구는 지난해 이들 주요 기업의 옛 공장 자리와 서면 일대의 명소를 연결한 서면근대산업유산추억길을 개설해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산업유산과 한때 영화를 누리던 극장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실체가 거의 사라졌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스토리텔링과 결합하면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졌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부산진구 문화해설사회 김동권 회장과 고정미 부산건축문화해설사의 안내로 전체 구간을 걸어봤다.

■부산 신발공장의 역사를 따라

   
송상현광장 선큰광장
지난 25일 답사는 송상현광장의 양정 방향 끝부분인 송상현공 동상에서 출발해 부전시장 부산시민공원 국립부산국악원으로 이어졌다. 송상현광장에서 서면 중심가 방향을 보면 선큰광장 너머 고층아파트가 그늘을 드리운다. 정면의 롯데캐슬스카이아파트가 흥아타이어가 있던 자리에 들어섰고 그 왼쪽 서면한신아파트는 대양고무가 있던 자리다. 1976년 이곳 전포동에 터를 잡은 대양고무는 부산의 신발 기업으로는 막내뻘이었지만 1980년대 중반 ‘슈퍼 카미트’를 내놓으며 혜성 같이 떠올랐다. 하지만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혜성이 오래지 않아 빛을 잃는 것처럼 신발산업의 쇠퇴에 따라 이곳으로 옮겨온 지 20년도 채 되지 않은 1993년 생산지를 옮겨갔다.

   
서면 롯데캐슬아파트 담장 앞에 있는 옛 진양고무·흥아타이어 안내판.
롯데캐슬아파트 자리에는 흥아타이어와 흥아공업이 있었다. 흥아타이어는 현재는 넥센타이어로, 흥아공업은 ㈜흥아로 바뀌었지만 자리를 옮겨 여전히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캐슬아파트 담장 앞의 안내판만이 이곳의 옛 영화를 말해준다. 답사로는 길을 건너 부전시장과 동해선 부전역 옆의 곰장어거리를 지난다. 이곳 상인들의 말로는 광복 직후 형성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경마장부터 미군 기지를 거쳐온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부산시민공원에 이어 국립부산국악원을 지나면 발걸음은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옛 락희화학 자리로 향한다.

■3개 선로 사이 ‘삼각지’ 굴다리 동네
   
진양사거리 황금신발 조형물
서면교차로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는 길의 중간쯤에 자리 잡았던 락희화학은 현 LG화학의 전신이다. 광복 후 창업한 이 회사는 1954년에 연지동에 공장을 건설하고 럭키치약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1998년 개관한 LG사이언스홀 부산이 어린이의 과학기술에 대해 꿈을 키워주고 있다. 옛 공장이 있던 자리는 과학관 뒤쪽의 연지자이아파트 일대를 다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진양사거리에서 동서고가로 아래로 가면 굴다리에 있는 근대산업유산 벽화.
과학관에서 발길을 되돌려 다시 서면 중심가로 향하면 부암교차로를 지나 진양사거리로 향한다. 이곳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왕자표’ 브랜드와 운동화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생산한 진양고무가 있던 자리다. 교차로에서 동쪽으로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 부산진구청 일대가 모두 진양고무 공장 부지였다. 진양사거리 동쪽 도로변에는 진양고무, 나아가 부산진구 일대가 한국 신발산업의 중흥기를 이끌었음을 알리는 황금신발상이 2015년 설치됐다. 황금신발상 바로 남쪽 굴다리 두 곳에는 서면 근대산업유산을 정리해 보여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두 굴다리 중간의 길로 가면 서면중학교가 나오는데 이 일대는 부전역과 부산진역, 사상역 사이를 연결하는 복잡한 선로들이 삼각지를 형성한 독특한 지역이다. 철로로 막혀 있어 굴다리를 통해 외부로 오가야 해 굴다리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아스라이 사라져간 극장가와 기업들

   
스웨덴 참전기념비
굴다리를 지나 선로 옆 도로로 부전역 방향으로 가면 부산진구 상징탑과 황령산 봉수대 모형을 지나 영광도서 앞 부산탑 모형,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옆의 스웨덴 참전기념비를 들른다. 그런 다음 서면교차로를 돌아가면서 옛 서면의 극장 터를 지나게 된다. 서면교차로 가운데 현재 NH투자증권이 있는 곳에 서면 최초의 극장인 북성극장이 있었다. 1947년 이 극장을 시작으로 1990년대까지 동보극장, 태화극장, 대한극장 등 모두 16개의 단관극장이 성황을 이뤘지만 멀티플렉스 극장의 거센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

   
경남공고 교정의 고 강수영 열사 기념비
지하도롤 건너 카페와 맛집 거리로 변신한 공구상가 거리로 오면 노란색 공구 조형물과 바닥의 스패너 조형물만이 이곳의 옛 자취를 보여준다. 이면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가면 예전 전차 서면 종점이 있던 한전 부·울지역본부를 지나 동천과 만난다. 동천 앞 더샵센트럴스타 아파트가 예전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이 1953년 문을 연 곳이다. 여기서 볼 때 동천 건너편 부산교통공사를 포함한 주변은 한때 합판 생산으로 부산 최고 기업의 자리에 올랐던 동명목재 터이다. 다시 발길을 되돌리면 1956년부터 30년간 경남모직이 고급 원단을 생산했던 자리에 들어선 NC 서면점에서 긴 답사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추억길 해설사 도보여행 프로그램

- 황금신발길·서면영화길, 금·토·일요일 하루 두 차례
- 구수한 입담 곁들여 안내

   
부암동 굴다리슈퍼.
서면근대산업유산추억길은 부산의 도심인 서면 일대 산업유산의 자취를 되짚으며 추억으로 빠져드는 동시에 전포카페거리와 송상현광장, 부산시민공원 등 주요 관광지를 걷는 길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1960~1980년대 한국 산업을 이끌어간 제일제당과 락희화학, 동명목재는 물론 국내 대표 신발 기업이 서면에서 태동하거나 성장기를 보냈다. 부산진구는 이들 기업과 주요 관광지를 연결해 모두 4개 코스를 만들었다. 황금신발길 A코스는 진양사거리 황금신발 조형물~영광도서~스웨덴 참전비~부산포민속박물관, 황금신발길 B코스는 송상현광장~부산시민공원~LG사이언스홀(옛 락희화학) 구간을 연결하고 서면영화길 A코스는 스웨덴 참전비~옛 서면극장가~전포카페거리~전포한신아파트(옛 대양고무), 서면영화길 B코스는 옛 동명목재~옛 제일제당~옛 대양고무 등을 잇는다.

혼자서 안내지도를 들고 보물찾기하듯 숨은 흔적을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옛 공장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를 보는 것은 별 의미도 없고 코스를 따라 걷기도 어렵다. 부산진구는 이들 코스를 안내하는 해설사 도보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산진구 문화관광해설사회 소속 해설사들이 골목골목을 돌면서 구수한 입담을 곁들여 안내한다. 도보여행은 매주 금~일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출발해 두 시간 코스로 운영한다. 부산진구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busanjin.go.kr)에서 출발일 최소 3일 전까지 코스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동천약어조형물.
   
동천변 포스코더샵센트럴스타아파트 앞에서 바라본 동서고가로 뒤 옛 동명목재가 있던 부산교통공사 주변.

[서면 근대산업유산 추억길]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승용차 요일제 가입은 이렇게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교역 증가할수록 분쟁조정 전문인력 중요해질 것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에는 ‘영미~’ 없다고?
알면 더 재미있는 평창
평창올림픽 1호 기록은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