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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6> 거제 지심도

마음 속에 피어난 게 붉은 동백꽃 뿐이더냐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3-21 19:35:2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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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전체 모양이 ‘마음 心’자 닮아
- 숲의 약 60% 동백나무로 빽빽
- 햇빛조차 허락하지 않는 오솔길
- 맹종죽·곰솔 등으로 원시림 이뤄

- 수백m 이어진 동백터널 백미
- 낙화 전이라 ‘붉은 카펫’ 못 봐
- 해안절경·망망대해로 아쉬움 달래

   
동백섬이라 불리는 경남 거제시 지심도의 상징 ‘동백터널’. 낙화가 한창일 때는 바닥에 떨어진 꽃을 피해 걸어야 할 정도다. 전민철 기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동백은 정열의 상징이다. 동백의 꽃말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그런데 동백(冬柏)을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겨울나무다. 혹한을 인내하고, 봄꽃의 매력을 가장 먼저 뽐내는 게 동백이다. 정열, 인내, 매력. 이런 동백을 제대로 품은 섬이 있다. 공교롭게도 동백의 꽃말과 어울리는, ‘오로지 마음 하나뿐’이라는 이름의 ‘지심(只心)도’다. 지심의 동백과 함께 봄 숲 탐방을 시작한다.

■전체가 숲… 지삼이라 불리기도

경남 거제시 지심도는 섬 전체가 ‘마음 심(心)’ 자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런 지심도 전체가 천혜의 원시림이다. 한때 섬 숲이 너무나 울창해 ‘지삼(只森)도’라고도 불렸다. ‘오직 숲뿐’이라는 뜻일 터. 이런 지심도 숲길의 시작과 끝은 단연 동백이다. 숲의 약 60%가 동백나무다. 그런데 이곳 동백나무는 장대 같은 높이를 자랑했다. 그리고 마치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형상으로, 바다 쪽으로 몸을 완전히 눕히고 있다. 나무의 굵기도 동네 동백나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무척 굵으면서도 매끈하기 그지없다. 봄볕을 한껏 받는 곳엔 새빨간 동백꽃이 방울처럼 매달려 있었다. 윤기가 철철 넘치는 동백나무의 초록 잎은 동백꽃의 화려함을 부각하는 배경으로 충분했다. 지심도는 남해안 섬 가운데 어느 곳보다 동백나무의 그루 수나 수령 등이 압도적이다.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된 곳으로, 동백섬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지심도의 동백꽃이 봄볕을 한껏 받고 빨갛게 폈다.
섬 정상부에는 지심도의 상징인 동백터널이 있다. 울창하고 빽빽하다는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을 만큼 환상적이다. 수백 m 이어진 동백터널은 한낮이었지만 카메라 플래시 없이는 사진이 찍히지 않을 만큼 어두운 곳이다.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을 일부러 피해 걸어야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바닥에 동백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길 기대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른지 ‘동백 카펫’은 없었다. 그 대신 메말라 버려진 동백꽃 사이로, 아직 동백꽃의 자태가 남은 것들이 하트 모양의 장식으로 변신해 모여 있다. 그리고 보니 동백꽃은 땅에 떨어졌지만 땅에서도 피지 않는가. 떨어진 뒤에도 그 생기가 오랫동안 이어지니 말이다. 화려한 꽃 대부분이 메마른 채 생을 다하는 것과 달리 동백은 한창일 때의 모습을 그대로 한 채 땅에 툭 하니 떨어진다. 그래서 유일하게 떨어지고도 꽃이라 불리는 듯하다.

■천혜의 해안절경과 오솔길의 섬

   
동백터널을 지나니 갑자기 확 트인 대지, 망망대해가 조망되는 곳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조금 내려가다 보면 옛 일운초등학교 지심분교가 나온다. 지금은 폐교된 곳. 교실이 하나뿐인 교사 옆에서 운동장으로 동백나무가 늘어서듯 있는데, 본격적인 낙화가 시작되면 운동장 절반이 벌겋게 물든다고 한다. 어쩌면 ‘동백은 세 번 핀다’는 문학적 표현은 지심도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나무 위에서 한 번, 떨어져서 한 번, 그리고 마음속에서 한 번 더 피는 동백의 진가에 감탄할 뿐이다.

   
섬 정중앙의 맹종죽 숲도 지심도의 자랑이다.
비록 대부분이 동백 숲길이지만 섬은 그 자체로 숲이다. 섬의 정중앙에는 맹종죽 숲도 있다. 300살이 넘었다는 ‘곰솔 할배’ 소나무도 지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바닷가에서 자라는 곰솔은 해송보다 훨씬 굵고 웅장하다. 지심도에는 후박나무 생달나무 녹나무 참식나무 까마귀쪽나무 등 생소한 수종도 많은데, 이 모든 것이 천혜의 오솔길을 만들었다. 지심도를 둘러보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30분, 넉넉하게 2시간. 육지의 숲과는 달리 지심도의 숲을 떠나려니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배에 오르니 오솔길 중간에 만개했던 매화가 떠올랐다. 동백에 밀리지 않으려는 듯 유독 새하얗던 지심도의 매화였는데, 동백과 망망대해만 바라본다고 매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오로지 동백 하나뿐’인 줄 알았던 지심도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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